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10-07

암 돌연변이 축적 방법에 대한 단서 찾았다 돌연변이 분포 확인해 원인 밝히고 치료 표적 제시 가능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암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는 아무렇게나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기저 요인은 물론, 세포 내 게놈의 3차원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뚜렷한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외선이나 담배 연기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돌연변이는 DNA 손상 복구나 교정 기구의 결함 같은 내부 요인과는 다른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미국 텍서스대 엠디 앤더슨 암센터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해 의학저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 5일 자에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암이 생겼을 때 어떤 요인들이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며,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암 돌연변이는 원인에 따라 일어나는 영역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담배 연기에 있는 주요 돌연변이 유발 요인인 벤조피렌 대사체와 DNA 사이의 공유 부가물. © WikiCommons

논문 제1저자로 유전체 의학 강사인 카디르 아크데미르(Kadir Akdemir) 박사는 “DNA는 핵 안에서 무작위로 구성되지 않는데, 이 같은 구조는 암세포들이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방법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크데미르 박사는 “우리는 암세포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어떤 과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 기저에 있는 원인들을 항상 이해하지는 못한다”며, “이번과 같은 발견들은 암이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방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암세포가 축적한 돌연변이를 활용해 암세포를 표적화해 사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활성 도메인에 더 많은 돌연변이 분포돼

DNA는 세포 핵의 염색질 안에 단백질과 함께 패키징 돼 있는 유전 물질로, 고도로 조직화되고 압축된 구조로서 염색체를 구성한다.

이 구조 안에서, 세포에서 자주 사용되는 유전자들은 함께 ‘활성 도메인(active domains)’으로 구성돼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덜 사용되는 유전자들도 그와 비슷하게 ‘비활성 도메인’을 구성한다.

남녀 간의 X 염색체를 비교하자 비활성 X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들의 돌연변이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사진은 남성의 염색체 핵형. © WikiCommons /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연구팀은 42개의 암 유형에 걸쳐,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3000 쌍의 정상 조직과 암 조직 표본에 대한 전장 유전체 시퀀싱 데이터를 연구해, 돌연변이가 암에 있는 활성 혹은 비활성 도메인에 자주 분포하는지의 여부를 분석했다.

연구된 모든 암 유형에서 비활성 도메인은 활성 도메인보다 훨씬 더 많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돌연변이의 축적이 유전체의 3차원 조직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 발견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 환자의 X 염색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여성에서는 두 X 염색체 중 하나가 비활성화돼 있어, 본질적으로 그 자체가 비활성 도메인이다.

남녀 간의 X 염색체를 비교하자 여성들은 뚜렷한 분포 차이를 가진 남성보다 더 많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비활성 염색체에 많은 돌연변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능성 있는 암 치료 옵션 개발 가능”

연구팀은 돌연변이가 여러 다양한 과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외부 환경 요인들에 의한 돌연변이가 세포 안의 내부 요인들에 의해 야기되는 돌연변이와 비교해 다른 패턴을 갖는지의 여부도 조사했다.

논문이 실린 10월 5일 자 ‘네이처 유전학’ 지. © Springer Nature / Nature Genetics

논문 시니어 저자이자 유전체 의학 주임교수인 앤디 퓨트리얼(Andy Futreal) 박사는 “흥미롭게도 우리는 돌연변이의 서로 다른 원인들이 세포 안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축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퓨트리얼 교수는 “외인성 요인들은 비활성 도메인에서의 돌연변이 농축과 관련이 있는 반면, 내인성 인자들은 활성 도메인에서의 돌연변이 축적과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이 같은 사실은 우리가 달리 원인을 알지 못할 때 암 돌연변이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아크데미르 박사는, 암 관련 돌연변이의 원인과 분포를 알면 특정 신호 경로에 대한 표적 요법이나 면역요법과의 조합 같은 잠재적인 치료 옵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면역요법은 더 많은 돌연변이가 존재할 때 암세포를 더욱 잘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주로 비활성 도메인에서 일어난다면 면역계가 이 돌연변이들을 인식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런 비활성 도메인의 활성을 회복시키는 치료제를 면역 관문 억제제와 함께 사용한다면 항암 면역 반응을 더욱 강하게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치료 옵션으로서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향후 연구에서 이 같은 전략을 조사해 볼 계획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10-07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