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하얗게 탈색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그들의 ‘멋진 은색’ 모발은 최신의 유행이라지만, 나이가 들면서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을 원 상태로 되돌리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화학적 염색처리 없이 가능할까?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모발의 색을 결정하는 줄기세포의 작용원리를 규명한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된 메커니즘을 통해 사람의 모발을 되돌리거나 흰머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해 관심을 모은다.
흰머리는 멜라닌 세포의 수와 기능 저하 때문
사람의 머리카락 색은 멜라노사이트가 합성하는 멜라닌 색소 양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흰 머리는 노화로 인해 모낭 세포 속 멜라닌 세포의 수와 기능이 저하되어 멜라노사이트 세포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뉴욕대학교 그로스만의대 연구원 연구진은 기존에 밝혀진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멜라닌 줄기세포 시스템이 어떤 변화과정을 보이는지를 발견해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멜라닌을 생성하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McSCs)’가 어떤 변화를 나타내는지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실시간으로 RNA 염기서열분석을 관찰한 연구진은 모낭 속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독특한 특성들과 모발의 색을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특히 새로 발견된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분화과정 조절을 통해 흰머리를 예방하거나 모발 색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제시됐다.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독특한 메커니즘 발견돼
사람의 모발은 두피 안에 위치한 뿌리와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발의 뿌리는 흔히 ‘털주머니’라고도 불리는 모낭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안에 있는 여러 세포들의 분화와 활동은 머리카락의 성장과 질감, 그리고 색에 영향을 준다.
NYU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바로 모낭 속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독특한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먼저, 모발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지속적으로 증식하고 유연하게 이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는 모낭의 불룩한 주머니 부분과 뿌리 부분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는데, 성장단계와 휴지단계에 각기 다른 구획에 위치한다. 이러한 이동성은 다른 줄기세포들과는 다른 특성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멜라닌 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WNT 단백질의 영향도 위치와 이동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팀이 수행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색소를 생성하고, 성숙하도록 자극하기 위해서는 WNT 단백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모낭의 돌출부에서 WNT 단백질 신호가 수조 배 더 적게 노출되었으며, 휴지기에 들어서 고착된 위치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성숙함에 따라 모낭 속 일정 구획에 고착되는 것은 WNT 단백질의 자극을 통한 색소 침착에 실패하더라도 모발이 계속 자라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은 노화에 따라 매우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들 세포의 분포와 변화에 따라 흰머리 발생 빈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모발이 성장을 멈춘 휴지기에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수가 현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쥐 실험으로 정확한 수치를 조사했더니 노화과정을 가속화했을 때,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수가 10%에서 50%로 증가했다. 이 결과는 휴지기에 모근 쪽으로 이동하여 멜라닌 세포를 생성하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수는 감소했지만, 세포 분열을 통해 줄기세포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즉, 모발이 하얗게 세더라도 자라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이토(Ito) NYU 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발의 색을 결정하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구획별 움직임을 밝혀낸 것으로, 이들의 운동성을 복원하거나 메커니즘을 조율하면 ‘세월에 하얗게 센 모발’을 예방하거나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운동 메커니즘을 회복하는 방법을 후속 연구로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현정 리포터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3-05-1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