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날씨 예보에 미세먼지 농도가 함께 제공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이면 마스크를 쓰고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가 흡연 여부·경험, 나이에 이어 폐암을 촉발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폐암 유발 유전자 ‘스위치 ON’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5㎍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한다. 실제로 전 세계 800만 명의 사람들이 매년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며, 그중 초미세먼지(PM2.5·지름이 2.5㎛ 이하인 미세먼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암 사망자는 25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기오염이 어떻게 폐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부족했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연구진은 미세먼지, 특히 초미세먼지가 폐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 폐암 진행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를 4월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만, 영국, 캐나다 등 4개국의 대기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이곳에 거주하는 폐암 환자 3만3,000여 명의 의료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2017년 전국 16개 지역의 미세먼지 정보를 ‘에어코리아’를 통해 얻었고,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2017~2018년에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의 정보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와 노출이 증가할수록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의 50%가 EGFR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연구진은 캐나다의 폐암 환자 228명을 대상으로 코흐트 연구를 추가로 진행했는데, 3년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암 발병 위험이 40%에서 73%로 증가했다. 3년간의 초미세먼지 노출만으로도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폐암을 유발하기 충분하다는 의미다.
흡연, 노화에 이어 세 번째 발병 요인
이어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초미세먼지가 폐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EGFR 변이를 일으킨 모델 생쥐를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환경에 노출되자, 염증 반응이 증가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폐로 몰린 면역세포가 염증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1베타’를 방출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인터루킨-1베타의 방출을 차단하는 항체를 투여하자, 폐암 발병률도 줄었다.
연구를 이끈 찰스 스완턴 박사는 “활성화되지 않아 정상이었던 세포가 미세먼지로 인해 활성화되면서 폐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미세먼지가 폐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한 만큼, 이를 이용한 새로운 폐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폐암과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의 차이도 조사했다. 흡연은 DNA 돌연변이를 직접 유발하는 반면, 대기오염은 폐에 이미 존재하는 돌연변이 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차이가 있다. 대기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비흡연자가 오염도가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흡연에 의하면 발생 가능성이 낮았다.
오염된 지역에 거주하는 비흡연자의 종양 DNA 샘플 시퀀스를 분석했다. 발견된 돌연변이는 정상적인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세포 분열 중에 DNA가 복제될 때 발생하는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 대조적으로 흡연자의 종양 DNA는 담배 연기의 돌연변이 유발 성분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뚜렷한 돌연변이 시그니처를 나타낸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폐암과,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의 차이점도 조사했다. 대기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비흡연자가 오염도가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흡연으로 인한 암 보다는 발병 위험보다는 낮았다.
제1저자인 윌리엄 힐 박사는 “현재 흡연자, 흡연 경험자, 나이, 초미세먼지 순으로 폐암을 유발하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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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5-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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