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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과학 이용희 카이스트 물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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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카이스트 물리학과 명예교수 ⓒ 한국물리학회

최근 과학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양자컴퓨터로 대표되는 양자정보과학이다. 1982년 Feynman 교수는 양자역학적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체 물리 현상은 고전 디지털 컴퓨터로는 해석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인지하고, 이러한 다차원 양자역학적 문제는 양자역학적 원리로 동작하는 전혀 새로운 구조의 양자컴퓨터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후 40여 년간 여러 차례의 굴곡은 있었지만 양자과학 연구는 지속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의미 있는 연구개발 결과가 계속 보고되면서 일반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19년 구글의 53-Qubit 양자컴퓨터 Sycamore가 Random Circuit Sampling 문제를 해결하면서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의 한 예를 세상에 보여주었다. 비록 특수하게 선택된 문제에 국한된 양자컴퓨터의 비교우위이지만, 이 결과는 많은 산학연의 과학기술자들을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에 뛰어들게 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상상의 끝까지 갔을 때의 양자컴퓨터의 가공할 파워에 대한 기대가 과학자, 정치인, 일반 대중을 들뜨게 만들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열풍은 1960년대 초의 레이저 출현 초기 상황의 데자 뷰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당시에도 초고출력 레이저 기반의 광선 무기 등 군사적인 가능성 때문에 정치권과 일반 대중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현재 양자컴퓨팅 및 양자정보과학에 대한 투자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100억, 미국은 향후 5년간 $6.26억, 캐나다는 5년간 $10억, 영국은 $3억, 일본은 2018년부터 10년간 3,000억 엔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양자정보과학 국책과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2026년까지 1조원 규모의 예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과학이라는 두 가지 용어를 구분해 보고자 한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적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쓸모 있는 공학적인 장치로 인식되는 용어이며, 양자정보과학은 양자통신, 양자 metrology, 양자물질, 양자 센싱 등 새로운 연구 분야에 양자역학적 원리를 도입하여 근원적인 접근과 해석을 추구하는 과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양자컴퓨터 개발에 참여하는 과학기술자들은 양자공학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양자공학자는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자, 재료공학 등 다학제의 특성이 요구되는 새로운 형태의 공학자라 볼 수 있다. 양자컴퓨터 연구개발 초기에는 물리학자들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연구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동작하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자 하드웨어와 양자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학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연구 주제가 컴퓨팅에서 컴퓨터로 바뀌는 순간, 해당분야는 과학의 영역에서 공학의 영역으로 바뀌게 됨을 필자의 경험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물리학자에 의해 제안되었고 연구되어 왔지만 양자컴퓨터에 대한 연구개발은 이제 전자/전산공학자들의 더 많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되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어떤 주제나 자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동작 원리가 이해되는 순간 물리학자들은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하며, 공학자들은 물리학자들이 떠나기 시작하는 순간, 쓸모가 확인되는 순간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양자정보과학 분야에 지나칠 정도로 많다고 생각되는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작금의 환경에서 물리학자들이 양자컴퓨터 공학에 너무 매몰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양자정보과학은 양자물질, 광양자, 양자 Metrology, 양자 화학, 양자 센싱 등 다양한 주제가 가장 근본적인 관점에서 논의되는 연구 분야로 발전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양자정보과학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에코 랜드를 넓히는 일에 능동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긴 호흡에서 볼 때 학계 발전에 유익할 것으로 본다. 더 많은 전공/비전공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양자정보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교육에 대한 물리학계 차원의 지원도 생각해 본다.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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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리학회 물리학과 첨단기술
저작권자 2023-06-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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