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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1-09

엄마의 면역력 어떻게 전해지나? 모체의 장내 미생물 유래 항체도 신생아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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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는 오래전부터 신생아에게 유익한 영향을 미치고, 특정 감염으로부터 유아를 보호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이 최근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면역 보호 효과의 일부는 놀랍게도 모유뿐이 아니라 모체의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8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는 모체의 장내 특정 미생물에 반응해서 생성된 항체가 모유나 태반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돼, 병을 일으키고 잠재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대장균(E. coli)으로부터 신생아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견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장과 피부, 입과 다른 기관들에 서식하는 조 단위의 미생물군(microbiota)이 건강과 질병에서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에 새로운 증거를 추가한 것이다.

이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생아의 면역 원천인 모체의 미생물군을 구체적으로 식별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모체가 감염원과 접촉하지 않았어도 장내 미생물군이 면역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모체가 보호 항체를 만들어 자손에게 전달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제안했다.

모유는 오래 전부터 신생아에게 면역 항체를 전달해 유아의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보호 효과가 모유뿐 아니라 모체의  장내 미생물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Credit: Pixabay / Alfonso Cerezo
모유는 오래전부터 신생아에게 면역 항체를 전달해 유아의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보호 효과가 모유뿐 아니라 모체의 장내 미생물로부터도 유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ixabay / Alfonso Cerezo

“전염성 설사 백신 개발에 도움“

논문 시니어 저자인 하버드의대 블라바트니크 연구소 데니스 카스퍼(Dennis Kasper) 면역학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신생아들의 면역시스템이 덜 발달됐고 병원 미생물과 사전에 접촉한 적이 없었는데도 신생아들이 특정 병원성 미생물들로부터 보호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카스퍼 교수는 “엄마들 자신이 과거에 접하지 않았던 병원체에 대한 면역 보호까지도 자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만약 추가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들이 확인된다면, 이번 발견은 대장균과 다른 병원성 미생물 감염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미생물 치료법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카스퍼 교수는 “비록 예비적이지만 이런 통찰력들이 감염병 예방의 한 방법으로서 체내 공존 미생물 유래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다른 치료 방안으로 체내 공존 미생물을 설사병 예방 생균제(프로바이오틱스)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로 대장균이나 로타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성 설사는 어린이들에게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주원인이고,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유아 사망원인 중 2위에 올라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해마다 17억 건의 전염성 설사병이 발생해 52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사람을 비롯한 온혈동물의 대장에 주로 서식하는 박테리아. 전염성 설사를 비롯해 방광염, 복막염, 패혈증 등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Credit: Pixabay
사람을 비롯한 온혈동물의 대장에 주로 서식하는 대장균. 전염성 설사를 비롯해 방광염, 복막염, 패혈증 등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 Pixabay

어미 항체 받은 새끼 쥐 대장균 수 33배 적어

미생물에 대한 사전 노출이 없다면 신생아의 면역계는 텅 빈 공책과 같다.

임신 첫 3주 동안 전적으로 모계 항체로부터 유래하는 면역 보호는 임신기 동안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며, 출생 시에는 산도(birth canal)를 통해 그리고 출생 바로 직후부터는 모유를 통해 전달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면역계의 항체 생산공장인 B 세포가 결여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실험용 새끼 쥐를 활용했다.

일부 신생 생쥐는, 항체를 만드는 B 세포가 결여돼 똑같이 보호 항체가 없는 어미가 양육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른 새끼 쥐들은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가진 어미가 기르게 했다.

연구 결과, 어미의 보호 항체에 노출된 새끼 쥐들은 이런 항체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새끼 쥐들에 비해 대장균 감염에 대해 훨씬 큰 저항성을 나타냈다. 연구팀에게는 새끼 쥐들이 마치 병원균을 격퇴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이 새끼 쥐들의 장에는 어미의 항체를 전달받지 않은 쥐들에 비해 대장균 수가 33배나 적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보호 항체에 노출되지 않은 새끼 쥐들에게는 전염된 대장균 질환이 발병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모유의 항체가 장으로부터 혈류로 운반됨으로써 더욱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면역 보호를 보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혈류 속에 혈구가 흐르는 그림.  Credit: Pixabay / Arek Socha
이번 연구에서는 모유의 항체가 장으로부터 혈류로 운반됨으로써 더욱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면역 보호를 보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혈류 속에 혈구가 흐르는 그림. ⓒ Pixabay / Arek Socha

Fc 수용체가 혈류로 항체 운반해 체계적 보호망 구성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보호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특정 유기체를 식별해 낼 수 있었다. 이 유기체는 장내 세균인 엔테로박테리아세아 족에 속하는 판토에아(Pantoea)라는 미생물로, 인간을 포함해 쥐나 다른 포유류의 장에 서식하고 있다.

또한 이번 실험에서는 항체들이 신생 생쥐의 Fc 수용체를 통해 생쥐의 장과 혈류 모두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Fc 수용체는 태반의 분자 채널로, 보호 항체가 모체로부터 자라나는 태아에게 운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이 수용체는 태반을 통해 항체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새 연구에서 수행한 실험에 따르면 이 수용체는 또한 모유에서 나온 항체를 흡수해 장으로부터 신생 쥐의 혈류로 운반함으로써, 장을 넘어 더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면역 보호를 보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에 따르면, 신생아에 있는 이 수용체는 나이가 들면서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그에 따라 성체는 보호 항체를 장에서 혈류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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