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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3-05-03

플라스틱 폐기물서도 그린수소 만든다 물 위에 떠서 그린수소 생산하는 ‘뗏목’ 닮은 촉매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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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고안한 광촉매 플랫폼. 물 위에 뗏목처럼 떠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물 위에 동동 뜬 뗏목처럼 바다나 강, 호수 등 수면 위에 떠서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자연의 물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폐기물을 녹인 용액에서도 그린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갖춘 광(光)촉매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발표했다.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 그린수소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신할 친환경 연료로 각광 받는다. 휘발유나 경유 대신 수소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쓰인 뒤 부산물로는 물만 나온다.

수소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높은 효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과 시설 개발이 필수다. 기존 수소 생산 방식인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생산 방식으로 발생시킨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은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직접 사용하고, 온실기체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광촉매는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물에서 수소를 만든다. 광촉매 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진 못했다.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려면 가루 형태의 광촉매를 필름이나 패널 형태로 제작하고, 이를 물속에서 작동시키기 위한 별도의 용기 그리고 물 밖으로 수소를 내보낼 장치 등이 추가로 필요해 수소 생산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룻배처럼 물 위에 동동

▲ IBS 연구진은 가로·세로 1m의 플랫폼을 실험적으로 제작하고, 태양광 아래서 수소 생산 성능을 실증했다. 개발된 플랫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나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IBS 연구팀은 광촉매를 한 데 모아 물에 둥둥 띄우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광촉매 플랫폼’은 이중층 구조로 상층인 광촉매층과 하층인 지지층으로 구성된다. 우선, 연구진은 광촉매를 크라이오에어로겔 형태로 제작하여 촉매 자체의 밀도를 낮췄다. 크라이오에어로겔은 내부가 기체로 채워져 있는 고체 물질로, 밀도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성능이 우수한 백금(Pt)계 촉매, 값싼 구리(Cu) 기반 촉매 등 모든 광촉매를 크라이오에어로겔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두 층을 구멍이 송송 뚫린 다공성 구조로 만들어 표면장력을 높여 물에 더욱 잘 뜨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이드로젤 플랫폼’은 물 표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수소가 다시 물로 바뀌는 역반응을 최소화해 생성물 손실이 적다. 또한, 촉매가 물에 잠기는 경우 수심에 따라 유입되는 빛의 양이 적어지지만, 수면에 떠 있어 빛 산란 없이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간단하게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진은 태양광을 통한 수소 생산 성능도 검증했다. 1㎡ 면적의 하이드로젤 촉매 플랫폼으로 시간당 약 4L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4L의 수소로는 상용 수소차가 16km, 수소 버스가 2km 정도 달릴 수 있는 양이다. 또한, 다양한 미생물·부유물이 섞여 있는 열악한 바닷물 환경에서 2주 이상 장시간 구동했을 때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다.

 

폐기물 처리의 새로운 대안될까

▲ 제작한 플랫폼에서 수소가 배출되고 있는 모습.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어 연구진은 폐트병 등 생활폐기물을 강염기로 녹인 후, 이 용액 위에서 개발한 촉매 플랫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해보는 실험도 진행했다. 폐기물 용액 위에 띄운 1㎡ 면적의 플랫폼을 이용해 시간당 0.143L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높은 성능은 아니지만, 플랫폼이 폐기물 처리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응용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실제 바다 환경에서 사용했을 때 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야 하고, 플랫폼을 바다에 띄웠을 때 파도나 강풍에도 버틸 수 있도록 지지해줄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돼야 한다.

연구를 이끈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기초과학 연구 결과로 향후 응용과 산업화 과정에서 맞닥뜨릴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면 결국엔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소 이외에 다양한 화합물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할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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