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감지란?
어떤 분야의 과학자는 직접 볼 수 없거나 접촉할 수 없는 대상을 연구하는 데에 익숙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여러 종류의 현미경을 이용하는 생물학자, 화학자, 혹은 물리학자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대상을 연구한다. 이는 지구를 연구하는 지구 과학자나 지질학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지구 대기는 투명하지 않다. 따라서 단순히 땅을 내려다본다고 지구의 모든 것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기 과학자들이나 기상학자들이 대기 및 기상 패턴에 관한 정보를 얻을 때는 실제로 접촉하지 않고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원격감지 기술이 필요하다. 원격감지 혹은 원격탐사를 이용한 대표적인 연구는 주로 인공위성이나 헬기 혹은 비행기 등을 통해서 지구 표면을 관측하는 기술들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측 장비와 정보를 상공에 전달하는 플랫폼이 필요하기에 주로 레이다 기술이 이용된다.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경우는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하기에 좀 더 넓은 시야가 보장되며 넓은 스펙트럼에 걸친 전자기 복사를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전자기파가 지구 대기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특정한 파장이나 진동수를 가진 전자기파를 이용한 원격감지 기술이 필수적인데, 예를 들면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및 마이크로파 범위의 저주파 신호들이 주로 이용된다. 원격 감지 장비와 기술은 기본적으로 지상에서만 작업하던 지질학자의 연구에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었다.

원격 감지 기술은 생물 유기체 연구에도 이용된다
원격 감지 기술 중 생물 유기체 연구와 관측에 가장 먼저 이용된 사례는 군대에서 찾을 수 있다. 살아있는 식물과 죽은 식물은 적외선과 다르게 반응하는데, 예를 들면 살아있는 식물과 죽은 식물 혹은 위장된 식물은 각각 다른 적외선 흡수율과 반사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군대에 의해서 처음 도입되었던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은 민간 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빛을 이용한 지질 자료수집은 한층 활발해졌다.

다양한 주파수를 이용한 자료수집은 지구를 입체적으로 보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입체적으로 보는 데에 익숙한 인간은 이를 통해서 단순한 평면 사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지질학자가 연구하는 지구는 지하에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만, 입체 촬영되거나 자세히 연구된 지구 표면을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더 많은 단서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서 지구 표면의 식물을 깊게 연구하면 토양의 미네랄이나 지역의 자원 등에 관한 많은 정보를 역시 얻을 수 있다.
바이오매스란 무엇인가?
우리 지구상의 대부분 생명체의 에너지 원천인 태양 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식물들, 동물들, 그리고 미생물 등의 생물 유기체와 이들의 부산물들을 통틀어서 바이오매스(biomass)라고 부른다. 생태학에서는 바이오매스를 단위 면적이나 부피 내에 존재하며 단위 시간당 존재하는 살아있는 생물학적 유기체라고 정의하곤 하는데 바이오매스의 측정 목적에 따라서 생물체의 생사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한편, 바이오매스는 직접 연료로 이용될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오매스의 정의는 종종 바이오 연료의 그것과 동일시되곤 한다. 예를 들어서 미국 에너지 정보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바이오매스의 정의는 단순히 운송을 위한 연료가 만들어지는 생물학적 원료를 나타낸다. 반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는 바이오 에너지를 재생 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로 정의하곤 한다.
산림 바이오매스의 최근 현실
이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매스는 단연 산림 바이오매스이다. 이는 지구상의 대부분 바이오매스는 땅에 존재하며 이들 중 대부분은 식물이기 때문이다. 산림 바이오매스(forest biomass) 역시 산림에 존재하는 바이오매스를 통칭하지만, 앞선 정의대로 원목을 제외한 가지나 줄기 등의 목재 부산물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국제 기후 관측소 (Global Climate Observing System)는 지상 바이오매스 (above-ground biomass: AGB)를 필수적인 기후 변수로 간주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나 다른 온실가스의 양과 숲의 양이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 바이오매스는 또한 모델링을 통한 탄소 회전율 (carbon turnover) 추정, 산림 교란 체제(inferring the forest disturbance regime) 등의 예측을 통해 더욱 폭넓고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인류는 이미 수천 년 동안 산림 바이오매스를 물질 및 에너지원으로 이용해오고 있는데 최근 다른 연료보다 유해 물질 발생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만한 대안에너지로 불리는 바이오매스는 안타깝게도 인구 증가와 자원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서 산림의 범위와 상태가 감소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인류는 거대한 탄소 저장창고를 잃고 있다.
유럽의 바이오매스 연구
유럽 우주국(ESA)은 이에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2017년 그리고 2018년 4차례에 걸쳐서 이미 지구상의 바이오매스에 관해서 원격 탐사를 이용하여 정량적으로 매핑해낸 바 있다. 이를 통해서 탄소 순환 및 기후 모델을 통한 정보를 대략적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지구 산림의 대략적인 연령 구조나 교란 체제에 관한 정보 역시 얻을 수 있었다.
유럽 우주국에서 또 한 번 위성을 쏘아 올려 원격 탐사를 이용해서 바이오매스를 자세히 연구할 전망이다. 2023년 발사할 예정인 이 임무는 BIOMASS라고 명명되었으며 세계 산림 바이오매스에 대해서 포괄적이고 보다 자세한 측정을 실행할 전망이다. 위 임무는 최소 5년 동안 지속할 예정이며 세계 숲의 성장주기를 최소 8회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BIOMASS 미션은 우주에서 처음으로 P 대역의 파장을 이용하며 (0.768 – 1.33 m의 파장: 대략 225 - 390MHz의 주파수)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을 관찰 할 수 있는 합성 개구 레이다 (synthetic aperture radar: 줄여서 보통 SAR라고 부름)를 탑재한 편광 간섭계로 주목을 받고 있다.

SAR는 공중에서 관측하고자 하는 지상 및 해양에 레이다 파를 순차적으로 쏜 후 레이다 파가 굴곡 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차를 계산하여 지표를 관측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위 SAR 시스템의 장점으로는 장소 및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있으며 세밀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BIOMASS미션은 SAR을 이용한 세 가지 촬영 기법 중 SAR 단층 촬영기법(SAR Tomograhy)을 이용해서 처음 1년간 바이오매스를 관측할 예정이고 나머지 4년 동안은 편광 SAR 간섭 (Polarimetric SAR Interferometry)을 이용해서 바이오매스를 관측할 예정이다. 간섭계나 단층 촬영 기법을 이용하면 바이오매스의 정량화 및 높이까지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3년 5월에 처음 위 지구 관측 미션에 관한 계획이 발표됨으로써 유럽 우주국의 Living Planet Programme의 일부로 포함되게 되었다. 2016 년 Airbus Defense와 Space UK는 2억 2천 9백만 유로에 달하는 계약에 따라 위성을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시작 예정일은 2020년이었지만 처음 계획했던 예산보다 전체 비용이 2배 가까이 증가함에 따라서 2021년 현재 2023년으로 한 차례 연기되었다.
Thales Alenia Space의 주도로 독일 최남단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에 건설된 대형 12m 안테나를 이용할 계획이며 나머지 운송, 위성 패널과 합성 개구 레이다의 조립 및 분해 등의 세부 진행은 스페인 SENER에서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BIOMASS미션만의 특징 그리고 과학적인 목표
BIOMASS 미션은 우리 지구의 현재 숲 상태를 비롯해 숲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전달해줄 전망이며, 숲이 탄소 순환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자세히 파헤칠 계획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산림 바이오매스의 정확한 측정을 통해서 지상의 탄소 저장량과 플럭스를 평가함으로써 지구의 탄소 순환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한다. P대역 파장을 이용함으로써 지상의 측정 기술로는 얻을 수 없는 열대, 온대 그리고 아한대 산림 바이오매스의 정확도를 한층 더 높일 전망이다. 위성은 대략 200m 높이의 정확도(해상도)로 산림 바이오매스를 측정하며 50m 해상도로 벌목이나 화산피해로 인한 산림 교란 등을 측정하게 된다.

위 미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산림 바이오매스의 정확한 매핑을 통하여 인류의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한 탄소 플럭스의 더욱 정확한 측정과 UN의 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in Developing Countries: 개발 도상국의 삼림 벌채 및 산림 황폐화로 인한 배출 감소)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 조약, 협정 및 프로그램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산림 자원의 관리 및 생태계 유지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인류의 해법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1-05-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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