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덕분에 우리는 어두운 곳에서 불을 밝히고, 지인과 온라인으로 소통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전기를 활용하는 유일한 생명체인 것은 아니다. 곤충도 전기를 생존에 이용한다. 그런데 최근 곤충이 전기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날씨에 영향을 줄 만큼 강한 전기를 발생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꽃과 벌의 스파크
꿀벌은 전기 신호를 이용해 더 많은 꿀이 남아있는 꽃을 찾는다. 201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보고된 연구에서 영국 연구진은 꿀벌이 전기를 이용해 찾아갈 꽃을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내부 전하를 감지할 수 있는 공간 안에 꿀을 묻힌 꽃과 쓴 액체를 묻힌 꽃을 두고 꿀벌의 이동을 관찰했다. 꿀을 묻힌 꽃에는 꿀벌이 날개를 저을 때 발생시킨다고 알려진 양(+)전하를 대전시켰다. 꿀벌은 전하를 띈 꽃을 더 많이 찾아갔다. 이후 연구진이 꽃에 대전된 전하를 없애자, 꿀벌은 두 종류의 꽃에 골고루 찾아갔다.
다니엘 로버트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꿀벌이 꽃에 앉으면, 꽃잎에는 양전하가 발생하는 식으로 일시적으로 전기적 상태가 바뀐다”며 “벌이 향기를 비롯한 다른 요소보다 전기장에 의해 꿀이 있는 꽃을 감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이 날개를 빠르게 저으면 양전하가 발생하고, 꽃에 앉을 때 꽃잎에도 양전하가 대전된다. 즉, 다른 벌들이 다녀간 꽃에는 꿀이 가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감한 벌들이 전기장을 효율적으로 꽃을 찾는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날갯짓 ‘티끌’모아 ‘태산’같은 전기 발생
최근 꿀벌이 전기를 생존에 이용할 뿐만 아니라 대기 전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연구용 벌집 근처에 전기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를 배치하고, 꿀벌 떼가 군집 행동을 할 때의 전기장 변화를 측정했다. 곤충들이 떼 지은 밀도에 따라 1㎡ 당 100~1,000V(볼트)까지 전압이 증가했다. 꿀벌의 날개를 저을 때 발생하는 정전기가 모여 천둥을 일으키는 구름보다 강력한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곤충의 군집 행동이 대기 전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에 메뚜기 떼의 움직임을 대입해 계산해본 결과, 메뚜기 떼가 무리지어 날면 폭풍 구름과 비슷한 수준의 대기 전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5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 전기가 국지적 날씨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꿀벌이 유발한 전기가 먼지나 환경오염물질이 움직이는 방향도 바꿀 수 있으며, 국지적 날씨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엘라드 헌팅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원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물리학이 생물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지만, 생물학이 물리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사례는 거의 없다”며 “토양의 미생물과 곤충 떼 그리고 전지구적 전기 회로에 이르기까지 자연계 전체는 전기를 매개로 다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 yskwon0417@gmail.com
- 저작권자 2022-11-0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