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은 모든 인류의 꿈인 동시에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과제다. 생명연장을 향한 이런 맹목적인 꿈이 중국의 진시황제로 하여금 불로초를 구하도록 만들었고,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들이 냉동인간을 소재로 다루었다.
특히 불로초와는 달리 냉동인간은 상당한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가 거는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냉동보존 기간에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아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과학으로는 요원한 치료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어 냉동인간의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세포 및 장기들의 복원 기술이 등장하면서 냉동인간이 전혀 불가능한 방법만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기술로 냉동인간 회생은 불가능
냉동인간의 정식 명칭은 ‘냉동보존술(cryocics)’이다. 지난 1960년대 초반, 미국의 물리학자인 ‘로버트 에틴거(Robert Ettinger)’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냉동보존술에 대한 개념이 제시됐다.
냉동보존술의 연구 목적은 현재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의료기술이 발전한 미래에 소생시켜 병을 고치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만 놓고 보면, 환자가 사망한 후 냉동 보존하는 정도까지의 기술만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동된 신체를 어떻게 해동하며, 환자를 어떻게 깨울 것인지에 대한 기술은 전혀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냉동되었던 환자가 다시 깨어나려면 정신적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세포나 장기 등이 다시 회복되어야 한다. 해동 과정에서 세포나 신체조직, 또는 혈관 등이 손상을 입지 않아야 하고 특히 뇌세포가 영향을 받지 말아야 조금이라도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나 장기를 냉각할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얼음 결정이다. 세포 속에 포함된 수분이 얼어붙어 얼음 결정이 생기면, 부피가 커지면서 세포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조직 역시 같은 현상으로 얼음 결정에 의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동인간이 미래에 깨어날 때를 대비하여 과학자들이 마련한 조치가 있다. 바로 냉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얼음 결정이 세포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동결보존액을 주입하는 것이다. 동결보존액은 체내에 들어가 일종의 부동액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문제는 동결보존액을 주입한다고 해서 정말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세포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냉동인간의 보존 기간이 보통 50년에서 길게는 100년 정도로 예상하는 만큼, 동결보존액의 효과를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현존하는 기술로는 냉동인간을 회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최근 들어 냉동인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줄기세포로 만든 심장 조직의 일부 회복 확인
냉동인간의 성공 가능성을 이끌 수 있는 실마리는 미 캘리포니아대의 ‘보리스 루빈스키(Boris Rubinsky)’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해 풀리고 있다. 이들 연구진은 10년이 넘는 기간을 신체 장기 중에서도 냉동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심장에 대해 연구해 왔다.
루빈스키 박사는 “간이나 폐처럼 운동성이 없는 장기들도 냉동했다가 해동하면 원래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하며 “그런데 끊임없이 움직이는 심장을 복원해야 하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그 어려움은 상당히 컸다”라고 말했다.
루빈스키 박사와 연구진은 심장을 냉동시키는 과정에서 ‘과냉각(supercooling)’ 기술을 이용하여 얼음 결정이 생성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했다. 과냉각이란 온도가 0℃ 이하인데도 어떤 물체 내의 물방울들이 얼지 않아 원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줄기세포로 제작한 심장 조직을 이용해서 냉동과 해동 과정을 검증했다. 영하 3℃에서 냉동시킨 심장 조직을 24시간과 48시간, 그리고 72시간 후 37℃로 높여 해동했다. 그 결과, 조직의 60~85% 정도에서 정상적 수축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루빈스키 박사는 “줄기세포로 제작한 심장 조직의 냉동 및 해동 실험 결과를 심장 전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얼렸다가 녹인 신체 장기가 어느 정도는 다시 재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커다란 성과”라고 자평했다.
연구진이 이처럼 심장을 비롯한 신체 장기를 냉동시켰다가 복원하려는 이유는 오랫동안 보존해도 문제가 없는 장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장기이식 수술에 있어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이식 수술은 촌각을 다투는 작업인데, 이는 제공자의 심장이 오랫동안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박동이 일어나는 동안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냉동했던 심장이 해동 후 다시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촌각을 다툴 필요없이 여유 있게 수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번 실험 결과가 냉동인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포나 장기 등의 신체적 회복만 가지고 냉동인간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신체적 회복과는 별개로, 예전의 지능이나 기억들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냉동과 해동의 변화가 뇌 신경망과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성공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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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0-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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