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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2-09-14

2억3000만 년 전 살았던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공룡 국제연구진 ‘음비레사우루스 라티’로 명명… 트라이아스기 ‘기후 장벽’ 증거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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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공동연구팀이 발견한 새 공룡 ‘음비레사우루스 라티’의 상상도. 음비레사우루스 라티의 뒤쪽으로 초식 공룡인 린코사우루스 두 마리(오른쪽), 악어의 조상인 아이토사우루스(왼쪽), 포유류의 조상인 사이노돈트를 쫓고 있는 거대 육식 공룡 헤레라사우루스(맨 뒤)의 모습도 담았다. 연구진은 2017년과 2019년에 걸친 두 번의 탐사 끝에 이들 공룡의 흔적을 발굴했다. 2억3000만 년 전 아프리카 지역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 Virginia Tech

 

약 2억30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공룡이 발견됐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진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남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공룡 뼈를 발굴하고, 이 공룡에 ‘음비레사우루스 라티(Mbiresaurus raathi)’라는 이름을 붙였다.

음비레사우루스 라티의 키는 6피트(1.8m), 몸무게는 20~60파운드(9.07~27.22kg) 가량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공룡 뼈를 근거로 음비레사우루스 라티는 긴 목과 꼬리를 가진 용각류이며, 두 다리로 서 있고, 작은 머리와 톱니 모양의 치아를 가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용각류에 속한다.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8월 31일자에 실렸다.

 

짐바브웨 북부 댄드 지역에서 발굴

▲ 공룡 뼈를 발굴 중인 교신저자인 스털링 네스빗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수(왼쪽)와 1저자인 크리스토퍼 그리핀 미국 예일대 박사후연구원의 모습(첫 번째 사진). 그리핀 연구원이 음비레사우루스 라티의 아래턱 뼈 일부를 손에 쥐고 있다. Ⓒ Virginia Tech

연구진은 짐바브웨 북부 댄드 지역에서 손과 두개골의 일부만 제외하고 대부분 온전하게 보전된 공룡 뼈를 찾아냈다. 제1저자인 크리스토퍼 그리핀 미국 예일대 박사후연구원(前 미국 버지니아공대 박사과정생)은 “흙 속에서 대퇴골로 보이는 동물 뼈를 처음 찾았을 때 곧바로 공룡의 뼈임을 알아챘다”며 “이어 허벅지 뼈와 왼쪽 엉덩이 뼈를 발견하면서는 ‘내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공룡을 쥐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며 심호흡만 내뱉었다”고 발견 순간을 회상했다.

▲ 음비레사우루스 라티의 해부학적 구조 Ⓒ Nature

연구진은 공룡 뼈 주변에서 발견된 화석을 근거로 음비레사우르스 라티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 약 2억5200만 년 전에서 2억100만 년 전의 시기) 후기에 해당하는 시대인 ‘카르니안절(Carnian)’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카르니안절은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속한 수각류,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속한 용반류, 트리케라톱스가 속한 조반류 등이 이때 살았다. 실제로 남미와 인도 지역에서 이 시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다.

교신저자인 스털링 네스빗 미국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음비레사우루스 라티와 같은 초기 공룡이 발견될 때마다 과학자들은 공룡 진화의 역사를 고쳐 쓴다”며 “공룡의 역사는 늘 우리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다.

한편, 네스빗 교수의 연구 인생도 흥미롭다. 네스빗 교수는 1988년 16세의 나이로 뉴멕시코에서 진행된 공룡 화석 발굴 조사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발굴팀은 소형 수각류 화석을 찾아냈는데, 2019년 네스빗 교수는 이 화석의 정체를 완벽히 밝혀낸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실었다. 네스빗 교수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조상 격인 이 공룡에 ‘수스키티란누스 하잘라에(Suskityrannus hazelae)’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등학생 시절 발굴한 화석의 정체를 20년 만에 풀어낸 것이다.

 

트라이아스기 공룡 거주지에 관한 증거 제시

▲ 트라이아스기 후기 카르니안절에 짐바브웨는 판게아의 남부에 위치(노란색 별)했다. 보라색 별은 다른 카르니안절 공룡들이 발굴된 지역으로, 동일한 기후대에 공룡들이 거주했음을 알 수 있다. Ⓒ Nature

네이처에 실린 이번 연구는 새로운 종류의 공룡 발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트라이아스기 공룡의 이동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트라이아스기 전 세계는 하나의 초대륙인 판게아(Pangaea) 형태였다. 판게아 안에는 어떤 바다도 존재하지 않아 공룡들은 남북으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흩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음비레사우루스와 같은 초기 공룡의 화석은 판게아 남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이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은 초기 공룡은 기후로 인해 지구 상의 소수 지역에서만 거주했다는 가설을 제시해왔다.

판게아의 기후는 위도에 따라 달랐다. 적도 부근 저위도 지역은 건조하고, 짐바브웨가 속한 고위도 지역은 습하고 초목이 풍부했다. 대부분의 공룡은 건조한 사막을 피해 남부의 온대 기후에 살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건조한 저위도 지역의 기후가 공룡의 판게아 내 이동을 막는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그 당시 남위 50도(적도로부터 남부로 50도 떨어진 위선) 기후대를 따라 초기 공룡 화석들이 많이 발견된다. 연구진 역시 고기후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 기준 브라질 남부, 인도를 연결하는 선을 긋고 짐바브웨 북부 댄디 지역을 탐사지로 결정했다.

그리핀 연구원은 “초기 공룡들은 ‘기후 장벽’에 가로막혀 판게아 남부에서만 제한적으로 거주했고, 나중에야 전 세계적으로 흩어졌다”며 “고대 지리 및 기후, 공룡 가계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후 장벽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며 초기 공룡이 북쪽으로 이동했고, 이후 장벽이 다시 돌아오며 판게아 전역에서 공룡이 계류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라이아스기에 기후 장벽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한 셈이다.

▲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약 2억3300만 년 전 초기 초식 공룡의 화석이 출토된 장소(lsch, P)와 그린란드 제임스 랜드에서 2억1400만 년 전 공룡 화석이 출토된 위치(JL). Ⓒ PNAS

지난해 2월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진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장벽이 무너진 시기는 약 2억14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판게아 시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의 10배인 4000ppm에 달했다. 하지만 약 2억1500만~2억1200만 년 사이에 절반 수준인 2000ppm으로 떨어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습한 곳은 더 습해지고, 건조한 곳은 더 건조해지게 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감했다는 것은 기후가 전체적으로 온화해졌다는 뜻이다. 급격한 이산화탄소 농도 저하가 기후장벽을 무너뜨리고 공룡의 이주를 도왔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에서도 약 2억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화석이 발견되는 이유다.

한편,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룡 화석은 브라질에서 발견됐다. 공식적으로는 역사상 최초의 공룡이며, 약 2억332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남아프리카 탄자니아 지역에서 2억430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 동물이 아직 공룡인지 파충류인지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2-09-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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