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타우루스 소행성이란?
센타우루스(혹은 켄타우루스, Centaurs)는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며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인 종족을 뜻한다. 덕분에 전혀 다른 두 가지 성질이나 외형이 합쳐져 있는 형태를 센타우루스에 비교하며 위 이름을 명명하곤 한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BA. 2 그리고 BA. 5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전염력이 강한 BA. 2.75 변이는 센타우루스 변이라고 불린다.
궤도의 긴 반지름이 목성형 행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행성이 있다. 이들은 크게 찌그러진 긴 타원형 궤도를 가지고 있기에 먼 궤도를 돌고 있는 장주기 혜성과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는 소행성대의 소행성 특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도 제트 추진 연구소(JPL)에 의해서 센타우루스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참고로 이들의 궤도는 질량이 큰 목성형 행성들과 한 번 이상 교차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센타우루스 소행성은 1920년 처음 발견 (944 히달고) 되었고, 이후 1977년 2060 키론이 발견되며 별도의 소행성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태양계에서 최소 지름이 1km 이상인 태양계의 켄타우로스 소행성은 최저 44,000개에서 10,000,000개 이상에 이른다고 예상되고 있다.
소행성이 목성, 토성처럼 고리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센타우루스 소행성군 중 10199 커리클로(Chariklo)는 가장 유명한 소행성 중 하나이다. 위 소행성은 지름 약 250 km 정도(약 지구 직경의 1/50정도)로 소행성대 소행성들과 비슷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토성과 천왕성 궤도 사이 (토성으로부터 대략 32억 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궤도를 돌고 있다. 위 소행성이 유명한 이유는 목성이나 토성의 그것처럼 (매우 옅은)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리는 본체 중심에서 대략 40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본 소행성을 돌고 있다.
2013년 펠리페 브라가-리바스 박사(Dr. Felipe Braga-Ribas)가 이끄는 팀은 지상 망원경을 사용하여 별 앞을 지나가는 커리클로를 관측하였는데, 놀랍게도 별은 커리클로 뒤에서 사라지기 전 두 번 깜빡이고 다시 나타난 후 두 번 더 깜빡였다. 이러한 별의 밝기 변화는 커리클로의 두 개의 얇은 고리에 의해서 발생했으며, 이를 통해서 위 소행성은 두 개의 얇은 고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관련 정보 보러 가기)
위 발견은 작은 태양계 물체 (small-bodies) 주변에서 처음으로 감지된 고리이며, 이러한 고리는 목성, 토성, 해왕성 등 큰 행성 주변에서만 발견될 것이라고 예상되었기에 큰 관심을 끄는 발견으로 기록되었다. 현재까지 위 소행성의 직접적인 외형 모습은 촬영되지 않았다.
제임스 웹, 성공적인 커리클로의 고리 관측을 수행하다
제임스 웹은 위 소행성의 고리가 배경 별 앞을 지나가는 엄폐 현상(occultation)을 관측하였다. 스페인 그라나다 Instituto de Astrofísica de Andalucía의 파블로 산토스-산츠 박사(Dr. Pablo Santos-Sanz)는 하이디 함멜 박사(Dr. Heidi Hammel)가 이끄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태양계 GTO(Guaranteed Time Observations) 프로그램의 일부로 엄폐 관측을 시도하는 “Target of Opportunity” 프로그램(프로그램 1271)을 승인한 바 있다.
이는 바로 커리클로의 고리가 2022년 10월에 엄폐 현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계산과 예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정교하게 진행된 관측으로 제임스 웹으로 처음 시도되었던 최초의 항성-소행성 고리 엄폐이다. 초 민감도를 자랑하는 제임스 웹과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관측이다.
지난 해 10월 18일, 함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장비를 사용하여 별 Gaia DR3 6873519665992128512를 면밀히 모니터링했다. 이를 통해서 별의 밝기 저하와 함께 엄폐 현상이 발생했음을 발견했고, 이는 커리클로의 고리에 의해서 생성된 것임을 확인했다. 위 결과는 예측되었던 계산과 정확히 일치했으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새로운 태양계 천체 탐색 방법으로 기록되었다. (고해상도 이미지 보러 가기)
산토스-산츠 박사는 이러한 엄폐 광도 곡선(occultation light curve)은 제임스 웹을 통한 새로운 과학 현상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고리의 두께, 입자의 크기 및 색상 (천문학에서의 색상은 어떤 파장에서 빛나는지를 나타내는 용어)마저도 관측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통해서 더 희미한 새로운 고리 관측이 가능할 수 있음이 예측되고 있으며, 이러한 관측자료가 쌓이면 고리의 기원에 관해서도 탐구할 수 있을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NIRCam기기와 필터 F150W(중심 파장 1.5 마이크로미터)로 관측 결과 고리는 과거에 커리클로와 충돌한 얼음 본체의 잔해와 혼합된 작은 얼음 물 입자로 구성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그래프의 상단에는 얼음 몸체와 그 고리에 대한 배경 별의 상대적 위치 변화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별은 경로를 따라서 두 지점에서 고리 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아래 그래프는 2022년 10월 18일 오전 9시 33분에서 9시 41분 사이 별의 상대적 밝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즉, 별이 커리클로 고리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졌을 때 두 개의 깊고 좁은 하강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별이 커리클로의 뒤로 지나가진 않았지만, 커리클로의 고리 뒤로 지나갔음을 알 수 있다. 별의 밝기가 고리 뒤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를 제외하고는 일정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커리클로 표면의 구성 물질들, 결정체 얼음이 발견되다
엄폐 직후 제임스 웹은 다시 커리클로를 관측했고 이번에는 커리클로와 그 고리에 의해서 반사된 빛에 대한 관측이 수행되었다 (GTO 프로그램 1272). 위 스펙트럼은 커리클로 시스템에서 물 얼음의 세 가지 흡수선을 보여주고 있는데, 위 분광 관측을 이끈 뇌미 피닐라-알론소 박사(Dr. Noemí Pinilla-Alonso)는 스펙트럼에서 반사된 대부분의 빛은 커리클로 자체에서 나왔으며 앞으로도 여러 관측이 계획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고리의 시야각이 변화함에 따른 변화를 파악해서 커리클로의 구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가능해지리라 예측된다.
이번 관측에서는 커리클로 표면의 결정체 얼음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3.2 마이크로미터 부근에서 보이는 얼음의 시그니처 피크는 비정질 얼음(Amorphous ice)과 결정체 얼음(Crystallince ice) 모두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1.6 마이크로미터에서 보이는 작은 피크는 결정체 얼음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의 민감도를 통해서 이를 구분할 수 있었으며, 이는 얼음의 이동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면 비정질 얼음은 분자가 정연하지 않은 형태로 지구에서는 극히 드물지만, 극저온의 우주에서는 흔하다. 천체의 환경(주로 압력)에 따라서 비정질 얼음이 결정질 얼음으로 변화하는 온도가 달라지지만 일정 온도 이상이 되었을 때만 결정질 얼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온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비정질에서 결정질 얼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를 통해서 얼음의 진화와 이동에 대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 즉, 커리클로는 일정 온도 이상(대략 130K)의 온도를 경험했다는 말과도 같으며 계속해서 태양계 바깥에 있지 않았음을 시사해준다. 센타우로스 소행성들은 찌그러진 궤도 곡선을 가지고 있기에, 위 발견과 일치하는 온도 환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3-02-0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