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워싱턴은 기온이 49도까지 치솟았다. 캐나다 브리티시는 47도를 찍으며 1937년 서스캐츠원주의 45도 기록을 갈아 치웠다. 미국 기상청은 올해 발생한 불볕더위를 두고 트위터에 ‘역사적(Historic)’, ‘위험한(Dangerous)’이라는 단어로 심각성을 알렸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고온 현상으로 세계 식량작물 생산에 적색등이 켜지면서 고온과 물 부족에 대응하는 식물 개발이 필요한 상황. 식물학자들은 고온에 견디는 다양한 식물 생리 연구로 기후변화를 극복할 의지를 다지고 있다.
보리에서 발견…고온에도 개화하는 조절 단백질
온도 스트레스는 식물의 표현형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 조건에 민감한 곡물은 온도가 상승하면 기본적으로 생산하던 종자 수를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온도가 높아질 때 반응하는 요인을 조절해 이삭의 수를 늘리면 기온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식물이 번식하려면 꽃과 가지의 발달이 필요하다. 이것은 유전적이고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조절된다. 하지만, 꽃차례 구조가 온도에 반응하는 방식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이 생리적 원리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인자를 보리에서 찾아냈다.
‘MADS 박스 단백질’로 알려진 ‘HvMADS1’이 고온에 반응해 보리의 이삭 꽃차례에서 꽃 수를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MADS 박스 단백질’은 DNA에 결합해 유전자들의 전사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다.
즉, 주변 온도가 오르면 꽃차례나 이삭 등이 분지하지 않도록 단백질이 작동한다. 만약 유전자 편집을 통해 단백질 기능을 침묵시키면 높은 온도에도 많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HvMADS1의 기능을 상실한 돌연변이체로 실험해보니, 열 스트레스 조건(낮 28도, 밤 23도)에서도 꽃차례 구조가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아직 작물에 활용되지 않는 생물학적 제어 도구지만 기후에 민감한 식물 육종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C3 작물 단점 보완한 ‘효율적 광합성 시스템’ 연구
높은 온도는 식물의 물 가용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식물은 광합성의 원천인 물 사용을 위해 뿌리에서 물을 흡수해 잎까지 전달하는 증산작용을 일으킨다. 그러나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증산율은 증가하고, 뿌리의 흡수능력이 초과해 결국 기능을 멈춘다.
식물학자들은 이 문제 해결 초점을 광합성 방식에 맞췄다. 옥수수, 수수, 사탕수수 등의 C4 식물과 선인장, 파인애플 등의 캠(CAM) 식물을 제외하곤 대부분 작물은 C3 식물에 속한다. 하지만 C3 식물은 광 효율에서 C4 식물보다 떨어진다.
‘루비스코(Rubsico)’라는 광합성 효소가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데, C3 식물은 3개의 탄소 원자를 고정하는 과정에서 산소도 함께 고정. 광호흡을 발생해 식물 에너지가 소모되어 광합성이 느려진다. 반면, 4개의 탄소를 고정하는 C4 식물은 엽육세포(mesophyll)에 ‘PEP 카복실화 효소’가 있어 산소를 제외한 탄소만 고정하는 장점이 있다. C4 식물은 C3 식물보다 수분이 적고 높은 기온, 강한 광선,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광합성 효율이 높다.
영국 에식스대 생명과학부 크리스틴 레이즈 교수 연구진은 C4 식물의 DNA 내 유관속초(bundle sheath) 발현을 유발하는 활성인자(activator)와 엽육세포 발현을 제한하는 억제제(repressor) 존재를 발견했다. 지난 2월 호주국립대 식물과학부 연구진은 C4 식물의 광합성률에 관여하는 유관속초 세포벽 ‘수베린 층’의 중요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건조에 최적화된 CAM 식물은 물을 보존하고 가뭄을 견디는 체계로 구성됐다. 밤에 이산화탄소를 얻고, 증발 스트레스가 많은 낮에는 기공을 닫는 효율 높은 방식을 취한다. C4와 CAM 식물의 효율적 시스템을 C3 식물에 적용할 수 있다면 고온 환경에도 안정된 당을 만들 수 있다. 식물의 광합성에 관한 전문 연구는 일리노이대학의 스티브롱 교수가 주도해 세계 여러 대학 연구진이 참여하는‘RIPE(Realizing Improved Photosynthetic Efficiency)’프로젝트가 잘 알려져 있다.
바닷물로 물주기 가능할까…내염성 작물 조절자 발견
기후변화로 문제 되는 현상 중 하나는 염분 농도 변화다. 과학자들은 지하수의 염분농도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내염성 작물 육종을 연구 중이다. 지난 5월 싱가포르 국립대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염분 스트레스에 진화한 유전자 조절네트워크의 조절인자를 알아냈다. 우산이끼(Marchantia polymorpha)와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가 염분 스트레스 시 ‘WRKY’ 전사인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농경지 작물에 관한 내염성 유전자 연구 성과는 높다. 중국은 하이브리드벼 육종가인 위안룽핑 박사 연구진이 내염성 야생벼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일명 해수벼를 개발했다. 일본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돌연변이체 분석기술을 활용해 농경지 작물의 염해를 줄이는 유전자 개발 속도를 가속화 중이다.
국내에서도 염분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밝힌 사례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6월 벼에서 염분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1,124개 유전자를 선별했다. ‘PsGAPDH’가 스트레스 지표 유전자인 트레할로스-6-인산 합성효소(TPS)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sGAPDH’는 당 분해효소로 벼가 염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전분과 당 대사에 참여하면서 염해를 극복하는 데 작용한다.
여러 식물의 진화 상황을 고려한 연구를 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바닷물을 관수로 쓸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날이 올 수도 있겠다.
- 정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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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8-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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