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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한소정 객원기자
2021-06-03

식물이 땅에 살게 도와준 착한 곰팡이 물에서 육지로의 진출을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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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발표된 논문에 삽입된 그림으로, 식물이 수지상 균근균(AM)과 공생을 하면 (오른쪽), 물과 여러 무기질의 흡수가 용이해진다는 것을 설명한다.©Jacott et al. 2017

태초의 식물은 물속에서 살았다. 지금 육지에 번성한 식물은 4억 5천만 년 전에 물에서 땅으로 이주해온 것이다. 수중에서 진화해 살던 식물이 땅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물속에서와 달리 건조한 대기와 자외선, 양분이 많지 않은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육지 식물의 80%가 수지상 균근균(arbuscular mycorrhizal fungi)과 공생관계를 이루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팡이의 공생

공생은 서로 다른 종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끼와 유사한 지의류(lichen)도 곰팡이와 공생을 하는데, 곰팡이가 이들의 광합성 세포를 감싸고 보호해주고, 지의류는 광합성을 통해 얻은 탄소원을 곰팡이에게 주는 식이다.

동물로서는 개미 중에도 곰팡이와 공생 관계에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잎꾼개미(leaf-cutting ants)인데, 사람이 농사를 짓듯이 나뭇잎을 잘게 찢어 개미집 안의 농장에 가져다 놓고는 그 위로 곰팡이, 혹은 버섯을 길러 식량을 마련한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육지 식물이 곰팡이와 공생 관계를 이루고, 곰팡이에게 꼭 필요한 지질(lipids)을 나눠주는 한편, 식물이 스스로 모으기 어려운 물과 인, 질소 등의 양분을 땅에서 흡수하는데 곰팡이의 도움을 받는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는, 이 수지상 균근균이 이 같은 공생을 통해 식물들이 땅에 정착하도록 도왔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땅에 사는 식물들의 진화 그 첫 단계가 이 공생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곰팡이와 육지생물의 공생은 4억 5천만 년 전부터 있었을까

먼저 연구진은, 수지상 균근이 식물들이 지상에 적응하는 것을 도왔다면, 관다발 식물(vascular plants)과 비관다발 식물(nonvascular Bryophytes)로 분기하기 이전에 공생이 시작되어 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수지상 균근균과의 작용에 관여하는 전사(transcription) 과정이 이 두 계열의 식물에게 공통적으로 보존되어 있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이를 시험하기 위해, 연구진은 비관다발 식물 ‘윤기우산이끼(Marchantia paleacea)’에 수지상 균근을 접종하고 각각 3주, 5주, 8주 이후에 RNA 시퀀싱을 했다. 모든 생물은 세포 속에 책처럼 저장된 DNA로부터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mRNA로 복사해 단백질을 만들기도 하고 분자생물학적 작용을 한다. RNA 시퀀싱은 이 mRNA를 확인하는 기술로, 수지상 균근의 접종 이후 윤기우산이끼의 어떤 유전자들에서 전사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수지상 균근을 접종하지 않은 대조군에 대해서도 RNA 시퀀싱을 해 비교 분석했다.

윤기우산이끼©위키커먼스

그 결과, 연구진은 곰팡이 접종을 한 뒤에 윤기우산이끼에게서 1,200여 개의 유전자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 중 1,000여 개는 상향 조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이전에 보고된 계통학적으로 다양한 다섯 가지 속씨식물들에 대한 결과와 비교 분석했다. 윤기우산이끼와 이들 속씨식물 사이에는 공통으로 상향 조절된 유전자가 있었다. 바로, 지방산 생합성과 막 수송(transmembrane transport), 산화환원효소의 활성, 단백질 분해에 관련된 유전자였다. 연구진은 이것을, 식물이 분기 전인 4억 5천만 년 전에 수지상 균근균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이후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편, RAM2, STR, STR2와 같은 지방산 생합성에 관련된 유전자는 속씨식물이 지방질을 수지상 균근균에게 수송하는데 꼭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이 비관다발 식물인 윤기우산이끼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질의 한 종류인 트리아실글리세롤(triacylglycerol)을 추적하고, 윤기우산이끼로부터 곰팡이에게로 지질이 수송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공생에 꼭 필요한 유전자 해초에는 없어

연구진은 윤기우산이끼와 곰팡이의 공생에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 유전자 중에서도 수중 식물인 해초에게는 없고 윤기우산이끼에게만 있는 MpaWRI에 관심을 가졌다. 이는, 식물들이 육지로 진출한 뒤에 생긴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MpaWRI를 제거한 윤기우산이끼를 만든 후에 이들에게 곰팡이를 접종했을 때, 곰팡이가 뿌리로 침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의 공생이 성립하는데 중요한 유전자가 식물이 지상으로 진출한 뒤에 생겨났을 것임을 암시하는 또 다른 증거였다.

이번 연구는 곰팡이와의 공생에 필수적인 유전자가 계통발생학적으로 다양한 육지 식물들, 특히 비관다발 식물에도 공통으로 보존되어 있고, 그 기능이 실제로 식물과 곰팡이의 상호작용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밝혔다. 오랫동안 가설로 존재하던 것을 분자생물학적 연구로 확인시킨 것이다.

한소정 객원기자
sojungapril8@gmail.com
저작권자 2021-06-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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