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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21-06-01

두 원자의 은밀한 대화를 엿들었을까? 자기 원자의 양자 상호작용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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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수많은 원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아마 이것을 '거대한 그룹 채팅'으로 볼 수 있다. 원자들이 양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델프트 공과대학교(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연구원은 아헨 대학과 율리히(Jülich) 연구 센터와 협력해 두 원자 사이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연구 결과를 5월 28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됐다.

물론 원자가 진짜로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원자는 서로에게 반응한다. 특히 자성 원자가 그렇다.

티타늄 원자에 전기 펄스를 가하는 실험에 대한 예술적 표현. 전기 펄스의 결과로 티타늄 원자의 자기 모멘트가 갑자기 뒤집힌다. 인접한 티타늄 원자(오른쪽)는 이 운동에 반응하지만 빠른 움직임과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원자 사이의 자기 양자 정보의 교환이 시작하는 것이다. ©TU Delft/Scixel

"각 원자는 스핀이라고 불리는 작은 자기 모멘트를 운반한다. 스핀들이 가깝게 모이면 마치 나침반 바늘이 그런 것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이 중 한 스핀을 누르면 매우 특이한 방법으로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라고 연구의 리더인 샌더 오트(Sander Otte)는 설명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르면, 각각의 스핀은 다양한 방향을 동시에 가리키며 중첩을 형성할 수 있다. 이것은 양자 정보의 실제적인 전달이 어떤 종류의 대화처럼 원자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규모에서 원자 사이의 이런 종류의 정보 교환은 매혹적인 현상을 이끌 수 있다. 전형적인 예는 초전도 현상이다. 초전도 현상은 어떤 물질이 임계 온도 이하로 떨어지면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효과를 말한다.

아무도 초전도 효과가 여러 복잡한 재료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 양자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양자의 상호작용을 가로채는 것에 관심이 아주 많다. 다시 말해서 원자 사이의 대화를 엿듣는 것이다.

티타늄 원자 1나노미터로 배치해서 실험

오트 연구팀에서는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두 개의 원자를 서로 옆에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스캐닝 터널링 현미경(STM)의 날카로운 바늘을 이용하면, 원자를 하나하나 탐사하고 심지어 그 원자를 재배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사용하여 티타늄 원자 두 개를 1나노미터(백만분의 1 밀리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에 배치했다. 이 거리라면 원자들은 서로의 스핀을 감지할 수 있다. 이제 두 스핀 중 하나를 비틀면 대화는 저절로 시작된다.

보통, 이런 비틀기는 매우 정밀한 무선 신호를 원자에 보내면서 수행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기공명장치의 작동 원리를 연상시키는 이른바 스핀 공명 기술은 양자비트에 대한 연구에 성공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 장치는 너무 단순하고 느린 단점이 있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루카스 벨트만(Lukas Veldman)은 자기공명장치로는 두 스핀을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킬 때 발생하는 현상을 조사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새 방법을 시도했다. 갑자기 전류를 올려 두 개의 원자 중 한 개의 회전을 빠르게 했다. 그랬더니 정확히 규칙대로 아름다운 양자 상호작용이 나타났다.

펄스가 진행되는 동안 전자는 원자와 충돌하여 원자의 스핀이 회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섬세한 양자 정보의 결맞음(coherence)이 사라지고 전자의 결어긋남(incoherence)이 나타난다. 전자의 역사는 충돌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 이러한 전자의 혼돈이 원자의 스핀으로 전달되어 결맞음을 파괴한다.

새로운 형태의 양자 중첩 일으켜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볼 때 각각의 무작위 전자가 중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해석한다.

공저자인 아헨 대학의 마르쿠스 테르네스(Markus Ternes)는 “두 원자를 구성하는 결합체계의 관점에서 볼 때, 실험 결과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두 원자는 완벽한 형태의 중첩을 새로 만들어내서, 두 원자 사이의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 스핀이 모두 얽혀야 한다. 테르네스는 “고전적으로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독특한 양자 상태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양자비트에 대한 연구에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두 개의 원자를 사용했다. 하지만 세 개를 사용하면 어떻게 되고, 10개 아니면 1,000개의 원자를 사용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아직은 계산 능력이 이를 측정할 만큼 이르지 못해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누구도 들을 수 없었던 양자 대화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벨트만은 예상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1-06-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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