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등급의 적색왜성 TRAPPIST,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타다
2017년 초, 천문학자들은 물병자리 내에 있는 초저온 적색왜성 TRAPPIST-1 (트라피스트: 간편하게 TRAPPIST-1a 혹은 TRAPPIST라고도 불림)의 궤도를 도는 7개의 암석 행성을 발견했다. 작고 온도가 낮은 항성임에도 우리 태양과 같이 많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TRAPPIST-1은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받을만했다. 적색왜성 중에는 단연 가장 많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으며, 전체 태양계로 넓혀도 상당히 많은 수의 행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에게 더 큰 관심을 끈 사실은 다름 아닌 모 항성을 도는 TRAPPIST-1d, 1e, 1f, 1g 행성이 골디락스 존(인류와 비슷한 생명체 거주 가능 온도를 지닌 영역)에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 항성은 순식간에 가장 유명한 천체로 떠올랐다. 특히나 우주의 별 중 대략 최소 70%가 넘는 별이 적색왜성임을 생각해보면, TRAPPIST-1은 수많은 어두운 별 중 글리제 581과 함께 가장 유명하고 가장 탐구 가치가 높은 적색 왜성이 된 셈이다. 참고로 TRAPPIST-1 별은 온도가 절대온도 2,566K에 불과하고 질량이 태양 질량의 0.09배에 불과한 초저온 적색왜성(M등급 왜성)이다.
가장 안쪽에서 태양계를 공전하고 있는 TRAPPIST-1b
이 중 가장 안쪽에 있는 행성인 TRAPPIST-1b(앞선 설명처럼 TRAPPIST-1a는 모 항성을 나타냄)은 매우 가까이 0.011 AU(1AU =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의 거리에서 모 항성을 공전하고 있는 행성이다. 즉, 태양과 지구의 거리 10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이다. 따라서 지구의 1.51일이면 위 행성은 한 번의 공전을 완료한다. TRAPPIST-1b는 지구보다 약간 크지만, 밀도는 거의 비슷하므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리라 예측된다.
위 행성은 모 항성이 태양보다 훨씬 어둡고 차가운 별임에도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약 4배에 달하는 양을 받고 있으며 여러 유명한 우주 관측 임무를 통해서 수차례 관측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허블 우주망원경과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통해서 관측되었는데, 이전 연구에서는 대기가 부풀어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밀도가 높은 대기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과학계에서는 결론을 얻기 위해서 제한/제약 요소들을 추가/제거하거나 여러 변수의 범위를 좁히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Constraining’ 기법이 자주 이용되는데, 위 상황에서 대기의 여부 관측이 어렵다면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은 행성 온도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작은 행성이 보다 질량이 큰 모항성 주위를 공전 및 자전할 때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일치하는 경우 조석 고정이라고 부르는 데, 위 경우 한쪽은 계속해서 낮만 계속되며 (dayside), 다른 한쪽은 계속해서 밤만 계속되기에 (nightside), 측정된 온도를 통해서 위 행성이 조석 고정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모형화를 통해서 대기의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적외선 기기를 이용하여 대기가 없음을 결론
토마스 그린 박사(Dr. Thomas P. Gree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적외선에 특화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중적외선 기기(MIRI: Mid-Infrared Instrument)를 활용하여 위 행성을 관측하여 행성이 얼마나 많은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관측 결과 TRAPPIST-1b의 낮 온도는 약 230°C로 나타났다. 조석 고정된 위 행성의 특성상, 열을 순환시키고 재분배할 수 있는 대기가 있다면, 대기가 없는 경우보다 낮 온도가 더 낮을 것으로 생각되기에,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위 행성에 대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보통 행성의 관측이 모항성과 행성이 서로 주위를 공전하며 상호작용할 때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가까움을 측정하여 행성의 물리학적 변수를 알아내거나 (시선 속도법) 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갈 때 모항성의 빛을 가릴 때 이를 민감도가 높은 망원경으로 광도 측정하여 행성의 크기 등에 관한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즉, 직접 관측하는 것이 아닌 모항성의 변화를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관측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아쉽게도 이러한 방법들로는 행성 온도를 알아내기 힘들다.
2차 일식 광도 측정을 통해서 온도를 알아내다
연구팀은 행성이 모항성 뒤로 숨은 직후 해당 외계 태양계의 전체 밝기가 살짝 내려감을 이용하여 (일종의 엄폐 현상으로 2차 일식 secondary eclipse라고도 부름), 해당 밝기 변화를 통해서 행성의 대기 온도를 측정했다. 행성이 별 옆에 있으면 별과 행성의 낮 쪽에서 방출되는 빛이 모두 망원경에 도달하여 태양계가 더 밝게 보이지만, 행성이 별 뒤로 숨게 되면 행성에서 방출되는 빛이 차단되고 별빛만 망원경에 도달하기 때문에 해당 태양계 시스템의 겉보기 밝기가 감소한다. 천문학자들은 별과 행성의 밝기를 합친 밝기에서 별의 밝기를 제거한 후 행성의 낮 쪽에서 얼마나 많은 적외선이 나오는지 계산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행성의 낮쪽 온도를 계산하게 된다.

위 광도 곡선은 위 외계 태양계의 가장 안쪽 행성인 TRAPPIST-1b가 별 뒤로 이동함에 따라 TRAPPIST-1 시스템의 밝기가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위 그래프는 13.5 ~ 16.6 마이크로미터의 파장 빛만 검출기로 통과시킬 수 있는 제임스 웹의 중적외선 기기 F1500W 필터를 사용하여 관측한 5개의 개별 데이터를 결합한 결과이다. 파란색 사각형은 개별 밝기 측정값이며 빨간색 원은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평균화된 측정값을 나타낸다. (고해상도 사진 바로 보러가기)
한가지 매우 흥미로운 점은 행성 TRAPPIST-1b가 별 뒤로 숨는 순간 해당 태양계의 어두워진 밝기가 0.1 %도 안 됐다는 점이다. 모항성이 매우 낮은 온도를 자랑하는 적색왜성이기에 위 별빛을 받는 행성이 반사하는 빛 중 적외선의 형태로 방출하는 열에너지를 감지하려면 망원경의 민감도가 현재까지의 우주망원경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앞선 설명처럼 위 행성은 별로부터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모항성의 궤도를 돌고 있기에 항성으로부터 받는 별빛의 온도 자체는 낮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계 행성들은 태양계로부터 상당히 먼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하물며 스스로 빛을 내는 별도 아니고 고작 작은 암석형 행성이 희미하게 반사해내는 빛, 그리고 행성이 반사하는 빛이 없어졌을 때 이를 망원경이 포착 한다는 점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성능이 우리가 예상했던 수치를 한참 능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제임스 웹 중적외선 기기는 0.027%(또는 3,700억분의 1)의 작은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어떻게 대기가 없음을 알아냈을까?
연구팀은 중적외선 기기와 함께 15 마이크로미터 파장으로 측정한 TRAPPIST-1b의 낮 기온을 다양한 변수들이 포함된 컴퓨터 모델과 비교했으며, 절대온도 약 500K 정도에 해당하는 위 행성 온도는 조석 고정의 상황에 해당하는 온도임을 밝혀냈다. 즉, 행성의 어두운 면은 대기가 없어서 낮 부분에서 밤 부분으로 온도가 재분배되지 않는다. 별에서 방출하는 열에너지가 (이산화탄소가 없는 순환 대기 등 때문에) 행성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행성 온도는 대략 절대온도 400도로 내려가야 한다. 물론 대기에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있다면 15 마이크로미터의 빛은 훨씬 적게 방출되고 더 차가워 보일 것이다. 연구팀은 12.8 마이크로미터 필터를 사용하여 재관측을 시도하며 연구 결과를 교차 검증했다.

연구팀은 위 결과가 지구만큼 작은 암석 행성에서 방출하는 최초의 관측임을 강조하며, 본 결과에 따르면 TRAPPIST-1b는 지구보다는 뜨겁지만, 암석과 별다른 대기가 없는 수성의 낮보다는 더 추운 편임을 알아냈다고 한다.
본 관측이 의미하는 바는?
비록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은 행성이며, 지나치게 태양을 가까이서 돌고 있기에 주목을 덜 받는 외계 행성이었지만, 대기가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위 행성은 온도도 지나치게 높고 여러모로 생명체에 친화적이지 않았으며, 생명체를 기대하기는 힘든 행성이다.
중요한 점은 현재 작은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이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기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기법이 성공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앞으로도 여러 외계 행성의 추가 정보를 폭넓게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해당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도 관측이 진행/완료된 점을 생각하면, 결과 비교를 통해서 해당 외계 태양계가 우리 태양계와 얼마나 닮았는지, 또한 해당 태양계에도 지구와 같은 생명체 친화적 행성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3-03-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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