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소독에 효능이 있는 천연물질을 쉽고 안전하게 찾는 방법이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 연구진은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외막형(enveloped) 바이러스의 소독에 효과적인 천연물질을 찾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 김치와 굼벵이에서 분리한 2종의 유산균 균주 발효액에서 바이러스를 소독하는 물질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발효액에서 우수한 소독 활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독감 바이러스에 적용해 검증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탐색 방법은 인체에 해를 주지 않고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외막형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박테리오파지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서, 인체에 해가 없고 생물안전 1등급 시설에서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연구 성과를 거둔 국내 연구진은 바로 국립생물자원관(NIBR) 소속의 연구원들이다.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생물주권 확보 등이 주요 업무이지만, 바이러스 소독에 효능이 있는 천연물질 탐색처럼 국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임무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생물주권을 지키는 선도 연구기관
한반도에 서식하는 자생생물은 인간과 더불어 살기 위한 생물 다양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동시에 미래세대의 소중한 자산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처럼 귀중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생물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7년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설립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자원의 발굴과 확보, 그리고 소장 및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여 우리나라 생물 주권 확립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에는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생물자원관에서 연구한 특성 및 유용한 정보를 기업들에 제공함으로써 산업화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국제사회는 이른바 생물자원의 전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국가 간 생물자원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자국 생물자원의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학계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국내·외 생물 자원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여 생물주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이용기반 마련을 위해 국제경쟁력을 제고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에게 생물자원 보전의 중요성과 지속가능한 이용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국민이 우리나라 고유의 생물자원을 향유하고 그 혜택을 누리는데 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 분해 촉진하는 곰팡이 균주 발견
국립생물자원관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 업무가 국민 생활과 밀접하다고 보는 견해는 앞에서 언급한 바이러스 소독에 효과적인 천연물질 탐색 연구 외에도 바이오 플라스틱 분해를 촉진하는 곰팡이 균주 탐색 연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이란 미생물의 체내에 있는 폴리에스터(polyester)를 이용하여 만든 플라스틱이다. 토양 속에 들어있는 세균에 의해서 분해되므로 생물 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빠르게 분해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바이오 플라스틱의 경우는 자연계에서 완전분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분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수년 이상씩 걸리기도 한다.
분해되기 힘든 대표적인 바이오 플라스틱으로는 ‘폴리카프로락톤디올(PCL)’과 ‘폴리유산(PLA)’ 등이 있는데, 현재 의료용 튜브와 봉합사 같은 의료용 소재를 비롯하여 포장제와 코팅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토양에 서식하는 곰팡이가 가진 물질의 분해 능력에 주목했다. 그동안 국내 토양에 서식하는 곰팡이를 대상으로 PCL이나 PLA 분해 능력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국내 10여 곳의 토양에서 분리한 200여 개 곰팡이 균주를 대상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의 분해 능력을 확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여 개의 곰팡이 균주 중에서 7개 균주가 분해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균주에 따라 분해할 수 있는 물질과 시간이 다른 점도 확인했다.
특히 7개 균주 중에서도 ‘푸시콜라 아세틸레리아(Fusicolla acetilerea)’ 곰팡이는 폴리카프로락톤디올과 폴리유산을 모두 분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분해 속도는 서로 달랐는데, 폴리카프로락톤디올 분해는 7~14일 정도 걸렸지만, 폴리유산 분해는 45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국내 토양에 자생하는 곰팡이를 활용해 바이오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본 연구의 차별성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서 발굴된 자생 균주를 이용했다는 점과 계통학적 유연관계 및 균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동정된 균주를 가지고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PCL과 PLA에 대한 분해 능력을 검정한 점도 기존 연구와의 차이점을 제시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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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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