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동물(Megafauna)은 정의하기에 따라 40kg 이상 ~ 1,000kg 이상의 거대 동물들을 일컫는다. 통상 사람보다 훨씬 큰 동물을 말하는 것으로, 코끼리나 사자, 호랑이, 기린, 코뿔소, 고래와 같은 현존하는 동물 종들과 공룡이나 매머드, 서부 낙타(Western camel), 헤거만 말(Hagerman horse), 또는, 코끼리나 매머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집이 더 작았던 마스토돈(Mastodon)과 같이 이제는 멸종한 종을 모두 포함한다.
거대 동물의 멸종
이들은 11만여 년 전에 시작해 1만 2천여 년 즈음까지의 빙하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멸종이나 서식지가 크게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인간의 이주와 활동 등이 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거대 동물종의 멸종은 열대와 온대 기후에서 삼림의 형성이나 들불의 빈도가 잦아지는 등의 생태적 변화와 관련성을 갖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에 비해 사막과 같은 건조기후에서 이들이 갖는 생태적 영향은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은 북미(North America)의 사막 지역에서 말과 당나귀들이 깊게는 2m에 이르는 우물을 파는 것에 대한 관찰을 보고했다. 이 같은 우물 주위에는 여러 척추동물이 금방 모이며 다양한 생태활동을 했고, 하천 근처에서 자라는 나무들도 생겨났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마스토돈이나 서부 낙타, 헤거만 말(Hagerman horse) 등 멸종된 북미의 여러 거대 동물이 사막화된 지역에서 물을 수급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사막에 물길을 파는 거대 동물들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 야생말, 야생 당나귀 등이 깊게는 2m에 이르는 우물을 판다는 것이 지난 수십여 년간 간헐적으로 보고되어 온 바 있다. 이는 물을 얻기 위해 땅을 깊이 파는 행동이었는데, 더러 사슴이나 몽구스와 같은 다른 동물종이 접근해 함께 물을 마시는 것도 관찰된 적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같이 거대 동물이 우물을 파는 행동이 건조한 기후의 북미 지역의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소노란 사막(Sonoran Desert)에 위치한 네 군데의 지하수로 이루어진 물길에 3년간 여름마다 2-4주 주기로 찾아가 관찰했다. 이 물길은 이미 존재하던 ‘백그라운드’와 말과(equid)의 동물들이 파놓은 ‘말 우물’로 구분되었는데, 0.3-1.8km에 달하는 길이였다. 연구진은 ‘말 우물’은 ‘백그라운드’에 비해 고온인 한여름에 쉽게 마르지 않았는데, 평균 3배에서 많게는 14배 더 많은 물이 고인다고 했다. 또한 물길도 더 넓어 물을 찾아온 여러 야생동물이 서로 밀집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해 서로 공격적인 행동도 덜 보이는 특징을 가진다고 했다.
‘말 우물’ 주위에 동식물들이 풍부해져
연구에서는 어떤 다른 동물 종들이 우물을 찾는지 보기 위해 소노란 사막과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s)의 다섯 지역에 카메라 트랩을 설치했다. 3,258일에 달하는 기록을 분석한 결과, 낮 시간의 동물 종의 수가 물이 없는 다른 사막 지역보다 ‘말 우물’은 64%, ‘백그라운드’는 51% 더 높았다. ‘말 우물’에서 목을 축이는 종들의 일부는 흐르는 물만 마시는 뮬 사슴(Odocoileus hemionus)과 같은 종이였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말 우물’은 식물들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소노란 사막의 오래되어 이용되지 않는 ‘말 우물’ 근처에 다양한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고 했다. 다른 강기슭에 있는 동종의 나무들과 비교했을 때, ‘말 우물’ 근처에 있는 나무들은 자손에 해당하는 어린나무들도 더 높은 밀도로 분포해 있었다. 사막의 여름을 나는 동안 어린나무들이 쉽게 말라죽는데 ‘말 우물’ 근처는 그렇지 않았고, 대체로 풀이 많은 강기슭에 비해 ‘말 우물’ 근처에는 나무가 많았다는 의미다.
간헐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물길은 지구상의 물길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몇 년씩 흐르다 갑자기 물길이 말라버리면 말과의 동물들이 땅을 파 말라버린 물길을 대체할 우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자연으로 방사한 거대 동물종이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고 보던 이전의 몇 연구들의 해석과는 다르게, 오히려 이번 연구의 결과는 북미 지역에서 대규모로 멸종된 거대 동물종이 물길을 여는 활동을 통해 생태계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건조 기후는 지구 표면의 ⅓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건조한 지역에서 물을 조달하는 일은 여러 지역의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간 활동으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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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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