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과학계의 보이콧과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에 따라 우주개발 등 프로젝트가 잇달아 차질을 빚었고, 특히 기후대응과 세계안보 및 에너지안보에 있어 큰 우려를 남겼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과학계 즉각 ‘보이콧’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도 2022년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지난 2월 세계의 과학계는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 강한 비난과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연구기관은 러시아와 관계를 끊고 자금지원과 협업을 중단했고, 학술지 저널은 러시아 연구자의 원고를 ‘보이콧’하는 등 항의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민간인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전사자 및 사상자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10만여 명의 국가 연구원이 전쟁의 여파에 휘말렸으며, 그 중 1/4에 해당하는 2만 2천 명이 나라를 떠났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과학자들도 자국의 침공 행위에 보이콧하며 맞섰다.
유럽 최대 원전을 포격? ‘체르노빌의 악몽’
이어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자포리지아(Zaporizhzhia) 원전을 포격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과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있었던 만큼, 원자로 안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노심용융)이나 원자력 누출 등의 위험이 없는지가 가장 먼저 우려되고 시급히 안전 여부가 확인되었다.
자포리지아 원자력 발전소는 유럽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로,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950MW 규모)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이다. 총 5,700MW의 전력을 생산해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세계 안보 위협에 대한 경각심과 에너지 안보 문제를 초래했다.
이후로도 러시아군은 자포리지아에 포격을 가했으며, 현재로 발전소는 러시아군이 계속 점령하고 있다.
세계 과학계 국제협력 ‘균열’…우주개발에 타격
한편 과학계에서는 러시아의 불의한 침공 행위에 지식인이자 전문가로서 응당 항의 행위를 펼쳤으나, 과학 분야에 있어 긴밀하게 이어져 온 국제적 공조체계가 큰 타격을 입었음을 우려했다.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와 공동 프로젝트를 취소함에 따라 국제연구에서 단절이 잇달아 발생했고, 많은 과학자들이 러시아를 떠났다. 그 영향으로 과학에 있어 필수불가결로 여겨지던 ‘국제협력’의 가치도 크게 낮아졌다. 유럽의 각계 연구소에서는 ‘러시아인이라고 기회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을 표명했으나, 러시아 과학자의 사기 또한 크게 저하됐다.
특히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화성탐사 프로젝트(ExoMars)에 있어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와 협력을 종료함에 따라 일정의 상당한 지연이 기정사실화되며 향후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또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을 선언,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표명함에 따라 큰 균열이 생겼다.
에너지안보와 기후대응에 ‘적신호’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은 ‘에너지안보’를 대두시켰다. ‘에너지안보’란 에너지 공급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질 없이 이뤄지는 능력을 말한다. 유럽연합은 천연가스의 40% 이상과 석유의 25% 이상, 석탄의 50%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2019년 기준)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 제재(유럽)에 대한 보복으로 가스 공급을 대폭 줄였고, 이로 인해 에너지공급불안 및 가격급등이 촉발됐다. 이처럼 자원의 무기화가 고조됨에 따라 차후 갖춰야 할 중요한 안보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유럽은 러시아의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부족 문제는 물론 국제적 기후 대응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축소와 청정에너지 전환을 계획하고 있던 유럽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러시아 당국 또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202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데, 국제협력이 단절됨에 따라 탈탄소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낮아져 우려를 빚고 있다.
- 김미경 리포터
- 저작권자 2022-12-2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