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제임스 웹, 외계 행성 주변의 수증기를 관측하다 대기의 존재가 확인되면, 외계행성 과학에 큰 획을 긋는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흔한 적색왜성

지구에서 약 26광년 떨어진 거리에 글리제 486(Gliese 486 혹은 GJ 486)이라고 부르는 어두운 적색 왜성이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 중 최소 70% 이상이 적색왜성임을 감안하면, 사실 흔하디흔한 게 적색왜성이다.

하지만,  위 어두운 별은 중원소 농도가 우리 태양의 그것과 비슷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의 큰 관심을 끈 별이다. 또한, 우리 태양처럼 플레어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어 왔는데, 위 별과 함께 어두운 별들도 전 스펙트럼에 걸쳐서 플레어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 큰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019년 최근 관측 결과, 위 별에서 플레어 현상은 아쉽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행성 사냥꾼 카르메네스 팀

2021년 위 별은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탔다. 카르메네스(CARMENES) 팀은 2021년, 위 적색왜성을 돌고 있는 “슈퍼 지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글리제 486 b’로 명명된 위 암석형 행성은 반경이 지구의 대략 1.3배이지만, 질량은 2.81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미니 해왕성급 크기의 지구형 암석형 행성으로 지구와 비슷한 밀도를 지니고 있으리라 예측된다.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은 5천 개(2023년 4월 17일 기준 5,388개, NASA Exoplanet Archive)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가스 행성은 생명체의 안정적인 서식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인류와 같은 지성 생명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구에 있는 생명체와 비슷한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면 외계의 암석형 행성을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글리제 486을 돌고 있는 행성의 상상도 © J. Caballero/카르메네스 팀

참고로 독일과 스페인 등 여러 국제 연구팀이 모여서 외계 행성을 찾고 있는 카르메네스팀은 행성의 중력 영향으로 인해서 별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 이를 포착해 내는 시선 속도법을 이용한다. 카르메네스팀은 이를 위해서 직접 가시광선과 적외선 분광기를 제작했으며 2016년부터 활발하게 외계행성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많은 수의 적색 왜성 덕분에 통계적으로 적색 왜성을 도는 암석 외계 행성이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 착안하고 ‘적색’ 왜성 주변을 도는 ‘푸른’ 지구를 포착하려 노력하고 있다.

적색왜성은 다른 유형의 별보다 훨씬 더 차가우므로 행성이 생명체를 품기 위해서는 항성을 공전하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야 한다. 생명체에 필요한 필수 요소인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만큼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선 설명처럼 플레어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고 젊은 별일수록 강력한 자외선과 X-선을 방출하기에 행성의 대기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혹독한 환경의 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리제 486 b - 암석형 슈퍼 지구

위 행성은 글리제 486 적색왜성을 공전하는데 1.5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즉,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항성을 공전하고 있으며 행성의 기온은 섭씨 430도에 달한다. 매우 가까운 거리 탓에 적색왜성에 조석 고정되어 있어, 우리 달처럼 항상 같은 면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온도의 불균형을 일으켜서 생명체에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적색왜성이 우리 태양에 비해서 매우 어둡다고 해도, 지나치게 가까이서 항성을 공전하는 위 행성의 온도 역시 생명체에 친화적이지 않다. 금성과 비슷한 온도의 위 행성은 곳곳에 용암이 흐르고 있으리라 예측된다. 하지만 극초고온은 아닌 탓에 대기를 가지고 있으리라 예측되었다.

 

제임스 웹이 다시 한번 나섰다

위 행성이 유명세를 타면서 제임스 웹으로의 관측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제임스 웹의 큰 두 가지 목표 중 하나가 외계 행성의 대기 관측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앞다투어서 관측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망원경이 발사되기도 이전에 일찌감치 관측 목표로 선정되었다. 앞선 설명처럼 위 행성은 생명체에 친화적이지 않다. 하지만, 제임스 웹의 목표대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는 데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이용하여 GJ 486 b이 모항성의 면을 가로지르며 통과할 때를 위 행성을 총 1시간에 걸쳐서 두 차례 관측했다. 연구팀은 패턴 분석을 통해 슈퍼 지구 주변에서 수증기가 관측되었다고 발표했다. © NASA, ESA, CSA, Joseph Olmsted (STScI) SCIENCE: Sarah E. Moran (University of Arizona), Kevin B. Stevenson (APL), Ryan MacDonald (University of Michigan), Jacob A. Lustig-Yaeger (APL)

애리조나 대학교 사라 모란 박사(Dr. Sarah E. Moran)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이용하여 GJ 486 b이 모항성의 면을 가로지르며 통과할 때를 위 행성을 총 1시간에 걸쳐서 두 차례 관측했다. 행성이 적색왜성의 앞을 지나갈 때, 행성 대기의 다양한 원소와 화합물은 적색왜성으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므로 이를 보면 행성 대기의 구성 성분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3가지 데이터 패턴 분석 방법을 통해 슈퍼 지구 주변에서 수증기가 관측되었다고 발표했다. © Moran et al. 2023

연구팀은 이처럼 “화학적인 지문 찾기” 방법을 통해서 결과를 얻었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3가지 패턴 분석 방법을 통해서 스펙트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위 패턴 분석을 통해서 연구팀은 수증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측이 수행되었다고 결론을 내리며, 슈퍼 지구 주변에서 수증기가 관측되었다고 발표했다. 먼저 위 수증기는 외계 행성 또는 행성 주변에 대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해 주기에, 우리 태양계 밖 거주 생명체나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을 찾는 데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패턴 분석을 통해 슈퍼 지구 주변에서 수증기가 관측되었다고 발표했다. © Moran et al. 2023

모란 박사와 함께 연구를 이끈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응용 물리학 연구소 연구원 케빈 스티븐슨 박사(Dr. Kevin B. Stevenson) 역시 뜨거운 암석 행성의 대기 중 수증기는 외계 행성 과학에 큰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 수증기가 행성 자체가 아니라 모항성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수증기는 이전에 태양의 흑점에서도 관찰된 적이 있으며 위 적색왜성의 온도는 태양의 그것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참고로, 흑점은 별 내부의 고농도 자기장이 별 표면으로 올라오면서 형성되는 별의 더 어둡고 차가운 영역을 말하는데, 이러한 영역은 태양 플레어 또는 코로나 질량 방출(CME)과 같은 교란을 형성할 수 있다. 위 별은 앞선 설명처럼 우리 태양과 같이 플레어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어 왔기에 흑점의 존재를 통해서 행성 대기에서의 수증기와 비슷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되고 있다.

 

추가 관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수증기가 위 외계행성 주변의 대기에서 나온 것인지, 그리고 위 사실이 맞다면, 얼마나 많은 물이 행성에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GJ 486 b와 그의 항성의 추가 관측이 꼭 필요하다. 제임스 웹 관측팀은 중적외선 기기(MIRI: Mid-Infrared Instrument)를 이용하여 조석 고정된 행성의 표면에 초점을 맞추어서 재관측을 시도할 예정이다.

GJ 486 b의 대기가 얇거나 대기가 전혀 없는 경우, 조석 고정된 뜨거운 영역의 온도와 대기가 있는 경우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일종의 엄폐 현상과도 같은, 행성이 모항성 뒤로 숨은 직후 해당 외계 태양계의 전체 밝기가 살짝 내려감을 이용하여 (2차 일식, secondary eclipse라고도 부름) 해당 밝기 변화와 함께 행성의 대기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적색왜성 GJ 486을 도는 GJ 486 b의 상상도 © NASA, ESA, CSA, Joseph Olmsted (STScI), Leah Hustak (STScI)

비슷한 예로 지난 3월 토마스 그린 박사(Dr. Thomas P. Gree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적외선 기기를 활용하여 행성이 얼마나 많은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는지 계산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온도를 계산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위 행성에 대기가 없다고 결론 지은 바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제임스 웹, 암석형 외계행성 TRAPPIST-1b를 자세히 관측하다”)

관련 논문 보러 가기 - “따뜻한 슈퍼 지구 GJ-486 b의 물 풍부 대기 혹은 모항성으로 인한 오염 관측 (High Tide or Riptide on the Cosmic Shoreline? A Water-Rich Atmosphere or Stellar Contamination for the Warm Super-Earth GJ 486 b from JWST Observations)”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3-05-04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