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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정승환 객원기자
2021-06-25

아스피린 성분이 생태계를 복원한다? 살리실산, 기후 온난화 대비 식물 생장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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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살리실산이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숲 및 지역 토착 식물이 소실되는 상황에서 생태계 복원에 초점을 맞춘 연구다.

호주 커틴대 연구진은 생태계 복원에 초점을 맞춘 연구에서 살리실산을 함유한 종자 코팅으로 토착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묘목 생존율이 높아진 결과를 얻었다. 사진은 호주 무티출루(mutitjulu) ⓒClaudio Silvano, 픽사베이

호주 커틴대 분자생명과학대학원 시몬 페드리니 박사 연구진은 지난 9일 온라인 과학전문지인 ‘플러스 원(PLOS ONE)’에서 “살리실산을 함유한 종자 코팅으로 파종 시 묘목 생존율이 향상됐다”라고 밝혔다.

살리실산 효과…고온 환경 내 발아, 생존율 향상

통증을 완화하는 아스피린은 살리실산염계의 약제다. 살리실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처음 채취돼 살릭스(Salix)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식물 내부에서는 메틸기가 붙어 ‘살리실산메틸’로 변환되어 외부 병충해나 환경적 스트레스를 방어하는 호르몬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식물 성장 및 발달에 살리실산이 지원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진은 호주 남부의 오스트로스티파 스카브라(Austrostipa scabra), 마이크롤에나 스티포이데스(Microlaena stipoides), 리티도스퍼마 제니쿠래텀((Rytidosperma geniculatum) 등 토착종이면서 여러해살이 식물인 그라스를 대상으로 살리실산 효과 실험을 수행했다.

버드나무와 살리실산 분자 구조. 살리실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처음 채취, 라틴어 ‘살릭스’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위키피디아

관찰 결과, 낮은 농도로 살리실산을 처리한 종자는 바이오매스 생산을 증가시켰다. 물론 식물 종간 반응은 다양했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졌다. 이런 반응은 실험 관찰 기간인 더운 여름철에 효과를 나타냈다.

무처리한 종자보다 살리실산을 처리한 종자가 평균 15%까지 생존율이 향상됐다. 특히, 마이크롤에나 스티포이데스는 17.5%까지 향상된 생존율을 나타냈다. 수분이 적은 고온 스트레스를 견디는 상황에서 살리실산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식물의 생존율 향상은 외부 스트레스가 활성산소종(ROS)을 매개하고, 방어 관련 기작이 발생하면서 살리실산의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설명했다. 활성산소종은 과산화물, 초과산화물 등 불안정한 산소를 포함한 화학물질로 살리실산이 외부 환경 스트레스에 방어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어할 때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종자에 흡수한 살리실산은 살리신 글루코사이드로 전환되어 액포로 옮기고, 체내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어 살리실산 효과가 수개월 간 지속된 것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에 사용된 코팅 종자. (왼쪽부터)오스트로스티파 스카브라, 마이크롤에나 스티포이데스, 리티도스퍼마 제니쿠래텀 ⓒPLOS, 시몬 페 드리니

살리실산에 관한 효과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복원 프로젝트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투마마 공원(Thumama Nature Park)에서 수행한 생태계 복원 실험에서 살리실산을 처리한 식물 10만3,000개 중 약 40%의 식물이 한 달에 1리터 관수에도 살아남았다. 살리실산이 수분 손실을 조절하는 항스트레스제 역할을 한 것이다.

살리실산 포함 종자코팅…일반 처리 이상의 효과

이번 연구에서는 살리실산을 식물 종자에 자연스럽게 흡수키 위해 ‘종자코팅’을 사용했다. 보통 작거나 부정형 종자를 점토 등으로 색을 입혀 둥글게 피복. 상품화하거나 기계 파종 시 작업을 편리하게 한 방법이다. ‘종자피복’이라고도 부르고 ‘종자펠릿팅(seed pelleting)’도 종자 코팅 방법이다.

최근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 종자코팅한 조림수종인 소나무, 편백나무코팅 종자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종자 코팅 기술을 사용하면 종자의 수명 연장과 보존하는 장점 이외에 미량원소, 발아 촉진제 등 다양한 활성 성분을 전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위적으로 살리실산을 처리한 종자보다 코팅을 사용한 종자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종자 발아에선 약 10%의 향상된 변화를 보였다.

연구에 참여한 호주 광산부지복원센터(ARC) 소장인 킹슬리 딕슨 박사는 “종자코팅 기술은 살리실산을 토종 종자에 적용해 파종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유용 물질을 전달해 토착 식물 복원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70개국 회원으로 구성된 국제생태복원협회(SER)는 UN의 복원 목표를 수행하고자 ‘생태복원 실행을 위한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 표준안에는 토종 종자 수집, 생산, 품질측정, 저장 및 판매 등을 포함한다. 국제연합(UN)은 6월 5일에 ‘UN 생태계 복원 10년’이라는 구호로 2030년까지 세계 수십억 ㏊의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생태복원협회가 밝힌 생태계 복원 활동과 토착 종자 공급 시스템 ⓒ광산부지복원센터(ARC), 시몬 페드리니

딕슨 박사는 “이번 연구가 UN 생태복원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극한 온도, 염분, 병해충 및 제초제, 식물의 종류 등에 대한 살리실산 코팅 기능을 평가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승환 객원기자
biology_sh@daum.net
저작권자 2021-06-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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