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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11-02

“주의력 산만하면 기억력 나쁘다” 빈약한 기억력, 주의력 상실 및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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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눈은 ‘영혼 혹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눈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눈은 마음 말고도 기억력을 확인할 수 있는 창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개인의 신경 활동과 동공 크기를 기반으로 어떤 사안을 기억할지 잊을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스탠퍼드대 사회과학부 앤서니 와그너(Anthony Wagner) 석좌교수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는 지식을 머리에 떠올릴 수 없거나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없어 좌절하는 때가 있다”고 말하고, “다행히 과학은 이제 개인들이 순간순간 기억 속에 저장된 것을 왜 끄집어내지 못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사람들이 어떤 때는 기억을 하고 또 어떤 때는 잊어버리는지를 조사하는 거 외에, 일부 사람들이 다른 이들보다 기억 회상력이 더 좋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컴퓨터 게임을 동시에 하는 등의 미디어 멀티태스킹(media multitasking)이 한 요인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

이 연구는 지난 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동공의 크기로 주의력 집중도를 알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놨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억과 관련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한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기억 상태 이해에 도움을 주는 한편, 주의력과 그에 따른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공 크기와 알파 파워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18세부터 26세 사이의 연구 대상자 8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먼저 기억과 관련된 주의력 상실(attention lapses)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실험 대상자들이 기억을 되살려내거나 이전에 공부한 항목들에서의 변화를 식별하는 동안, 이들의 동공 크기를 재고 뇌파검사기(EEG)로 두뇌 활동, 특히 후두 알파 파워(posterior alpha power)라고 불리는 뇌파를 측정했다.

논문 제1저자인 스탠퍼드 메모리 랩의 케빈 매도레(Kevin Madore) 박사후 연구원은 “두개골 뒤쪽에서의 알파 파워 증가는 주의력 상실과 마음의 방황(wandering), 산만함(distractibility) 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레 연구원은 “특히 다른 일을 하기 전에 동공 지름이 수축되는 것은 반응 시간이 더 느려지거나 더 많은 정신적 방황과 같은 과업 수행 실패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뇌전도 기기로 뇌파검사를 받는 모습. © WikiComons / Thuglas at English Wikipedia

주의력을 계속 유지하는 능력의 차이는 연구 대상자들이 영상의 점진적 변화를 얼마나 잘 식별해 내는가로 측정하고,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주어진 시간 안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TV 시청 등 여러 미디어 소스를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를 보고토록 해서 측정했다.

연구팀은 개인 간의 기억 능력을 비교한 결과 주의력 유지 능력이 낮은 사람들과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 모두가 기억력이 나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와그너 교수와 매도레 박사는 자신들의 작업이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매도레 박사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인 주의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기억력 장애를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상호작용의 방향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 실험 결과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컴퓨터 게임을 동시에 하는 등의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과도하게 하면 기억력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 chenspec

기억을 위한 준비

와그너 교수에 따르면 이 연구분야에서는 학습 전 또는 기억을 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본질적으로 기억할 준비가 돼 있고,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속에 기억 목표를 가진) 목표 지향적 인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그너 교수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학습과 기억에 중요하다는 것은 논리적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억을 시작하기 전부터 일어나는 일이 현재 목표와 관련된 기억을 실제로 재활성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억 준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일부는 이미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따라서 어떤 것을 기억해 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자는 생각을 가지고 기억을 위한 준비와 잠재적인 산만함을 제한함으로써 개인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주변 환경을 바꿔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스탠포드대 앤서니 와그너 교수.  © L.A.Cicero/Stanford News Service

기억 돕는 웨어러블 눈 센서 구상

이같이 비교적 간단한 전략은 지금 적용할 수 있으나,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기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의력 연습 훈련이나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순환 폐쇄 중재(closed-loop interventions)’라고 부르며,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와그너 교수와 매도레 박사는 한 예로, 동공 크기에 따라 실시간으로 주의력 상실을 감지하는 웨어러블 눈 센서를 구상하고 있다. 센서 착용자가 당면한 과업에 다시 주의를 집중하면 센서가 학습이나 정보 기억을 돕게 된다.

연구팀은 주의력 상태 측정의 발전과 이를 기억 안내에 사용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기억에 작용하는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더욱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와그너 교수는 “이제 주의력을 지원하는 뇌 네트워크 간의 상호작용과 목표 및 기억의 사용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거나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서의 기억력 차이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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