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시끄럽고 복잡하게 대화를 나눠도 사람들은 안다.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더 잘 들린다는 것을. 왜 그럴까? 과학자들은 박쥐 무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박쥐가 무리 속에서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두뇌의 비밀’을 밝혀냈다.
10월 22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UC Berkeley) 뉴로배트(NeuroBat) 연구실은 사회적 포유류의 뇌가 복잡한 집단 상호 대화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처음으로 엿보는 연구를 발표했다.
신경 과학자들은 이집트 과일박쥐(Egyptian fruit bat)가 자유롭게 무리지어 상호작용하면서 때때로 높은 음조의 끽끽거림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무선 신경 기록장치로 박쥐의 뇌 활동을 추적했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사회적 포유동물들은 전형적으로 집단으로 상호작용한다. 이집트 과일박쥐는 특히 큰 무리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 특히 발성에 대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동물 한 두 마리를 대상으로 수행되고, 실제 집단 환경에서 수행되지 않았다”고 UC 버클리 뉴로배트 연구실의 대학원생인 마이몬 로즈(Maimon Rose)는 말했다.
친근한 박쥐 소리 더 잘 알아들어
놀랍게도 박쥐는 ‘친근한’ 박쥐가 만들어 내는 의사소통, 즉 가까운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박쥐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가 다른 박쥐의 뇌에서 더 높은 수준의 상관관계를 유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UC 버클리의 마이클 야르세프(Michael Yartsev) 신경생물학 교수는 “이 연구는 사회 집단 내의 의사소통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얻기 위해 수행한 첫 번째 연구”라고 말했다.
사람 처럼 이집트 과일박쥐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다. 익은 열매를 찾아 10마일 이상을 비행한 후, 이 야행성 동물은 수백에서 수천 마리의 다른 박쥐와 함께 동굴에서 꽉 낀 채로 낮시간을 보낸다. 이 박쥐는 음식, 수면 공간, 짝짓기 시도 등을 놓고 다투기 위해 목소리를 낸다.
이 박쥐는 수명이 약 25년이나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삶은 집단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낸다. 따라서 무리에서 소통하는 능력은 이집트 과일박쥐 삶의 본질적인 특징이다.
실험실 환경에서도, 박쥐는 군중 속에서 편안함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며, 전형적으로 그들 대부분의 시간을 꽉 막힌 무리 속에서 서로 물리적으로 압박당하는 데 보낸다. 특히 이집트 과일박쥐는 반향정위(echolocation, 소리가 부딪혀서 되돌아오는 것을 측정해서 방향을 정하는 것)를 위해 끽끽 소리를 내는 것 외에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지 않으며, 무리지어 있을 때만 다른 박쥐에게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박쥐가 소리를 내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박쥐들은 무리를 지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누가 소리를 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다른 각도로 촬영하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마이크가 많았지만,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어떤 박쥐가 소리를 내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연구팀은 어느 박쥐가 소리를 내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목걸이처럼 박쥐의 목에 거는 무선 진동 센서를 개발해서 소리 낼 때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했다. 진동 센서는 동시에 여러 박쥐의 신경 데이터를 무선으로 기록하는 기능과 결합하여 박쥐의 집단 소통에 대한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
뇌 세포를 보면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있다
연구원들은 실험실에서 박쥐의 발성과 뇌 활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네다섯 마리의 박쥐 무리가 어두운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도록 허용했다. 그들은 각 박쥐의 전두엽 피질(동물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중재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역)에서 어떤 박쥐가 소리를 내는지에 따라 별도의 뉴런 세트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상관관계가 너무 강해서 어떤 뉴런이 어떤 박쥐와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 연구원들은 순전히 다른 박쥐의 신경 활동을 보고 어떤 박쥐가 목소리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공동저자인 보아즈 스티르(Boaz Styr) 박사는 “어떤 뉴런은 그룹 내의 특정한 박쥐 한 마리가 말하고 있을 때만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뉴로배트 연구실의 초기 연구는 이미 한 쌍의 박쥐가 교제하면 두 박쥐의 뇌가 동기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흥미롭게도, 무리 구성원 사이의 상관관계 정도는 어떤 박쥐가 말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였고, 어떤 박쥐는 특정한 개체와 더 강한 동기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뇌 사이의 패턴은 몇 주 동안 지속되었는데, 아마도 개인들 간의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이 어떤 특정한 사회적 상황을 쉽게 헤쳐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신경학적 토대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정신건강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르체프 박사는 이 연구가 신경과학자들이 사회적 포유동물의 집단적 의사소통에 대해 더 포괄적으로 살펴보도록 영감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생활은 복잡하고, 특히 집단 소통은 더욱 복잡하다. 여러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구누구가 친구이고 그 순간에 각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등 각각의 상호작용에는 복잡한 관계의 역사가 담겨 있다. 야르체프 박사는 “뇌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복잡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21-1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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