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M 이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그리고 수학(Mathematics) 분야를 융합한 통합 교육을 뜻한다. STEM 교육은 ‘창의 융합 인재 육성’을 목표로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넘어, 학문 간 연계 학습과 결합을 통해서 보다 ‘융합적인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수행한다.
STEM형 인재는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여러 선진국이 앞다퉈서 스템 교육에 투자하며 미래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에서는
총 5편의 연재물을 통해서 유럽 국가별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정리해본다.
프랑스 - 활발하게 STEM 교육을 수행 중
프랑스는 유럽의 여느 국가답게 기초과학이 매우 튼튼한 나라 중 하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엘로디 드 올리베이라와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켈리 로버츠가 프랑스의 STEM 교육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프랑스의 STEM 분야 커리큘럼은 이미 2005년 이후부터, 유아 및 초등교육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고등 교육시스템에서도 확고하게 적응된 상태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프랑스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5년 혹은 8년 과정)에서 중등부, 즉 4년제의 보통 교육 꼴레쥬(Collège), 7년제의 리세(Lycée), 4년제의 사범학교 등으로 진학한 후 고등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점에서 진로가 가장 크게 나뉜다.
물론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이는 마치 독일권 국가들이나 영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고등과정에는 학업 중심의 바칼로레아 (baccalauréat) 제네랄 (고등학교 최종 3년), 직업 중심의 바칼로레아 전문가(3년), 선호하는 무역 전문 분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중심의 무역 학위인 시티카 다프튜트 프로페셔널(Certificat d'Aptitude Professionnelle) 및 브레베 다트드 프로페셔널(Brevet d'Études Professionnelles, 모두 2년 과정) 등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바칼로레아 제네랄은 중등 과정의 가장 일반적인 경로이지만, STEM 분야로의 경험과 경력은 세 가지 프로그램 경로 각각에서 이어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에서 STEM 분야를 가장 철저하게 다루기 때문에 주로 바칼로레아 제네랄 졸업생이 STEM 분야 연구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는 직업학교 및 기술학교의 2년제 기술 학위부터 3년제 대학교 학사 프로그램, 고등학교 졸업 후 석사 및 박사 과정을 통해 최대 8년 이상 계속되는 대학원 학습 경로에 이르기까지 직업, 전문직 및 학문 중심의 다양한 학습 경로가 있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고등 교육을 받는 학생의 대다수는 대학에 다니게 된다.
이들은 각 수준에서 다양한 STEM 관련 과정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프랑스의 고등 ISCED 레벨 5 및 6(주로 학사, 석사, 박사를 일컬으며 프랑스에서는 학문지향 고등교육을 지칭)에서 STEM 관련 학습 과정에 등록하고 졸업하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평균을 모두 웃돈다.
하지만 프랑스는 여전히 위 비율이 지속적인 경제적 요구를 충족시킬 만큼 높지 않다는 점과, 1990년대와 2000년대 동안 이러한 방향을 따르는 고등학생의 비율이 감소했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 프랑스는 STEM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서도, STEM 교육의 낮은 참여율과 점차 감소하고 있는 문제에 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STEM 관련 분야의 연구자 수를 늘리는 것이 향후 경제 회복, 안정성 및 성장을 위한 경제적 우선순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등 교육 수준에서 이공계 전공이 가장 권위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졸업생이 추가로 연구할 기회가 주어짐에도 모든 졸업생들이 기회를 부여받지 못함을 꼬집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과학계와 교육계가 많은 연계를 이루며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선호도가 높고 명망 있는 직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에도 고등 교육에 필요한 기간이 길어서 학생들이 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과학 및 기타 STEM 관련 직업에서 여성의 부족은 지속적인 문제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유럽 연합의 대표 15개 국가(EU-15 국가)에 고용된 연구원 중 30%가 여성이었으며, 이는 전체 취업자 중 44%가 여성이었던 것과 비교해서 낮은 수치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공공 시스템(대학 및 연구 기관/센터)의 과학 연구자 중 여성은 32%에 불과하며, 더욱 높은 직종일수록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5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STEM 전문직 내 성별 불균형은 젊은 여성들의 직업적 야망, 진로 선택, 초기 교육에 대한 태도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평가되기에, 프랑스 정부는 과학 및 기타 STEM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개선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20년 동안 바칼로레아 제네랄 프로그램에서 과학 전공 트랙을 선택하는 여학생의 수가 10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하며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다만 공학, 물리학 및 수학 등의 분야는 최악의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파악된다.
프랑스는 또한 국가 차원에서 사이언스 앳 스쿨(Science at 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동아리 및 다양한 프로젝트를 포함한 과외 과학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위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학생의 자신감과 STEM 과목 학습 동기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접근 방식을 통해 초등학교 및 중등학교 내에서 과학에 대한 개인의 참여와 성과를 목표로 하는 J'aime les Sciences 프로그램과 같은 여러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가 기관은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연대회와 기술 워크숍/프로그램을 운영할 책임이 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2020년 6월, 유럽우주국(ESA)과 프랑스 국립우주교육센터(CNES)가 동시에 STEM 교육 지원을 위해서 프랑스 유럽우주교육자원사무소(ESERO)를 공식 출범시킨 바 있다.
프랑스 차원에서는 프랑스 국립 우주교육센터가 ESA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위 프로그램을 통해서 과학우주박물관(Cité de l'espace), 국립 네트워크인 Planète Sciences, 과학재단(Maisons pour la Science)이 있는 라메종 라 파테 재단(La Fondation La Main à la Pate) 등 주요 국가 파트너 컨소시엄의 교육 및 교육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기에 매우 혁신적인 결정으로 해석된다.
벨기에 - STEM 교육으로의 전환 시작
벨기에 역시 선진 경제권으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처럼 과학과 문화가 동시에 발달한 나라이지만 아쉽게도 STEM 교육에는 약간 늦은 편이다. 많은 학교가 STEM 기반 교육으로 전환할 수 없었음을 이미 알고 있는 벨기에는 현재 이를 전환하기 위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 패러다임의 변경, 커리큘럼 개발, 교사들의 STEM 교육, 시설 마련, 새로운 장비의 구매 등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아쉽게도 이러한 변화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실정으로 파악된다. 대신 벨기에의 일부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에 STEM 프로그램을 통합하는 방안을 전략과 비전의 일부로 삼고 있다.
STEM이 교육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인 앤트워프 국제학교(AIS)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위 교육기관은 장기적인 목표의 일환으로 협업 공간, 재료 및 디지털 워크샵, 제작 실험실 및 IT 공간과 같은 시설을 포함하는 학제 간 및 체험 학습 STEM 영역인 전용 STEM zone을 구축한 바 있다.
벨기에는 기술 중심의 사회에서 STEM 교육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와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현재 노동 시장에서 STEM 기술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또한, STEM 관련 인력이 너무 적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부족한 인재에 대해 매우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STEM 관련 직종은 약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자동화때문에 신체적 기술에 중점을 두거나 더욱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필요한 활동들은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이에 대응할 벨기에의 귀추가 주목된다.
네덜란드 - 유수 대학들, 과학, 기술 및 수학 교사 간의 협력을 통해 통합 STEM 교육을 실현
교육 수준이 매우 높으며 대부분의 국민이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한다는 점, 그리고 주변 거대한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나라라는 점에서 네덜란드는 벨기에,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 등과 종종 비교되는 나라이다.
네덜란드 역시 STEM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파악하고 여러 대학교에 STEM 관련 학과들을 늘리기 시작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미 1993년 중등 교육에 기술 교육을 별도의 과목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2004년부터 네덜란드의 학교는 기술 교육을 별도의 과목으로 유지하거나 과학 교육과 통합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의 통합은 일부 학교, 특히 여러 다양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에서 통합된 STEM 교육을 향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주로 iSTEM (integrated STEM; 통합된 STEM 교육)의 용어를 주로 사용하며 STEM 교육을 한데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를 봐왔다고 평가된다. 기술 교육이 제품의 제작이나 변형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과학과 동등한 영역으로 올라오며 매우 체계적인 학문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STEM 학문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예: S와 M은 늘어나고 E는 매우 적어짐) 부수적인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평가된다.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유수 대학들은 과학, 기술 및 수학 교사 간의 협력을 통해 통합 STEM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나라 중 하나이다. 특히, 여러 STEM 프로그램이 과목 전문가, 과목 교육학 전문가(대부분 교사와 교육자), 학교 교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현재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전문 지식의 결합으로 고품질의 STEM 모듈이 탄생했으며, 매우 성공적인 검증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각 모듈은 콘텐츠와 교육학 측면에서 특정 품질 요건을 충족하면 평가를 거쳐 인증을 받는 제도를 채택했으며, 위 인증을 유지하려면 4년마다 모듈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또한, 2016년부터 네덜란드의 세 공과대학교에서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교사가 일반적으로 부족함을 깨닫고, 디자인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춘 새로운 유형의 STEM 교사를 교육하고 있다.
유럽의 STEM 교육 시리즈 연재 안내
유럽의 STEM 교육 (1) - 독일어권 국가들(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유럽의 STEM 교육 (2) - 프랑스어권 (프랑스, 벨기에) 국가들 그리고 네덜란드
유럽의 STEM 교육 (3) - 영어권 국가들 (영국, 아일랜드)
유럽의 STEM 교육 (4) - 북유럽 국가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유럽의 STEM 교육 (5) - 남유럽 국가들 (이탈리아, 스페인)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3-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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