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워터(Nature Water)’는 수(水)자원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과학‧사회과학‧공학적 연구를 총망라하는 모든 연구의 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발간하는 네이처출판그룹(NPG)은 지난 1월 19일 ‘네이처 워터’ 창간호를 발간하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네이처 워터는 다른 네이처출판그룹의 학술지들과 달리 사회과학적 연구도 담긴다. 과학 전문 학술출판사가 사회과학자들과 손을 잡은 이유는 명료하다. 과학적 연구의 힘만으로는 물 부족이라는 인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26%는 안전한 식수 없어
물은 지구상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다.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가 발현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바로 물이다. 지구 표면의 약 71%가 물로 덮여 있으며, 그중 2.5%가 담수다. 우리가 쉽게 쓸 수 없는 빙하나 만년설 등을 제외하면 우리가 사용 가능한 물은 전체 물의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유엔(UN)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인구의 26%는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며, 46%는 안전하게 관리되는 위생 시설이 없다. 매년 8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은 식수로 인해 사망한다. 물과 위생에 관한 문제는 저개발국만의 위기는 아니다. 부유한 국가들 역시 물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구 증가로 인해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수질오염도 야기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기온 상승, 홍수 및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물의 양과 질을 크게 감소시킨다.
한 곳에서의 물 이용이 다른 곳의 이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물은 세계적인 공동재다. 1999년 당시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이스마일 세라겔딘은 “21세기의 전쟁은 석유 전쟁이 아니라 물 전쟁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수원을 공유하는 국가 간의 갈등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집트는 나일강 수자원을 두고 에티오피아와 오랜 기간 국제 물 분쟁을 펼치고 있으며, 인더스강을 끼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Nature Water, 물 연구 오픈 사이언스 생태계 견인
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사회과학‧공학 분야의 모든 지식을 통합하고, 융합하여 함께 새로운 지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네이처출판그룹은 새로 출간된 ‘네이처 워터’를 여러 연구자들의 통찰력을 모으고 연구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첫 호(Vol.1)에 실린 연구들의 내용만 살펴봐도 이러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물을 적게 또는 사용하지 않으며 배설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하수도 위생 시설, 수력 발전, 물 관련 경제적 불평등 등 여러 분야의 논문에 담겼다.
줄리아 마틴-오르테가 영국 리즈대 지속가능연구소 교수는 논평을 통해 “그간 사회과학 연구는 자연과학 및 공학적 연구가 끝난 후에 역할을 발휘하는 식으로 다른 분야와 동등한 위상을 갖지 못한다고 여겨져 왔다”며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세계적 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사회 과학을 연구 프로세스의 핵심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처 워터는 오픈 사이언스를 촉진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물은 공공재인 만큼, 물 관련 연구결과는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또한 네이처 워터는 수질 및 물 접근성에 큰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에서 오픈 사이언스를 통해 손쉽게 연구 및 지식이 전달돼야 더 큰 사회적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엠마 슈만스키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대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야생 동물, 인구 및 수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오픈 사이언스를 향한 한 걸음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작은 노력이지만,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많은 연구자와 학계가 이 노력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5년 만의 물 관련 국제회의 3월 개최
현재 국제 위생 기준에 맞게 먹을 물을 관리하는 국가는 전 세계의 25%에 그친다. 기후변화가 물 위기를 심화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거나 조치 자금을 할당한 곳은 전 세계 국가 중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는 올해 3월 미국 뉴욕에서 UN 물 회의(UN 2023 Water Conference)를 개최한다. 매년 83만여 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식수로 인해 사망하지만, 물 관련 국제회의는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회의 이후 약 50년 만이다. 이번 회의는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 중 6번째 항목인 물과 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물 행동 의제(Water Actions Agenda)’와 같은 자발적인 약속 및 서약을 수집할 예정이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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