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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기자
2021-10-19

의족에 동력 연결… 힘 덜 들이고 ‘자연스럽게’ 걷는다 외골격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적용하여 12Kg 배낭 벗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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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에 동력을 공급해 힘 덜 들이고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는 새로운 외골격이 소개됐다.

미국 유타대 기계공학과 토마소 렌지(Tommaso Lenzi) 조교수 팀은 무릎 위의 하지가 절단된 여섯 명에게 새로운 자율 동력 엉덩이 외골격(exoskeleton)을 장착해 시험한 결과, 보행 에너지 효율(metabolic walking economy)을 12.7~18.5% 향상시켰다고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11일 자에 발표했다.

착용자의 허리와 허벅지를 감싸는 형태인 이 외골격은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 모터와 내장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해 다리 절단 환자가 훨씬 적은 노력으로 걸을 수 있게 한다. [관련 동영상]

외골격을 장착한 의족으로 걷는 모습. 동영상 캡처. © The University of Utah, College of Engineering

하지 절단되면 삶의 질 크게 저하

무릎 위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환자들은 다리 근육의 대부분이 상실되기 때문에 움직이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삶의 질 자체가 심각하게 저하된다.

렌지 교수는 “그런 사고를 당하면 엉덩이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걷는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며, “의족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고 가동 범위도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 절단 장애인을 위한 표준 의족은 원래의 인체 다리가 갖는 생체역학적 기능을 완전히 복제하기가 어렵다. 그 결과, 무릎 위 절단 환자는 착용한 보철물(의족)의 에너지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절단된 다리 위쪽과 온전한 한쪽 다리를 과도하게 사용해 힘껏 움직여야만 한다.

미국 유타대 기계공학과 토마소 렌지 교수(왼쪽)가 하지 절단 환자를 위해 개발한 실험적인 외골격 착용을 돕고 있다. 경량으로 구동되는 이 외골격은 모터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고급 알고리즘을 활용해 착용자가 훨씬 적은 힘으로 걸을 수 있도록 한다. © Dan Hixson/University of Utah College of Engineering

렌지 교수는 이번 외골격 개발에서 보철물에 추가 에너지를 제공해 걷는 것이 다시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를 위해 착용자의 허벅지에 가볍고 효율적인 전자기 작동기를 연결시켰다.

허리에 장착한 벨트에는 맟춤형 전자 시스템과 미세 제어기, 고급 제어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센서를 배치했다.

논문 공저자인 단테 아르찬젤리(Dante A. Archangeli) 연구원은 “외골격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고 움직임을 돕는다”고 말했다. 이 장치의 작동기는 왼쪽이나 오른쪽 다리 어느 곳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허리 벨트의 좌우 양쪽에 장착이 가능하다.

허리에 벨트처럼 두르고 허벅지에 장착하는 외골격 장치 모습. 동영상 캡처. © The University of Utah, College of Engineering

페달 밟을 때 동력 보태는 전기 자전거와 유사

렌지 교수가 개발한 외골격은 영화 주인공인 아이언맨의 파워 슈트나 작업자가 무거운 짐을 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른 외골격 수트와는 좀 다르다. 착용자가 걷기에 충분한 정도의 추가적인 힘만을 보태준다.

렌지 교수는 이 장치를 자전거 라이더가 오르막길에서 페달링을 할 때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 자전거에 비유했다.

연구팀은 무릎 위 절단 환자 여섯 명의 대사율을 기록하면서 개발한 외골격을 테스트했다. 환자들이 외골격을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 트레드밀 위를 걸으면서 나타내는 산소 흡입량과 이산화탄소 수치를 측정했다.

외골격 작동을 설명하는 토마소 렌지 교수.

테스트 결과, 모든 시험 대상자들은 신진대사율이 향상돼 외골격을 착용한 상태에서 에너지 소비가 평균 1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렌지 교수는 “이것은 26파운드(11.8kg)의 배낭을 벗어버리는 것과 같아, 실제로 크나큰 발전”이라며, “평균적인 사람들이 같은 속도로 걸을 때 소비하는 에너지에 가깝고, 체력 수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사 소모량은 정상인과 구분할 수 없는 정도”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매우 가볍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라고 말했다. 프레임은 탄소 섬유 소재로, 다른 부품들은 합성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전체 외골격의 무게는 5.4파운드(2.45kg)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네이처 메디신’ 11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Medicine

“수 km를 걸을 수 있어요”

이번 테스트에 참가한 스탄 샤르(Stan Schaar) 씨(74세)는 “외골격을 사용해 보니 거의 인체 다리와 가까웠다”고 말했다.

샤르 씨는 “처음 사용했을 때 외골격과 내 근육이 완전히 융합돼 더 빨리 움직이도록 도와주었다”며, “내 다리가 긴장을 풀고 앞으로 나아가고 걷는데 도움이 됐고, 외골격이 근육 움직임을 도와주기 때문에 몇 Km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렌지 교수는 이 외골격을 빠르면 몇 년 안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참전 장애 용사를 위해 이 새로운 외골격 개발에 98만 5000달러를 지원했고, 올해 초 국립과학재단으로부터 58만 4000달러의 연구비를 받았다.

렌지 교수는 “국립과학재단 보조금으로 개발 작업을 계속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잘 걸을 수 있도록 더 나은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병희 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1-10-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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