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의 왕’ 목성, 잠깐 동안의 달콤했던 ‘달의 왕’ 등극
2022년 말 기준, 위성을 가장 많이 거느린 ‘달의 왕’은 토성이었다. 하지만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관측된 목성과 목성계의 추가 관측기록이 2023년 2월 소행성체 센터(MPC: the Minor Planet Center)에 업데이트되면서 이 기록은 깨지게 되었다. 2023년 2월 기준, 목성은 12개의 위성을 추가하며 토성보다 9개나 많은 달을 거느리게 된다. 이로써 목성은 새로운 ‘달의 왕’에 등극하며 ‘행성의 왕’과 ‘달의 왕’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차지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천문학자는 목성의 ‘달의 왕’ 타이틀은 쉽게 변경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토성 같은 경우 주변에 크기가 작은 (대략 3km 정도) 달이 목성보다 3배 정도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작은 크기의 위성들이 매우 많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수억 년 전에 더 큰 달끼리의 충돌로 인해서 만들어졌다고 예측되고 있는 위 작은 천체들은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목성과 토성은 태양 빛을 산란하는 빛이 너무 강해서 목성과 토성의 안쪽 궤도 위성들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태양계에서 달을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는 행성은?”)
2019년부터 토성과 목성은 새롭게 발견된 위성으로 인해 ‘달의 왕’ 타이틀을 서로 교환하는 상황이 꽤 자주 벌어졌지만, 이는 한동안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토성 주위에서 무려 62개 위성이 추가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토성, 62개 위성 추가 발견을 통해 다시 ‘달의 왕’ 타이틀 탈환
대만의 시니카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연구소(Academia Sinica Institute of Astronomy and Astrophysics)에서 근무하는 에드워드 애쉬튼 박사(Dr. Edward Ashton)이 이끄는 천문학 팀은 토성 주변의 작고 희미한 위성을 찾기 위해 ‘시프트 앤드 스택(shift and stack)’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단일 이미지로는 너무 희미하여 보이지 않는 달의 이미지를 달이 하늘을 이동하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이동하는 관측을 이용하여 주변 달의 신호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이용한다. 이 방법을 통해서 연구팀은 토성 궤도를 도는 62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번 위성 발견으로 토성의 위성 수는 총 100개가 넘었으며, 위 아름다운 가스 행성이 목성으로부터 우리 태양계의 ‘달의 왕’의 왕좌를 되찾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3년 5월, 국체천문연맹(IAU)에 업데이트된 자료에 따르면 토성의 현재 달 개수는 총 145개로 3개월 전 83개보다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3시간 간격으로 3년간의 장기간 관측
연구팀이 사용한 관측 데이터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 꼭대기에 있는 캐나다-프랑스-하와이 망원경(CFHT)을 통해서 3시간 간격으로 관측 및 수집한 것으로,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토성 주변을 돌고 있는 지름 2km정도에 불과한 작은 위성을 탐지할 수 있었다. 위 방법을 통해서 이미 2019년에 새롭게 발견되었던 일부 달이 중복 발견되었으며, 이를 통해 위 방법이 타당함이 증명되었다.
행성에 근접한 물체가 소행성이 아니라 달이라는 것을 확인하려면 이들이 행성 가까이에서 머무는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천체들이 실제로 가스 행성의 궤도를 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의심되는 위성’에서 ‘확인된 위성’으로 바꿀 수 있다. 연구팀은 24개월 동안 위 천체들을 대조하는 과정을 거쳐 63개의 천체가 실제로 토성 주위에서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달임을 확인했다. 이 위성 중 하나는 2021년에 공개된 바 있으며, 나머지 62개의 위성은 지난 몇 주 사이에 발표되었다.
애쉬튼 박사는 데이터에 나타난 위성의 다양한 모습을 실제 토성 주변에서 가능한 위성 궤도와 관련 있음을 결정짓기 위해서, 이러한 위성을 추적하다 보면 어린 시절에 했던 ‘dot-to-dot’ 게임이 생각난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번 위성 찾기 작업은 마치 같은 페이지에 약 100개의 서로 다른 게임이 있고 어떤 점(dot)이 어떤 퍼즐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과 비슷하여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새로 발견된 토성의 위성은 모두 불규칙 위성
새로 발견된 토성의 위성은 모두 불규칙 위성(irregular moons)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토성 주변의 더 큰 위성이 서로 부딪치며 생성된 조각들이 행성의 중력에 의해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반 규칙 위성의 궤도에 비해 더 기울어지거나 더 큰 타원형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불규칙 위성을 조사하면 위 천체들의 충돌의 역사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불규칙 위성은 궤도의 특성에 따라 이누이트 그룹(Inuit group), 노르스 그룹(Norse group), 갤릭 그룹(Gallic group) 등으로 분류되는데, 위 이름은 모두 다른 신화에서 유래되었다. 새로 발견된 토성의 모든 위성은 현재 존재하는 이 세 가지 그룹 중 하나에 속한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위성 중 3개는 이누이트 그룹에 속하며 대부분은 노르스 그룹에 속한다. 참고로 토성에는 현재 24개의 규칙 위성과 121개의 불규칙 위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달의 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현대 망원경의 광학 기술은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따라서 인류의 ‘현대 기술을 통한 관측’을 바탕으로 계산된 달의 왕의 타이틀은 곧 판가름날 듯 보인다. 하지만, 앞선 설명과 같이 크고 작은 불규칙한 천체들을 모두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직접 목성과 토성에 도달한다고 해도 이들의 숫자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말 그대로 매우 어렵다. 우리 태양은 청장년의 단계를 겪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태양계를 지니고 있는 반면, 가스의 밀도가 낮은 먼지 원반의 특성상 카이퍼 벨트와 소행성대에는 끊임없이 미행성 등 큰 천체들의 충돌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 천체들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행성의 중력에 붙잡히게 되면 그 행성의 위성이 될 수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점은 국제천문연맹 등에서 ‘달(위성)’의 정의를 확실히 내려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2006년 명왕성(왜행성 134340)이 행성에서 퇴출당한 데에는 행성의 정의가 큰 몫을 했다.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 등이 발견되면서 명왕성은 주변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함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 ‘강한 중력으로 주변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It has cleared the neighborhood around its orbit)’는 행성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하며 왜행성으로 강등되게 되었다.
달의 정의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달이나 위성(더 구체적으로 artificial satellite가 아닌 자연 위성 natural satellite)은 다른 행성이나 소행성 궤도를 도는 천체를 뜻한다. 즉, 위성은 이미 태양 궤도를 돌고 있는 천체를 공전한다.
혹자는 태양과 목성의 안정적인 궤도인 라그랑지 천문학자는 하나인 L4와 L5에 모여서 목성과 함께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엄청난 수의 트로이군을 목성 위성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목성이 아닌 태양을 목성과 함께 돌고 있지만, 목성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서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천체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위성의 정의가 확실해져야 함을 뜻한다. 만약 천체의 영향력만을 위성 정의 범주에 포함 시키게 되면, 목성의 ‘달의 왕’ 등극은 태양이 진화하며 태양계가 파괴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깨지지 않으리라 전망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3-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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