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할까?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빛 공해가 없는 장소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금세라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자그마치 600해(1경 * 10,000)개 이상의 별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모든 해변과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의 수보다 최소 몇 배는 많은 숫자이다. 우주는 단언컨대 우리가 상상하는 크기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크다. 과연, 이 광활하고 넓은 우주에 오직 지구에만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 Sagan) 역시 이 넓은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은하에는 최소 몇천억 개에 달하는 행성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위 숫자가 망원경과 현재 기술력에 따라서 정해지는 숫자일 수 있음을 고려하면, 실제 행성 수는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인류는 이미 이들 중 지구와 닮은 행성을 수없이 찾아냈지만, 현재 인간의 기술력으로 외계 태양계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성능 좋은 망원경을 통해서 보다 과학적이고 확실한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 태양계는 어떨까? 태양계조차 지구의 크기에 비하면 너무 큰 천체이지만, 접근이 불가능한 외계 태양계와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몇십 년 정도면 태양계의 거의 대부분 천체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문제는 태양계 안의 또 다른 생명체를 찾기 위해서, 어떤 변수가 가장 중요한지 또 어떤 천체에서 무엇을 관찰을 해야 할지의 여부일 것이다.
생명체의 탄생은 쉬운 일일까?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의 탄생은 우리 태양계뿐 아니라 다른 태양계에서도 탄생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를 살펴보면 근처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서 수많은 다양한 원소들이 공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를 통해서 우리는 별들의 후손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시적이거나 낭만적 표현이 아니다. 과학적인 사실일 뿐이다.
근처에서의 초신성 폭발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외계) 태양계를 구성하는 많은 행성 중 생명체에 친화적인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서 행성이 공전해야 한다. 또한, 생명체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과 유기 원소들이 소천체 (혜성, 소행성) 등을 통해서 전달되는 등의 과정이 있어야 하며, 이후에는 반대로 우리 태양계의 목성처럼 커다란 크기와 중력으로 수많은 소천체가 다가오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근처 행성이 있어야 한다. 태양계에서 소천체들의 궤도 변경은 매우 흔한 일이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 행성에는 자기장이 존재하여 생명체의 호흡이 가능하도록 많은 대기를 행성에 묶어둘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기적에 기적이 쌓여야 가능한 지적 생명체의 탄생이다. 공룡의 경우 지구를 인류보다 먼저 지배했지만,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영향으로 멸종되었다고 여겨지는 만큼, 생명체의 안정적인 진화에도 연속된 기적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반면 일반 생명체가 아닌 미생물이나 원시 박테리아 등의 탄생과 진화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일 수도 있다. 특히,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동물처럼 산소를 이용한 호흡이 필요 없다면, 많은 대기가 존재할 필요도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수많은 기적 중 몇 가지는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미생물 같은 경우 공기가 없는 곳에서만 자라는 혐기성 균(anaerobe)이 존재한다. 이미 지구에서 생존에 이산화탄소만 필요한 혐기성 미생물들도 발견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혹은 최소한 발견하기 쉬운) 외계 생명체나 태양계 안의 다른 생명체는 우리가 예상하는 ET의 형태이거나 눈이 큰 녹색 생명체가 아닌, 작은 미생물의 형태일 것이다.
태양계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다
인류는 이에 착안하여 태양계의 여러 천체에서 다양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천문학자 및 생물학자들은 지구의 화산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하는 만큼, 여러 악조건에서도 적당한 조건만 주어지면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활발한 화산 활동의 과학적인 증거가 밝혀진 금성의 경우에는 표면 온도와 기압이 매우 높아 생명체 진화에 매우 좋지 않은 악조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금성의 산성 구름 속이나 이산화황이 풍부한 금성의 상부 대기층 중 자외선을 흡수할 수 있는 층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지구의 ‘악마의 쌍둥이’ 금성에 활화산 있다”)
2021년부터 화성에서 활동 중인 화성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는 화성의 북서쪽 가장자리 고대 삼각주 지역에서 고대 미생물 흔적일 가능성이 있는 유기물 분자를 포함한 암석 표본 2개를 수집한 바 있다. 연구팀은 위 암석에서 황산염 광물과 유기 분자층이 함께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위 황산염 광물은 호수가 증발하면서 함께 퇴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상에서 황산염 퇴적물은 종종 생명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화성에서도 생명체의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커지는 결과이다.
탄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유기물은 생명과 관계없이 생성될 수도 있지만, 주로 산소, 질소, 인 등과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명체 흔적으로 간주하곤 한다. 만약 위 물질 등에서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같은 더 복잡한 유기 분자가 발견된다면 (과거) 생명체의 증거는 더 강력해진다.
가장 중요한 물질은 물
하지만 생명체 흔적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물질은 무엇보다도 바로 생명체의 근원이라 여겨지는 물이다. 물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물질이다. 물론, 물이 필요하지 않은, 혹은 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생명체가 있을 수 있을 확률이 있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생명체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인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를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찾으려면 물이 있는 환경을 먼저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행성이나 천체의 표면에 물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물은 수소 결합 때문에 여러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열용량(물질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이 매우 큰 물은 온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서 생명체는 내부 온도가 꽤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또한, 물은 분자량이 같은 다른 액체에 비해 끓는 점이 월등히 높다. 이때문에 꽤 넓은 범위의 온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가 가능하다. 물의 수소 결합은 전기적 성질로 인해서 여러 물질을 잘 녹일 수도 있다.
따라서 태양계의 천체 중 물의 흔적이 발견되었거나 물이 발견된 곳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태양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물은 얼음의 형태로 존재한다. 또한 태양계 두 번째의 먼지 원반인 카이퍼벨트나 오르트 구름과 같이 혜성이 탄생하는 곳은 다양한 물질들을 얼음의 형태로 여러 행성이나 위성들에 전달하기도 한다.
태양계에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1) - 태양계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다 태양계에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2) - 목성 위성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 토성 위성 타이탄, 미마스, 엔셀라두스, 해왕성 위성 트리톤, 그리고 왜소행성 세레스와 명왕성 태양계에 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3) - 주스 탐사선, 목성계에 2031년 도착해 얼음 위성과 목성의 대적점 연구 예정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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