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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1-09-30

영장류 멸종으로 더 많은 기생충이 멸종한다 기생충 멸종으로 '생태계 네트워크' 불안 조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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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 고릴라 등 영장류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장류를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사냥, 덫, 삼림벌채 등의 인간 활동을 줄어들지 않은 채 전 세계 약 500종의 영장류 중 절반 정도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더 주목해봐야 할 것은 영장류 몸 안에 사는 기생충이다. 미 듀크대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영장류와 함께 멸종하고 있는 기생충이 영장류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을 수 있다.”며,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213종의 영장류 중 108종이 멸종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영장류 몸 안에 서식하고 있는 기생충도 함께 멸종해 서로 연관관계에 있는 생태계 네트워크를 손상해 생태계 불안정을 가속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가장 작은 영장류인 필립빈 안경원숭이. ⓒWikipedia

멸종위기 직면한 기생충에도 관심 기울여야

이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 몸에 서식하고 기생동물의 약 85~95%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세계 자원과 자연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멸종을 경고하는 ‘레드 리스트(Led List)’에 기생동물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일부 생물학자들로부터 우려를 사왔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 제1저자인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Duke Lemur Center)의 제임스 에레라(James Herrera) 교수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기생충의 멸종을 우려하는 이런 노력이 이상한 일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특히 기생충은 ‘보존하기보다는 근절하고 싶은 것’으로 몸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징그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수는 “기생충이 항상 눈에 띄는 증상을 일으키거나 숙주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기생충의 경우 신체가 다른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되거나 자가면역 질환을 억제하는 것과 같은 놀라운 일을 하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장류의 멸종이 이런 다양한 기생충의 멸종을 동반하고 있다.”며,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이들 기생동물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관련 논문은 20일 ‘왕립학회 자연과학 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됐다. 제목은 ‘영장류와 기생충의 공존 예측(Predictions of primate–parasite coextinction)’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기생충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그동안 간과돼왔던 기생동물 관련, 미래 생물다양성 손실은 숙주와 기생충 간의 관계를 포함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강한 생태학적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원숭이, 유인원, 여우원숭이, 갈라고 등 213종의 영장류와 영장류 몸 안에 서식하고 있는 763종의 기생충이 관련된 상호작용 네트워크(interaction network)를 분석했다.

영장류 114종 멸종하면 기생충 176종 멸종

그런 다음 멸종위기에 처한 영장류 114종을 제거한 후 영장류 멸종이 자연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상황을 예측했다.

그 결과를 연구팀이 개발한 ‘상호작용 네트워크’ 시스템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영장류에 서식하던 기생충 176종이 멸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영장류 기생충 가운데 23%에 달하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176종의 기생충이 멸종한 다음 남아 있는 영장류 사이에서 벌어질 상황이다. 생존한 영장류들의 몸 안에서는 기생충과의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숙주인 영장류의 멸종이 숙주와 기생충 간의 네트워크를 교란시미고, 잠재적으로는 기생충의 2차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에레라 교수는 “영장류 숙주가 사라지면 그것과 연결된 기생충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하나의 멸종이 또 다른 멸종을 낳는 치명적인 폭포(deadly cascade)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에레라 교수는 고전적인 어린이들의 게임 커플렁크(KerPlunk)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십자형 막대기 위에 놓여 있는 구슬로 채워진 투명한 튜브 속에서 막대기를 제거해가면서 막대기에 걸린 구슬을 수집하는 게임이다. 여기서 막대기는 영장류, 구슬은 기생충과 유사하다는 것.

막대기가 많이 남아 있을 때는 구슬 역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막대기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남아 있는 구슬들은 폭포수처럼 무너져내리는데 막대기(영장류)가 사라지면서 구슬(기생충) 역시 이처럼 무너져내린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현재 213종의 영장류 중 108종이 멸종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108종이 멸종한다면 추가로 250종의 기생충이 멸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멸종 위기는 마다가스카르 섬과 같은 고립된 곳에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다가스카르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숲, 불법 사냥 및 애완동물 거래 등으로 여우원숭이 종의 95%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데 여우원숭이 몸에 서식하는 기생충의 60% 이상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석을 통해 많은 기생충이 숙주를 떠나 다른 숙주에 정착할 수 있는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라리아, HIV로 인한 AIDS, 황열병과 같은 인간의 가장 악명 높은 질병 중 일부는 다른 영장류에서 시작돼 사람들에게 퍼져 나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1-09-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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