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운동은 건강 유지 및 체력증진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체육 활동을 통해 개인의 즐거움을 획득하는 사람도 많다.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외부활동에 제약이 있음에도 우리나라 국민의 60.8%는 다양한 체육 활동을 하면서 일상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은 어떤 운동을 선호할까.
문체부가 발표한 2021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주로 걷기(41.4%) 활동을 하지만 최근 골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같은 조사를 보면 골프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19년 5.0%, ‘20년 5.5%, ’21년 6.8%로 증가해 2021년 골프 인구는 56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의 이면에는 여러 환경 요인이 작용하지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공을 더 멀리 목적한 스팟에 보내는 활동 그 자체에 희열을 느낀다고 답한다. 무게 50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공에 적절한 힘을 가해 공기의 저항을 뚫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메커니즘, 그리고 미세한 변수를 조절하는 용구들의 진화가 스포츠의 매력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스포츠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포츠과학은 스포츠 현장에 존재하는 과학적인 양상을 설명하고 예견하는 종합학문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메가 이벤트는 이미 첨단 스포츠과학의 향연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활동하는 생활스포츠 곳곳에서도 스포츠와 과학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공’을 다루는 구기 종목은 스포츠과학이 적용된 대표적인 분야다. 스포츠 용구의 발전 방향이 그러하듯 공 역시 최상의 경기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공의 크기, 모양, 재질 등을 과학으로 검증한 후 만들어낸다. 이번 가을 구기 종목을 시도할 계획이라면 ‘공’에 숨겨진 스포츠과학을 눈여겨보기를 바란다.
골프공, 공기의 저항을 감소하는 울퉁불퉁한 공
최근 골프가 인기 스포츠로 부상하면서 골프공에 숨은 과학적 원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골프공은 골프 규정에 따라 무게 45.93g을 넘지 못하고, 직경은 42.67mm 정도로 제작된다. 내부는 마치 지구의 단면도와 유사하게 코어와 멘틀, 커버를 기본으로 다층구조로 구성돼 있으며 각기 다른 소재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골프공의 표면에는 평균 깊이 0.175mm의 딤플(골프공의 홈)이 300~500개가량 있다. 이러한 골프공은 매끈한 표면의 공보다 상처가 난 골프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골퍼들의 경험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기 역학 원리가 그 핵심이다.
딤플은 골프공의 공기저항을 감소시키고, 반대로 회전을 더 강화시킨다. 공기 중에 뜬 공 뒤쪽에는 회전으로 인해 소용돌이가 발생하면서 저항력이 생긴다. 이로 인해 공에 압력이 가해지고 뒤로 당기는 힘이 발생해 공의 속도를 낮춘다. 하지만 공의 딤플들은 공기 뒤쪽의 소용돌이를 줄여 후류의 폭을 감소시키고, 일시적으로 공기압을 높여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도록 돕는다.
공인구, 가장 완벽한 ‘구’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
올해 3월 국제축구연맹(FIFA)는 2022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를 공개했다. 역대 14번째 공인구다. 이를 제작한 아디다스는 “경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빨라질수록 정확성과 비행 안정성이 중요해졌다.”면서 알 릴라는 공인구 사상 처음 수성 잉크와 수성 접착제를 사용해서 기존의 어떤 축구공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월드컵에서 공개되는 공인구는 말 그대로 스포츠과학 그 자체라고 할 만큼 매우 정교하게 제작된다. 때문에 ‘축구공의 역사가 곧 월드컵의 역사다’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 때문에 세계 축구 강국인 독일의 라이프니츠 대학은 축구공을 연구하는 기관을 별도로 운영하며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공’을 연구한다.
기본적으로 축구공은 불규칙성을 줄이기 위해 완벽한 구형을 추구한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축구공은 오각형과 육각형 외피 총 32개로 만들어진 공이다. 이러한 구성은 오일러(Leonhard Euler)의 ‘다면체 정리’를 따른 것으로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정육각형 모양의 가죽을 접합하여 가장 완벽한 구의 형태를 만든 것이 그것이다. 이후 12조각, 18조각, 48조각 정다면체를 붙인 축구공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32조각 구성이 가장 견고하고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글로벌 스포츠 기업들은 축구공의 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개최국의 이미지를 상징한 디자인은 물론 스포츠과학의 한 분야로서 소재, 탄성, 반발력, 균형감 등을 연구하여 가장 완벽한 축구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용된 ‘텔스타18;은 역대 공인구 중에서 가장 완벽한 구의 모습을 구현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등장한 ’트리콜로‘는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켜 공격수들이 가장 선호했던 공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11월에 개최하는 카타르월드컵 때는 공인구를 주목해 보는 것 역시 스포츠를 즐기는 한 방법일 것이다.
농구공, 코트를 누비는 주황색 공
농구는 대중적인 스포츠 중 하나이다. 실내운동이지만 농구공과 골 바스켓만 있으면 시공간의 큰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농구는 국제농구연맹(FIBA) 규격인 길이 28m, 너비 15m 경기장을 빠르게 오가는 선수들과 그 손에서 탄력 있게 튕기는 주황색 공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농구공은 왜 주황색일까.
1890년대 농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던 때에는 공의 커버가 바깥에 드러나 있는 풋볼을 가지고 경기를 진행했지만, 빠른 경기의 특성상 선수들과 관중들이 모두 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했고,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토니 힌클이 지금의 농구공을 고안해냈다.
이후부터 농구공은 가시성 확보와 선수들의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주황색으로 제작된다. 즉 주황색 농구공은 농구코트의 바닥 색깔과 유사하지 않아야 공을 혼동 없이 포착할 수 있어야 하되, 실내의 조명을 반사해 선수들에게 눈의 피로를 주는 색을 피해야 하는 조건을 갖춘 색인 셈이다.
빠른 속도로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과 바스켓을 통과하는 농구공이 선사하는 희열은 주황색 공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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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09-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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