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도의 온도 상승에도 산호초는 죽음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해양 열파는 산호가 생존하는데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소식도 있다. 높은 온도 탓에 하얗게 죽어버린 산호가 회복된 것이 발견된 것이다. 산호가 긴 폭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산호는 밀리미터 크기의 무척추동물의 군락이다. 소위 용종이라고 불리는 작은 무척추동물이 모인 산호는 광합성 해조류의 거처이며, 해조류는 그 대가로 산호에게 생존에 필요한 먹거리 대부분을 제공한다. 하지만, 물이 너무 따뜻해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산호 용종은 해조류를 밀어내기 때문에 굶어 죽게 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산호는 폭염이 몇 주 이상을 넘어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할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태평양 키리티마티 산호 조사 연구
과학자들은 최근까지 폭염이 훨씬 더 몇 주 이상을 넘어갔을 때 산호 표백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과 2016년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University of Victoria) 해양생태학자인 줄리아 바움(Julia Baum)이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바움 교수와 그녀의 학생들은 중앙 태평양의 키리티마티(Kiritimati) 주변 산호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개별 산호를 추적하기 위해 가장 흔한 뇌산호(brain coral)와 별산호(star coral)에게 금속 태그를 부착했다.
연구팀은 태그를 붙인 141개 산호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서 공생 해조류를 분석하고, 폭염이 시작됐다가 물러나는 동안 6차례에 걸쳐 산호와 산호의 공생관계인 해조류를 채취했다.
2015년 5월부터 2개월 만에 해수온도가 약 1℃ 상승했다. 열에 민감한 해조류를 수용한 산호는 열에 강한 해조류를 수용한 산호보다 더 빨리 표백되었다. 예상대로 바닷물이 계속 따뜻해지면서 산호는 열에 강한 해조류까지 뱉어냈다.
이 시기의 해양 폭염은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 "과학자들은 당분간 어떤 산호초도 그렇게 많은 열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바움은 말한다.
그런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 발생했다. 키리티마티의 바닷물이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뜨거울 때 많은 뇌산호와 별산호가 표백현상에서 회복됐다.
지금까지 해양 생물학자들은 표백된 산호가 물이 정상 온도로 내려가야 회복되는 것을 관찰해왔다. 하지만, 과거의 생각을 뒤집는 키리티마티 산호의 예상치 못한 회복은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는 놀라운 소식이다. 장시간의 폭염이 이어져도 살아남는 산호가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산호는 처음에는 열에 민감한 공생 조류와 공존했고 표백 현상을 견딘 후 열에 강한 공생동물과 팀을 이뤄 회복했다.
열에 민감한 해조류를 품고 있던 뇌산호의 회복률은 82%로, 열에 강한 해조류를 품고 있던 산호 생존율 25%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실을 8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멜버른 대학의 산호 유전학자 매들린 반 오펜(Madeleine Van Oppen)은 이 발견이 놀랍고 "대단히 흥미롭다"고 말한다고 코스모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상상하지 못했던 산호 회복의 길 제시
수질 또한 해조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키리티마티의 산호초는 물에 침전물, 하수, 그리고 다른 종류의 오염이 있는 큰 마을에 더 가까이 자리잡는 경향이 있지만, 산호초와 함께 생활하는 열에 강한 해조류 또한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에 더 강하기 때문에 산호가 오염된 물에서 살아남도록 도울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산호 회복의 길을 열어준다"고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탠포드 대학의 해양 생태학자인 스티브 팔룸비(Steve Palumbi)는 평가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20-12-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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