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는 것을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로 밤하늘의 달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조금씩 커진 달이 이번 주말에는 다시 보름달이 되어 돌아온다. 이번에 뜨는 보름달은 지난달에 보았던 정월대보름 시기의 달보다 조금 더 크고 밝다. 달은 타원 궤도를 따라 지구를 돌기 때문에 달과 지구의 거리는 항상 일정하지 않다. 이번 보름달이 크게 보인다는 것은 지난 정월대보름 때보다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달빛이 밝아지면 그만큼 볼 수 있는 별의 수도 줄어든다. 하지만 달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 하늘은 달빛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봄이 되면서 북쪽 하늘에 높이 떠오른 북두칠성은 달빛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주 별자리여행의 주인공은 북두칠성을 따라 북동쪽 하늘에 떠오른 사냥개자리이다. 북두칠성 바로 옆에 보이는 작고 희미한 두 개의 별이 바로 큰곰을 쫓는 사냥개 별자리다. 사냥개자리는 덩치 큰 곰을 쫓는 사냥개로 보기에는 너무 작은 별자리지만 밤하늘에 있는 다른 어떤 큰 별자리보다도 더 귀하게 여겨졌던 별자리이다. 사냥개자리의 으뜸별이 영국 국왕을 상징하는 왕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사냥개자리가 왕관을 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금성
지난해 여름부터 새벽별로 빛나던 금성이 다시 저녁별로 돌아온다. 이번 주 금요일(3월 26일) 오후 3시 17분, 금성이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의 정반대편에 놓이면서 지구와 태양, 그리고 금성이 일직선이 된다. 지구보다 안쪽을 도는 금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놓일 때를 내합이라고 하고, 지구의 반대편에 놓을 때를 외합이라고 한다.
금성이 내합을 지나 외합이 될 때까지는 태양의 서쪽(오른쪽)에 보이게 되는데 이때는 태양보다 먼저 뜨기 때문에 새벽별이 된다. 반대로 금성이 외합을 지나게 되면 태양의 동쪽(왼쪽)에 놓이기 때문에 해가 진 뒤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저녁별이 된다.
금성이 저녁별로 머무는 기간은 대략 10달 정도이다. 2022년 1월이 되면 금성은 다시 태양과 지구 사이를 지나 태양의 서쪽으로 옮겨가면서 새벽별이 된다. 올해는 연말까지 저녁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금성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성의 밝기는 -4등급 정도로 1등성에 비해 100배나 밝다.
하지만 이번 주말부터 바로 저녁 하늘에서 금성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합과 외합을 전후로 한 달 정도는 금성이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금성을 보기 힘들다. 금성은 4월 하순 이후에나 저녁 하늘에서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벽에 동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은 ‘샛별’, ‘계명성’이라고 하고 저녁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은 ‘개밥바라기’, ‘태백성’이라고 부른다. ‘개밥바라기’는 개의 밥그릇이라는 뜻으로 저녁 무렵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들이 밝게 빛나는 금성을 보면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개의 빈 밥그릇을 떠올렸다는 민담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슈퍼문
이번 주 토요일(3.27)은 음력으로 2월 15일로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하지만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되어 달이 가장 둥글게 보이는 망(望, full moon)은 29일 새벽이기 때문에 토요일보다는 일요일에 더 크고 둥근 달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뜨는 달은 올해 뜨는 달 중 네 번째로 큰 달이다. 해외에서는 이 달을 슈퍼문(super moon)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고, 이를 부정하는 곳도 있다. 슈퍼문은 평소보다 크게 보이는 달로 천문학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달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지구와 달의 거리가 변하기 때문이다. 달이 타원 궤도를 따라 지구를 돌기 때문에 근지점(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 근처에서 망이 되면 달이 크게 보인다. 슈퍼문을 가장 넓게 인정하는 사람들은 달이 근지점의 90% 이내에서 망이 되었을 때를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는 이번에 뜨는 달을 슈퍼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달이 망이 될 때의 시간은 3월 29일 새벽 3시 49분으로 이 때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362,174km이다. 그리고 달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은 3월 30일 15시 12분으로 이때의 거리는 360,300km이다.
슈퍼문에 대해 조금 더 엄격하게 정의하는 사람들은 이번에 뜨는 달을 슈퍼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잡지 중 하나인 Sky and Telescope에서는 만월일 때의 거리가 223,000 miles (358,884 km) 이내일 때를 슈퍼문이라고 하고, 미국 해양대기국에서는 근지점에서 10시간 이내에 만월이 일어났을 때를 슈퍼문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첫 번째 정의에 의하면 올 해 슈퍼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달은 모두 네 번(3.28, 4.26, 5.26, 6.24)이지만 다른 두 개의 정의에 의하면 4월 26일(달과 지구 거리-357,615km)과 5월 26일(달과 지구 거리-357,462km)에 뜨는 달만을 슈퍼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 5월 26일에 뜨는 달이 올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슈퍼문이다.
왕관을 쓴 별자리 ‘사냥개자리’
큰곰자리의 엉덩이와 꼬리에 해당하는 북두칠성이 높이 떠오르면 큰곰을 쫓는 사냥개자리가 바로 뒤에 나타난다. 사냥개자리는 두 마리 사냥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북쪽 개에는 아스테리온(Asterion, 별이 빛남), 남쪽 개에는 카라(Chara, 귀여운 개)라는 예쁜 이름이 붙여져 있다. 하지만 맨눈으로는 북쪽 개의 별은 찾을 수 없고, 남쪽 개에 해당하는 두 개의 별만을 볼 수 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남쪽 개 카라의 목걸이에 왕관을 쓰고 있는 심장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왕관을 쓰고 있는 별이 이 별자리의 으뜸별인 콜 카롤리(Cor Caroli)이다. 사실 이 별에 왕관을 쓴 하트가 그려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1660년 5월 29일, 당시의 영국 국왕 찰스 Ⅱ세가 외국 원정을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이날 밤 사냥개자리의 별 하나가 우연히도 왕의 행렬 바로 위에서 유난히 빛났고, 이것을 본 왕실 물리학자는 이 별에 찰스 왕을 경축하는 이름을 붙일 것을 제안하였다. 그 후 유명한 천문학자 핼리(핼리혜성의 발견자)가 이 이야기를 듣고 이 별에 콜 카롤리(라틴어로 찰스의 심장을 뜻함)란 이름을 붙였으며 그때부터 이 별은 왕관을 쓴 하트 모양을 하게 되었다.
사냥개자리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전해진 오래된 별자리는 아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이 별자리는 목동들이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자리로 알려지게 되었고, 17세기말 폴란드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가 성도에 처음으로 사냥개자리를 그리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찰스의 심장으로 알려진 별자리 그림이 사냥개자리에 생겨난 것은 그 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사냥개 목에는 단순한 목걸이만이 걸려 있었다.
사냥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북두칠성을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의 손잡이 끝 별인 알카이드(η별)에서 사자자리 꼬리에 해당하는 데네볼라(β별)를 연결하면 그 1/3쯤 되는 지점에서 3등성인 콜카롤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북두칠성의 사발에 놓인 알파별(α)과 감마별(γ)을 이어 약 2배 정도 연장하면 4등성인 두 번째 별을 찾을 수 있다.
-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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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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