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시간 여행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미래로 가서 주인공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나 미리 알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 더 나아가 과거로 가서 어릴 때 했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아 현재를 바꿀 수 있다면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를 꾸밀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 여행이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의 눈으로 볼 때 시간 여행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과거에는 시간이 어느 곳에서나 변하지 않고 똑같이 흐르는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생각이 틀렸음을 밝혀냈다. 아인슈타인은 광속도 불변의 원리로부터 특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였다. 광속도 불변의 원리는 빛의 속도가 어떤 경우에도 초속 30만 km이며 우주에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원리이다.
또한, 빛의 속도는 자연계의 최고 속도로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위치에서 누가 관찰하든 빛의 속도는 언제나 초속 30만 km이다. 그래서 우주선이 아무리 빠르게 날더라도 그 안의 우주인이 보는 우주선 밖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km로 변함이 없다. 우주선이 광속에 가까이 날아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벗어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나란히 시속 11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그 자동차가 시속 10km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광속의 80%(초속 24만 km)로 나아가는 우주선이 빛과 동시에 출발했다고 하자. 그러면 1초 후에 우주선은 24만 km를 나아가고, 빛은 30만 km를 나아가므로 우주선과 빛 사이의 거리는 1초 후 6만 km가 된다. 그러면 우주선 안의 우주인이 볼 때 빛의 속도는 초속 6만 km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광속도 불변의 원리 때문에 우주선 안의 우주인이 보는 빛의 속도는 여전히 초속 30만 km이다. 그러면 빛은 1초 후 우주선보다 30만 km 앞에 있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광속은 빛이 나아간 거리를 경과 시간으로 나눈 것이므로, 빛의 속도가 정해져 있다면 우주선 안과 밖의 경과 시간이 서로 다를 때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계산을 해 보면, 초속 24만 km로 나아가는 우주선 밖에서 1초가 흐를 때 우주선 안에서는 0.6초밖에 흐르지 않는다. 만약 우주선이 광속의 98% 속도로 나아가면, 우주선 안의 시간 흐름은 우주선 밖의 20%밖에 안 된다. 그래서 우주선이 거의 광속으로 나아가면 우주선 안의 시간 흐름은 거의 멈추게 된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중력이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든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빛은 천체의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데, 빛이 휘어진다는 것은 천체에 가까운 쪽에서 빛의 속도가 느려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커브를 돌 때 커브 안쪽이 더 느려져 안쪽 바퀴가 바깥쪽 바퀴에 비해 느리게 도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런데 이것은 빛의 속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광속도 불변의 원리와 모순된다. 속도는 간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것이므로 시간이 작아지면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이 작아진다는 것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뜻이다. 중력이 매우 강한 천체인 블랙홀 곁에서는 빛이 많이 휘어지는데, 멀리서 보면 이 빛의 속도가 느리게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에 빛의 곁에서 보면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km를 그대로 유지한다.
시간 여행은 가능하다
미래에 어떤 아이가 엄마를 지구에 남겨둔 채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상상을 해 보자. 그런데 지구에 남은 엄마는 열 살이나 나이를 먹은 데 비해, 우주여행을 하고 온 아이는 한 살밖에 나이를 먹지 않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이가 타고 간 우주선이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나아가면서 우주선 안의 시간 흐름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아이는 9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시간 여행을 하고 미래의 지구에 도착한 셈이 된다. 결국, 빛의 속도로 나아가는 우주선을 타면 미래로의 시간 여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거로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공동 연구자인 네이선 로젠(Nathan Rosen)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해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 시공간의 구멍인 웜홀의 존재를 예언했다. 만약 웜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웜홀을 이용하여 우주에서 먼 거리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여행할 수 있다. 웜홀의 한쪽 구멍으로 뛰어든다면 얼마 있다가 우주의 다른 쪽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웜홀의 출입구 하나를 빛의 속도로 멀리 보냈다가 되돌아오게 하였다고 하자. 그러면 이 출입구는 이동하는 동안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 예를 들어 웜홀의 출입구 하나를 2011년에 빛의 속도로 멀리 보냈다가 다시 돌아오게 하면, 이동하지 않은 출입구의 시간은 10년이 지난 2021년이고 이동한 출입구의 시간은 2년만 지난 2013년일 수 있다. 그러면 우주선을 타고 2021년의 출입구를 들어가서 2013년의 출입구로 나오는 과거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 윤상석 프리랜서 작가
- 저작권자 2021-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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