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지만, 그 영향은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겨울 북극의 온도가 평년보다 무려 30℃ 이상 높아지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인도양은 동쪽 부분만 수온이 낮다. 한 대륙 안에서 왜 이런 비대칭적인 온난화가 발생하는 걸까.
동쪽이 유독 차가운 인도양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인도양에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인도양의 기후는 아시아를 포함한 전 지구의 육상 강수를 조절하여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인도양의 지역별 온도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현재 인도양 동쪽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수온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았다. 동인도양(인도네시아 서쪽에 인접한 해역) 지역에서 차가운 심해가 수면으로 솟아오르는 용승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온도가 높은 표층수와 낮은 심해수가 혼합되며 수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따른 미래 기후변화를 모의(시뮬레이션)했을 때도, 다른 인도양 지역과 달리 동인도양 해수면 온도 상승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쪽 외 지역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도가 계속 상승하여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역 간 온도 차이는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제한하지 않은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 동인도양과 아라비아해의 온도 차이는 2.5~3℃로, 현재(1~1.5℃)보다 더욱 커진다. 이어 연구진은 차가운 동인도양으로부터 온도 상승이 큰 북쪽 아라비아해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강화되며, 아라비아해의 온난화가 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의 지역적 차이가 커지면, 육상의 기후변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하경자 IBS 연구위원은 “아라비아해의 온난화가 심해지면 해면 기압을 더욱 감소시켜, 주변 지역의 강우량을 늘릴 것”이라며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2100년 남부 아라비아반도와 인도 서부 일부에 걸쳐 평균 강우량이 5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역별 지표 기온 가장 큰 남극
‘차별적’ 기후변화는 인도양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남극 대륙은 세계적 온난화 추세 속에서도 지역별 지표 기온 차이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서남극(태평양 쪽)은 세계에서 온난화가 가장 극심하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한 곳이지만, 동남극(인도양 쪽)은 1979년 이후 여름철 지표 기온이 하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진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남극 지역의 비대칭적 지표 기온 변화의 원인을 찾아냈다고 2021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동남극의 기온 하강 현상이 열대 지역 강수의 계절변동인 ‘매든줄리안진동’의 영향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매든줄리안진동은 20~70일 주기로 열대 지역 강수 구역이 변동하는 현상으로, 우리나라의 한파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매든줄리안진동은 서태평양에서 강수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인도양에서는 감소하는 식으로 장기적으로 변화했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강수활동이 일어나면 약 3~11일 후 동남극 지역 지표면에 저기압이 발생하며 기온이 하강한다. 연구진은 매든줄리안진동의 경향성 변화가 지난 30여 년 동안 동남극의 한랭화에 적게는 20%, 많게는 40%까지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준이 연구위원은 “열대 지역 자연 변동성이 남극 지역의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미래 기후변화를 전망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인류가 촉발한 인위적 온난화와 함께 다양한 자연 변동성의 역할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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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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