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쥐에서 '시간 세포(time cell)'로 알려진 뉴런 그룹이 발견되었다. 시간 세포는 사건이 일어난 것을 기록하는 데 있어서 독특한 역할을 한다. 두뇌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순서를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뇌의 해마에 위치한 이 시간 세포는 동물들이 사건을 부호화하고 떠올리는 동안 특징적인 활동 패턴을 보인다고 텍사스 주립대학교 의과대학(UTSW) 신경외과 부교수인 브래들리 레가(Bradley Lega) 교수는 설명했다.
레가 교수는 "시간 세포는 순서대로 발화되기 때문에 뇌가 사건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 세포가 발화하는 타이밍은 세타 진동이라고 불리는 5 Hz 뇌파에 의해 조절되며, 이는 전처리라고 알려진 과정이다.
시간 세포는 사건 기억을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
레가 교수는 인간에게도 시간 세포가 있는지 조사했다.
이를 위해 레가 교수 연구팀은 텍사스 주립대학교 의과대학의 간질병원에서 자원봉사 간질환자를 모집했다.
27명 간질환자 두뇌 해마의 전기활동을 기록하는 동안, 연구원들은 환자들에게 12개 단어 목록을 30초 동안 읽어줬다. 환자들이 목록을 암기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해 짧은 수학 문제도 풀게 했다.
그다음 30초 동안 가능한 많은 단어들을 기억하게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어 연구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 단어를 시간(단어 목록)과 연관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런 방법으로 레가 교수 연구팀은 시간 세포를 찾을 수 있었다.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흥미진진했다. 그들은 강력한 시간 세포의 집단을 식별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 세포는 어떤 사람이 제때에 단어를 함께 연결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게 했다. 시간 세포는 예상대로 사람에게 위상 선행(phase precession)을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시간 세포가 사람의 사건에 대한 기억을 결합하는 접착제와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발견은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해 준다.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한 두 번째 연구에서 브래드 파이퍼(Brad Pfeiffer)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은 장소 세포를 조사했다. 장소 세포는 사람과 동물의 두뇌 해마 부위에 자리 잡은 세포이다. 장소세포는 사건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기록한다.
동물들은 이전에 지나갔던 길을 여행할 때, 위치를 암호화하는 뉴런들이 순차적으로 발화한다. 이것은 마치 시간 세포가 시간 순서대로 발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쥐가 주변 환경을 탐구하는 동안, 장소 세포는 쥐 앞에 있는 장소를 미리 연속적으로 훑어주는(sweep) '미니 시퀀스'로 조직된다. 레이더와 같은 이러한 스위프는 초당 약 8~10회 발생하며, 즉시 일어날 사건이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두뇌 메커니즘으로 보인다.
시간 및 장소세포는 과거와 미래를 예상하는 기능 발휘
앞선 연구에서, 쥐가 달리기를 멈추었을 때 쥐의 장소 세포는 종종 쥐의 이전 경험을 역순으로 재생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긴 시퀀스로 다시 활성화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디오를 거꾸로 돌려보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역방향 재생'은 기억 형성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마가 어떻게 그런 시퀀스를 만들 수 있었는지는 불분명했다. 한 번 경험한 일에 대해서는 두뇌는 '앞을 내다보는' 시퀀스를 강화해야 하지만 역방향 재생 이벤트는 약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후 기억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파이퍼 연구팀은 쥐의 해마 속에 전극을 넣고, 사각형의 경기장과 긴 직선로 두 곳을 탐험하도록 했다. 쥐가 더 잘 이동하도록 여러 곳에 초코우유를 놓아뒀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장소세포 활동을 분석하여 장소 세포가 쥐의 위치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봤다.
특정 뉴런들은 쥐가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장소에 대응해서 부호화하면서 발화되었다. 바로 그 뉴런은 쥐가 길을 되돌아갈 때와 같은 순서로 발화되었고, 쥐가 다른 곳을 지나갈 때 주기적으로 역발화 했다.
하지만, 그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구원들은 쥐들이 이러한 공간을 통해 이동하면서, 그들의 뉴런은 앞으로 예측 가능한 미니 시퀀스뿐만 아니라, 뒤를 돌아보는 미니 시퀀스를 보여주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전진 및 후진 시퀀스는 서로 번갈아 가며 발생하는데, 각각 완료하는 데 불과 몇 십 밀리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파이퍼 교수는 "쥐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쥐의 뇌는 계속해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과 방금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는 것 사이를 오갔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다"고 말했다.
파이퍼 교수 연구팀은 지금은 앞을 내다보는 패턴과 뒤를 돌아보는 패턴을 움직이게 하는 두뇌의 다른 부분에서 이들 세포가 받아들이는 입력값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20-1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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