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우주인 동면 기술, 현실화되나? 실험환경에서도 겨울잠 자는 영장류 발견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지난 2019년 11월, 유럽우주국(ESA)의 우주환경과학팀은 우주인 동면 방안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우주선 승무원들의 동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전반전인 사항을 분석한 것이다.

사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만 해도 현재의 기술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도착에 소요되는 기간만 5개월 이상 걸린다. 만약 화성으로 가는 우주인들이 동면을 하면 적재물을 적게 실어 우주선의 무게를 1/3가량 줄일 수 있다. 또한 동면은 비행 중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에 노출되는 것도 막는다.

살찐꼬리난쟁이여우원숭이는 실험실 환경에서도 야생처럼 동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David Haring(Duke Lemur Center)

즉, 인간에 대한 동면 기술은 미래의 우주여행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곰처럼 동면을 하는 동물에 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런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야생에서 동면하는 동물을 동물원이나 실험실에 가둬 놓을 경우 대부분은 겨울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획한 야생동물도 실험실 환경에서 매우 잘 동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살찐꼬리난쟁이여우원숭이다.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다람쥐 크기의 영장류

다람쥐 크기의 영장류인 이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의 숲에서 살고 있는데,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는 7개월 동안 겨울잠을 잔다. 따라서 그 전에 열매를 포식해 지방을 두툼한 꼬리에 저장한 다음 그것으로 겨울을 버텨낸다.

미국 듀크여우원숭이센터의 연구원들은 나무 상자로 이 여우원숭이들이 겨울잠을 자는 곳과 비슷한 가짜 나무 구멍을 만든 다음, 그곳을 겨울잠을 자는 안식처로 삼게 했다. 그 후 마다가스카르에서 경험하는 계절적 변화를 모방하기 위해 실내조명을 하루 12시간에서 겨울과 비슷한 9.5시간으로 조절하고 온도도 25℃에서 10℃ 이하로 점차 낮췄다.

그리고 여우원숭이들이 깨어 있고 활동적이면 음식을 제공하고 2주마다 체중을 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겨울잠을 자도록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 결과 이 연구에 참여한 8마리의 여우원숭이는 4개월 동안 시간의 약 70%를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저체온 상태로 몸을 웅크린 채 최대 11일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음식에 관한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것. 야생동물이 포획된 상태에서도 야생 상태와 비슷하게 동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준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리나 블랑코(Marina Blanco) 연구원은 “우리의 난쟁이여우원숭이들은 마다가스카르 서부의 야생 친척들처럼 동면했다”라고 밝혔다. 마리나 블랑코는 마다가스카르에서 15년 동안 난쟁이여우원숭이들이 연구해온 동물학자다.

 

동면하지 않는 종보다 더 오래 살아

실험이 끝난 후 연구진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여우원숭이들에 대해 신체검사를 했다. 그 결과 동면을 시작하기 직전보다 체중이 22~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것만 빼고는 전반적인 신체 상황은 건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박수 역시 분당 8회에서 약 200회로 다시 올라갔으며, 식욕도 예전처럼 회복된 것이다. 특히 암컷은 수컷보다 체중 변화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임신과 수유를 위한 지방 저장 공간의 필요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여우원숭이들의 에너지 절약 능력이 그들이 지닌 또 다른 특성인 장수와도 관련이 있으리라 의심하고 있다. 기록상 가장 장수한 난쟁이여우원숭이는 29살까지 생존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듀크여우원숭이센터의 마리나 블랑코 연구원. ©Duke Lemur Center

난쟁이여우원숭이가 동면하지 않는 종보다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은 동면 메커니즘과 관련한 생물학적 특성이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도 우주선 승무원들이 동면 상태에서 노화를 멈춰 인간 수명보다 긴 비행시간을 극복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대사물 분석 등을 통한 연구를 통해 난쟁이여우원숭이들이 동면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며,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후 어떻게 몸을 회복하는지에 대해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연구는 우주인의 동면뿐만 아니라 심장마비, 뇌졸중, 기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특히 여우원숭이의 경우 사람과 생리적으로 가까운 영장류이므로 더욱 기대가 크다.

마리나 블랑코 연구원은 “지금까지 여우원숭이의 동면을 연구하기 위해선 마다가스카르로 직접 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여기서 동면을 공부하고 모니터링을 더 면밀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03-19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