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지연하는 방법은 최근 여러 연구 분야에서 목표로 하는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노화를 지연시키고 혹은,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노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접근법
예를 들어, 염색체의 말단 소체인 텔로미어(telomere)는 ‘건강’과 ‘장수’의 길을 열어줄 비밀로 전문가의 관심을 받아왔다. 염색체의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짧아지는 특징을 갖는데, 2019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연구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텔로미어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쥐들은 노화와 연관된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수명이 24% 연장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사이언스 타임즈에 소개된 KAIST 조광현 교수 실험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와 같이 유전자 발현 전사인자를 이용해 노화된 세포를 다시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부분적 역분화(partial reprogramming)’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련기사:https://url.kr/9mqs7z).
한편,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랍스터(Homarus americanus)의 유전체를 시퀀싱 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의 장수 비결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들의 신경망에 그 비밀이 있다고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랍스터는 심해 바닥에 적응해 사는 무척추동물로, 이들에게는 ‘적응적 면역 체계’가 없다. ‘선천적 면역 체계’는 비특이적으로 몸에서 감지된 병원체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고, 적응적 면역 체계는 질병에 걸리거나 예방 접종을 했을 때 우리 몸이 이에 대한 방어기제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침입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척추동물에게는 이 두 가지 체계가 모두 있고, 무척추동물에게는 선천적 면역 체계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하고 종양이 없는 랍스터
랍스터는 무게로 따지면 20kg까지, 길이로는 1m까지 자라는 심해저에 사는 가장 큰 무척추동물이다. 100살까지 장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고 번식을 하기 때문에 노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생각해왔다. 랍스터를 인간의 노화 연구를 위한 흥미로운 모델로 제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에게는 인간에게서 노화가 관계가 깊은 종양성 질환(Neoplastic disease)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랍스터의 유전체가 잘 손상되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 오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야생에서 잡힌 랍스터를 이용해 드노보 유전체 어셈블리를 완성했다. 이번 연구에서 랍스터 총 유전체가 처음으로 분석되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갑각류의 유전체에는 같은 유전정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이 많아 기술적으로 유전체 어셈블리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갑각류 중에서 유전체가 분석된 것은 7개 종뿐이라고 밝혔다.
랍스터 유전체는 안정성이 높아
먼저, 완성된 랍스터의 유전체를 연구진은 초파리와 같은 절지동물(arthropods)들의 유전정보와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랍스터에게서 절지동물들과 비교해 헤테로크로마틴의 형성이나 DNA 복구, 세포의 생존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증대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헤테로크로마틴은 DNA의 복구와 유전체 내에서 여기저기로 이동해 다니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의 활성을 억제하는 등의 일에 관여한다. 종합하면, 랍스터의 유전체는 그간 연구자들이 세운 가설과 같이 유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편, 연구진은 랍스터 유전체에 감각 기능이나 운동 기능 등의 신경 관련 유전자들의 증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양한 정보 전달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이오노트로픽 글루타메이트형 수용체(ionotropic glutamate-type receptors)들의 다양성이 눈에 띄게 높았다고 보고했다. 어두운 심해 바닥에서 사는 동물인 만큼 후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 정보를 생존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그리고 일부 수용체들이 면역력과 관련이 있음을 밝힌 이전의 논문들을 언급하며, 이것이 랍스터의 신경계가 면역계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유전체를 통해 이들의 장수하는 특징과 심해저에 적응한 비결을 이해하는데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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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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