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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0-01-03

향후 10년간 충격을 줄 연구 과제는?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미니 뇌, 엑시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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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있어 지난 2010년대는 격변의 10년이었다.

힉스 입자를 발견한데 이어 유전자가위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획기적 연구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향후 10년간 더 충격적인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라이브 사이언스’ 지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향후 10년간 전보다 더 놀라운 사실과 획기적인 결과들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끝없이 생성되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퇴치할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관계자들은 수년 안에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moffitt.org
끝없이 생성되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퇴치할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관계자들은 수년 안에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moffitt.org

범용 백신 시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어떤 바이러스든 퇴치가 가능한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universal flu vaccine)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자들은 범용 백신이 언제 개발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다. 누가 5~10년 후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하면 농담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연구 결과가 미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보건안전센터의 아메쉬 아달야(Amesh Adalja) 박사는 “최근 백신 개발이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실험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병 연구소(NIAID) 연구진은 최초로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자들은 환자들의 면역반응에 이상이 없을 경우 수개월 안에 연구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기업 비온드백스(BiondVax)는 현재 범용 독감백신인 ‘M-001’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계까지 오는 데 거의 20년이 걸렸는데 이 과정이 끝난다는 것은 곧 범용 백신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온드백스 측은 지금까지 1만 2000여 명의 인원이 임상에 참여했으며, 올해 말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10년 안에 ‘인공 뇌’ 제작 가능해   

지난 10여 년간 과학자들은 사람의 신장, 간, 피부, 소화기관 등을 모방한 유사 생체 장기 ‘오가노이드(organoids)를 만들어왔다.

이 인공 장기는 인체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작은 장기 유사체를 말한다.

심장, 위, 간, 신장, 췌장, 갑상선 등 10여 개의 오가노이드가 탄생했는데 지난해 8월에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미숙아 수준의 사고가 가능한 미니 뇌(mini brain)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인공 뇌를 만드는 일이 10년 안에 가능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셀룰러 아키텍처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사람의 신경세포와 유사한 뇌 기능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yale.edu
인공 뇌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셀룰러 아키텍처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사람의 신경세포와 유사한 뇌 기능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yale.edu

다른 곳에서 미니 뇌를 만들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어 대학 펠럴만 의대의 뇌과학자 송홍전 교수는 “그동안 연구 결과로 현재 인간 뇌를 흉내 낼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원하는 것은 실제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사고가 가능한 뇌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송 교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식은 신경세포를 분화시켜 신경세포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세포의 미성숙으로 인해 실제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고 작용을 실현할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셀룰러 아키텍처(cellular architecture)라는 방식을 적용해 실제 뇌와 유사한 뇌를 만들고 있다.

아직 생소한 이 방식은 동시에 많은 계산을 해낼 수 있는 병렬 컴퓨팅(parallel computing)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술로 IBM의 셀 마이크로프로세서(Cell microprocessor)를 통해 일부 시현된 바 있다.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송 박사는 “많은 과학자들이 이 방식을 통해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s) 증상의 원인을 파헤치며 치료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인간의 신경세포를 완전히 구현해내는 일이다. 송 박사는 “이 목표가 어느 시점에서 실현될지 알 수 없으나 최근 연구 성과에 비추어 10년 안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  추적 중

지난 10년간 소립자 세계에 있어 가장 큰 뉴스는 ‘신의 입자’란 별명을 지닌 ‘힉스 입자’를 발견한 일이다.

이후 힉스 입자는 소립자를 설명하는 표준 모형(standard model)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혀줄 또 다른 물질을 찾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Axion)’이다.

액시온이란 200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MIT의 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교수가 1977년 붙인 이름이다.

당시 한 기업에서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낸다’는 의미의 ‘액시온’이란 세제 상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윌첵 교수는 이 상표 이름을 가져와 새롭게 제안된 암흑물질 후보물질 이름으로 사용했다.

액시온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생성되는 빅뱅 과정에서 수많은 액시온이 생성됐다.

그러나 이어지는 우주 급팽창 과정에서 질량이 생성되고 상당한 양의 운동 마찰력이 발생하면서 액시온의 운동 에너지가 모두 흡수돼 버린다. 그리고 우주는 액시온이라는 매우 차가운 응축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세른(CERN)과 같은 입자가속기 연구소의 강력한 자석과 고주파 공진기 및 극저온 장치 기술을 활용해 액시온의 존재를 찾고 있었다.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은 액시온이 단일 입자가 아니라 입자의 집합적인 들뜸(excitation)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준입자(quasiparticle)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없고 질량, 위치와 속도 등의 성질만 갖고 있는 입자들이 모인 다입자 집단 안에서는 입자 간에 서로 힘이 작용하므로 입자 스스로 독립해서 운동할 수 없다.

그러나 온도가 내려가면 그 영향으로 주위의 입자 상태에 변화가 생긴다. 중심의 입자가 움직이면 주위의 입자도 거기에 따라 운동을 한다. 이처럼 여러 개의 입자가 있지만 한 개의 입자가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준입자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현재 ADMX(Axion Dark Matter Experiment), CAST(CERN Axion Solar Telescope) 등 거대한 장비를 통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엑시온의 존재를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2000년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인 ‘CAST’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액시온을 탐색하는 일을 맡고 있다.

프랭크 윌첵 교수는 “향후 어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암흑물질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20-0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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