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형성된 초기에는 땅덩어리를 받쳐주는 기반 등이 약해서 쉽게 파괴될 수 있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호주 모나쉬대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링을 근거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일 자에 발표했다.
인류의 고향인 지구는 약 45억 년 전 태어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자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그러나 탄생 직후 15억 년을 포함한 지구 초기의 역사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
지구 탄생 직후 15억 년을 조명
논문 제1저자인 모나쉬대 지구·대기 및 환경학부 파비오 카피타니오(Fabio Capitanio) 박사는 “이 시기는 최초의 대륙이 형성돼 육지가 출현하고 대기가 발달하는 한편 원시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로, 이 모든 것은 지구 내부 역학의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컴퓨터로 생성한 수치 모델에서 초기 지구 상태를 재현한 결과, 현재의 3~4배에 달하는 지구 내부의 원시 열이 방출돼 얕은 맨틀이 대규모로 용융되고, 이에 따라 지표 위로 마그마가 돌출됐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땅속에 남겨진 얕은 맨틀은 탈수가 되고 단단해져 지구 최초의 대륙을 받치는 용골(keels)을 형성했다.
카파타니오 박사는 “우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 45억~40억 년 전의 지구 대륙은 약하고 파괴되기 쉬운 여린 단계에 머물렀다가 이후 10억 년 동안 점차적으로 분화되고 단단해져 오늘날과 같은 대륙의 핵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단단한 초기 대륙이 출현한 뒤에는 풍화작용과 부식이 일어나 대기의 구성이 바뀌는 한편, 바다에 영양분을 공급해 생명이 발생할 수 있는 씨를 뿌렸다는 것.
카피타니오 박사는 구조지질학과 판 운동 역학 연구를 전공해 단일 판 혹은 지구 전체 판의 변화를 강제하는 힘의 메커니즘을 잘 파악하고 있다.
오늘날의 대륙 형성에 대한 지식 넓혀
이번 연구는 지구에 초대륙(supercontinent)이 형성되고 이 거대한 대륙이 오늘날과 같은 대륙들로 분열된 데 대한 지식을 넓혀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에 사용된 정량적 모델은 지구상 대부분의 대륙괴(cratons)에서 관찰된 수수께끼 같은 용융도(melt degrees)와 층상 구조를 설명해 준다. 이런 형성 과정은 대륙이 탄생 초기에 여리고 파괴되기 쉬운 상태로 있다가 점차적으로 용융, 분화돼 안정적인 대륙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지각이 완전히 리사이클 된 지구 초기 첫 5억 년을 포함한 하데안기(Hadean, 명왕누대)로부터, 단단한 용골이 구축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존된 40억~30억 년 전의 아키안기(Archean, 시생대)로의 전환을 설명해 준다.
카피타니오 박사는 “지질학적 기록에 따르면 첫 번째 초기 대륙은 유지되지 못하고 지구 내부에서 리사이클 됐으나, 이 추세는 약 40억 년 전 극적으로 역전돼 가장 오래된 대륙의 조각인 대륙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맨틀에 견고한 ‘뗏목’ 형성대 지각 받쳐
현재는 40억 년 이상 전에 형성된 지구 최초의 대륙 지각에서 나온 작은 결정들만이 남아있는데, 이 최초의 지각이 어떻게 사라졌는가 하는 의문이 이번 연구로 설명이 가능해졌다.
오래된 지각을 대체해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는 이 과정은 대륙이 어떻게 안정되는지와 관련이 매우 깊다. 지구 내부로부터 용융물이 추출돼 나옴으로써 새로운 지각 아래의 맨틀에 견고한 뗏목이 형성돼 지각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형성된 지각은 오늘날 대륙의 핵심인 대륙괴에 여전히 보존돼 있다. 대륙괴는 현재 지표의 매우 작은 부분을 이루고 있지만 지구 초기 생명체의 기록을 간직하고 있다. 호주에는 일간(Yilgarn), 필바라(Pilbara), 골러(Gawler) 등 세 개의 대륙괴가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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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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