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프랑스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트가 발견됐다. 당시 기술로서는 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악기의 연대를 추적한 결과, 약 5만 3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인류 최초의 그림으로 알려진 라스코 동굴벽화보다 두 배나 오래된 셈이다.
인간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즐기게 됐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진화론의 기초를 확립한 찰스 다윈은 음악의 기원에 대해 구애 행위의 일부라는 ‘성적 충돌설’을 주장했다. 원시 시대에 사냥이나 집단 노동을 할 때 표현과 소통을 더 잘하기 위한 목적에서 음악이 탄생했다는 ‘집단 노동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어미와 젖을 찾는 포유류 새끼들의 울음이 음악으로 발전했다는 ‘유아 가창설’도 있으며, 아기들을 재우기 위한 어미의 자장가가 기원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신호 기원설, 유희 기원설, 주술 종교설 등등 음악의 기원에 대한 가설은 매우 다양하다.
노래하는 새는 인간의 리듬 감각을 공유하지만, 포유류에서 그 같은 특성이 있는 동물을 찾기란 매우 드물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여우원숭이 인드리(Indri Indri)는 울부짖음과 같은 신비로운 노랫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키가 약 1m로서 현존하는 여우원숭이 중 가장 큰 종인 인드리는 노래하는 영장류이자 멸종 위기종이기도 하다.
인간 음악에서 발견되는 두 가지 리듬 패턴 지녀
이탈리아 토리노대학의 연구원들은 인드리의 노래가 인간의 음악 문화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보편적인 리듬을 지니고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12년 동안 지역 영장류 연구그룹의 협력 하에 마다가스카르의 열대우림을 방문했다.
인드리는 열대우림의 깊숙한 곳에 살므로 그들의 노래를 채집하기 위해선 숲에서 그들을 추적하는 데만 몇 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구진은 20개 인드리 집단에서 39마리의 노래를 녹음해 636건의 녹음 파일을 얻을 수 있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안드레아 라비그나니(Andrea Ravignani) 박사팀은 소리나 파동을 시각화하여 파악하는 스펙트로그램으로 그 노래 파일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인드리의 노래가 인간의 음악에서 발견되는 두 가지 리듬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나는 각각의 음 간격이 1:1로 균등하게 배치되는 리듬이며, 다른 하나는 음 사이 간격이 앞의 음보다 두 배 긴 1:2로 배치되는 리듬이었다. 이 두 가지 패턴의 리듬은 모든 관객이 따라 부르는 ‘떼창’으로 유명한 록그룹 퀸의 노래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에서도 나온다.
또한 연구진은 인드리의 노래가 여러 전통 음악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 연주하라는 음악 용어)’처럼 속도를 늦추는 음악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아닌 포유류에서 이 같은 리듬적 보편성이 발견된 것은 최초라고 밝혔다.
추가 분석 결과, 암수 인드리가 부르는 노래는 리듬이 모두 같았지만 빠르기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컷 인드리가 암컷보다 중간 음을 더 길고 빠르게 내었던 것. 노래하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암컷보다 수컷이 체력적으로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0월 25일자에 게재됐다.
장거리 통신과 영토 방어 위해 진화한 것으로 추정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토리노대학의 키아라 데 그레고리오(Chiara de Gregorio) 연구원은 “음악성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며 “다른 종의 음악적 특징을 찾는 것은 리듬 능력이 인간에게서 어떻게 생겨나고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명백한 리듬이 있는 노래는 인간 외에 금화조 같은 새에서만 확인됐다. 연구진은 여우원숭이 인드리가 왜 이 같은 독특한 재능을 계발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장거리 통신과 영토 방어를 위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인간과 인드리 간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775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따라서 인드리에서 인간의 음악적 특징이 발견된 것은 음악의 기원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인드리가 태어날 때부터 노래하는 법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그들이 연습해서 배운 기술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다음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음악의 기원을 어쩌면 인드리가 알려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한 가지 우려 사항을 전했다. 인드리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노래 솜씨를 연구하기 위해선 너무 늦기 전에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21-10-2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