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산하 단체 가운데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이란 기구가 있다.
이곳을 통해 과학자와 정책 담당자들의 견해를 취합한 후 자연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최근 22명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과학자들은 공통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을 일으킨 책임이 ‘인간 활동(human activity)’에 있다는 것.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등 생태계 질서를 교란하면서 팬데믹의 원인이 됐다며 그 책임을 묻고 있다.
감염 가능성 있는 바이러스 82만 7000개
30일 ‘세계경제포럼(WEF)’ 사이트에 게재된 IPBES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중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의 규모는 엄청나다. 보고서는 포유류‧조류 등 생물체 속에 약 170만 개에 달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undiscovered)’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으로 환경이 변하고 바이러스가 종(種)을 건너뛰면서 퍼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환경 변화로 인해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의 수가 82만 7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전염병 예방 비영리단체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회장이면서 IPBES ‘코로나19 패널’ 의장직을 맡고 있는 피터 다스작(Peter Daszak) 박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책임이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다.”고 말했다.
1918년 유행성 독감 이후 여섯 번째 발생한 이번 팬데믹 사태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했으며, ‘인간 활동’에 의해 감염이 주도됐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인류의 토지사용 방식이 변화하면서 자연 및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속 불가능한 무역 관행과 생산‧소비 행태 등이 겹치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사람들의 생태계 파괴가 이어지면서 동물에 감염돼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IPBES 보고서는 “자연 파괴로 야생 동물, 가축, 병원체, 그리고 사람 간의 접촉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바이러스가 새로운 거주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그런 만큼 코로나19처럼 사람을 통해 팬데믹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협의체 통해 생태계 질서 보존할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22명의 과학자들은 서둘러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사전에 안전 조치를 취할 경우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같은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동안 발표된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인류가 노력을 기울일 경우 팬데믹 사태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물론 과학자들까지 바이러스 문제를 간과해왔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을 막기 위해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에 급급해왔다는 것.
보고서는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염병 발생 이후에 대처하기보다 예방 차원에서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고서는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글로벌 차원의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대유행 예방에 관한 고위 정부 간 협의체(high-level intergovernmental council on pandemic prevention)’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체 구성이 필요한 것은 팬데믹을 막기 위해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조달하고 국제 무역 관행, 식량 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신종 바이러스 예방 조치를 위해 세계적으로 약 16조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비용이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용을 감안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간 협의체를 통해 전염병을 유발하고 있는 소비 유형, 환경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는 농업의 확장, 무분별한 무역 관행 등을 조정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세계 다수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정책 속에 바이러스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육류 소비와 가축 생산 등 대유행 위험이 높은 활동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대책들을 포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육류 소비 문제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예상되는 1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이 1960년대 중반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45.3kg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 성행하고 있는 야생동물 소비는 또 다른 팬데믹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열대우림 개간 등 숲을 농지화하는 문제 역시 전염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관계자들은 소득 양극화로 빈곤층이 증가하면서 숲 개간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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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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