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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0-07-27

물고기로부터 척추병 치료 단서 발견 척추 진화의 비밀 알려준 돌연변이 '제브라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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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으로 남아 있는 어린이 척추 질환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제브라피시라는 물고기에서 발견됐다. 전체 척추동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골어류의 척추는 파충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를 포함한 육지동물과는 다른 발달 단계를 보인다.

그런데 제브라피시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수백만 년 동안 대부분의 물고기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척추 발달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 같은 돌연변이는 척추가 발달하는 동안 세포 신호를 변화시켜 척추의 결함으로 이어진다.

척추 패턴을 형성하는 DNA의 변화로 돌연변이가 된 제브라피시는 조상 물고기와 닮은 척추를 발달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 Michel Bagnat Lab, Duke University

이번 발견은 듀크대학의 대학원생인 브리애나 페스킨이 제브라피시의 척추 발달에 문제를 일으키는 한 돌연변이의 원인을 밝히려는 연구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같은 돌연변이는 제브라피시의 척추를 구성하는 뼈와 다른 구조를 발달시키는 방법을 변화시켜 다른 제브라피시보다 몸통을 짧게 만드는 것은 물론 마치 고문을 당한 것처럼 척추가 반으로 갈라진 형태의 물고기를 만든다. 페스킨은 제브라피시 배아의 DNA에 단 하나의 변화만으로 그 같은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동료인 하버드 의과대학의 매튜 해리스 부교수는 페스킨의 연구 결과를 캔자스대학의 어류 고생물학자인 글로리아 아라티아에게 알려주었다. 그 결과 아라티아 박사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제브라피시의 척추가 이제는 사라져버린 조상 물고기의 화석 표본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선천성 척추측만증의 치료 단서 기대

제브라피시 같은 경골어류에서 척추를 만드는 것은 척삭(notochord)이라고 불리는 연골로 된 물질이다. 척삭은 태아기나 유아기의 척추동물이나 원삭동물이 가지고 있는 기둥 모양의 기관으로, 척추동물이 지닌 척추의 원형이 되는 기관을 말한다.

인간의 배아 역시 척삭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경골어류와 같은 척추뼈의 패턴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제브라피시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는 경골어류에서 매우 독특하며 보통 물고기와 같은 척추의 패턴을 형성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것의 패턴은 조상 물고기인 고대 어류의 형태와 닮아 있었던 것. 따라서 연구진은 돌연변이 제브라피시에서 볼 수 있는 DNA 하나의 작은 차이점이 포유류 같은 육지동물과 아주 오래전 조상 물고기가 분기되었던 요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척삭 관련 유전자가 물고기와 사람 간의 척추 차이를 일으키는 필수적인 부분이며, 그것의 유전자나 신호를 바꾸면 육지동물의 척추를 더 많이 닮은 물고기 척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7월 20일 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난치병으로 남아 있는 인간의 척추 결함이나 선천성 척추측만증의 치료에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왜냐하면 척삭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제브라피시는 어린이들에게 선천성 척추측만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소들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실험동물로서도 인기 있는 제브라피시

매튜 해리스 부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가 물고기를 이용해 1만 명 중 1명의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선천성 척추측만증의 발달 과정에 대해 최초로 알 수 있게 해주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 제브라피시에게 ‘스폰도(spondo)’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척추의 그리스어인 ‘스폰딜로스’의 줄임말이다.

페스킨의 지도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듀크대학의 미셀 바그나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척추 진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포유류에서 척추가 어떻게 발달해 구성되는지도 이해시켜주었다”고 말했다.

제브라피시는 인간이나 쥐처럼 척추동물이므로 유전체 구조가 사람과 닮아 서로 비슷한 유전체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 Oregon State University(Flickr)

한편, 얼룩말처럼 검은색 가로 줄무늬가 선명한 제브라피시는 기르기가 쉬워 물고기를 기르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관상어다. 그런데 제브라피시는 신약 물질을 검증하거나 암, 간질, 골다공증, 비만 등의 질병 원인을 밝히는 실험동물로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물고기는 알에서부터 배아, 치어 단계까지 온몸이 투명하게 보이므로 배아가 발달하는 과정은 물론 각종 약물이 생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쉽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브라피시는 인간이나 쥐처럼 척추동물이므로 유전체 구조가 사람과 닮아 서로 비슷한 유전체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7-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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