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금까지는 관찰이 어려웠던 생물학적 구조를 밝혀낼 수 있는 양자현미경이 개발됐다.
호주 퀸즈랜드대 연구팀이 만든 이 양자현미경은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다양한 응용 영역을 비롯해 배나 항공기의 운항에서부터 의료 영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9일 자에 발표됐다.
이번에 개발된 현미경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에 의해 구동된다. 아인슈타인은 이 양자 얽힘 효과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유령 같은 원격 상호작용(spooky interactions at a distance)’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양자 얽힘이란 짝을 이룬 입자 같이 상관관계가 있는 두 부분계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한쪽의 변화가 즉시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으로, 이를 이용한 양자암호, 양자컴퓨터, 양자전송 실험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센싱 기술에서의 패러다임 변화”
퀸즈랜드대 양자 광학 연구실 및 퀀텀 공학 시스템 ARC 센터 워릭 보웬(Warwick Bowen) 교수는 이 현미경이 현존 최고의 기술을 뛰어넘는 성능을 지닌 최초의 얽힘 기반(entanglement-based) 센서라고 밝혔다.
보웬 교수는 “이번의 획기적인 센서 개발은 더욱 나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부터 자기공명영상(MRI) 기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새로운 기술을 촉발할 것”이라며, “양자 얽힘이 양자 혁명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마침내 양자 얽힘을 이용하는 센서가 기존의 비양자 기술을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하고,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일로, 센싱(sensing)에서 양자 얽힘이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보인 최초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호주의 양자 기술 로드맵은 양자 센서가 의료와 엔지니어링 및 운송과 자원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의 물결을 분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벽을 뛰어넘다
이번 연구팀이 양자 현미경 개발에 성공한 주요 요인은 전통적인 광학 기반 현미경에 존재하는 ‘어려운 장벽(hard barrier)’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보웬 교수는 “인간의 세포와 같은 연약한 생물학적 시스템은 짧은 시간 동안만 생존할 수 있으며 이것이 주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가장 좋은 광학 현미경은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레이저 빛을 활용한다.
보웬 교수는 “우리 현미경의 양자 얽힘은 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35% 향상된 선명도를 제공하며, 그에 따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미세한 생물학적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그 이점은 생명 시스템에 대한 더욱 나은 이해에서부터 향상된 진단 기술까지 여러 분야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폭넓은 기술 혁명의 문 열 것”
보웬 교수는 양자 얽힘을 기술에 적용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컴퓨팅과 통신 및 센싱에서 양자 얽힘은 일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
그는 “완벽하게 안전한 통신은 수십 년 전 기존 기술보다 절대적인 이점을 가진 양자 기술이 처음 시연됨으로써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최고 성능 컴퓨터보다 더 빠른 양자 컴퓨팅은 구글이 2년 전 양자 컴퓨터의 절대적인 이점을 처음 보여줌으로써 증명됐다.
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센싱 기술인데, 이번 연구팀이 그 간격을 메웠다는 것. 보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광범위한 기술 혁명의 문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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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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