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 이후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대외 의존성이 높은 소재·부품·뿌리산업의 국내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한 성과를 점검하고, 국내외 기업 간 비즈니스 교류와 협력을 위한 자리로 ‘2019 첨단소재부품뿌리산업기술대전’이 지난 30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기술 속의 기술, 소재强국, 부품大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11월 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국내 소재부품과 뿌리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 트렌드와 비전을 나누는 현장이었다.
국내 기술화 성공한 소재·부품 자립관 ‘주목’
행사장은 소재·부품 자립관과 전시관, 그리고 뿌리산업 전시관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서 특히 국내 기술화에 성공한 소재·부품 자립관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금속재료연구조합에서는 반도체와 경량화 구조용 부품에 사용하기 위해 전량 수입에만 의존한 티타늄 합금용 원천소재 기술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또 항공/우주 산업용 핵심 소재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세원하드페이싱은 공동 연구로 초고온 가스터빈 부품용 SIC 섬유강화 세라믹 복합소재와 내환경 코팅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것으로 항공기 제트 엔진의 경량화에 따라 15% 연료 소모를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초고온 소재 기술 확보에 따라 기술적 자립과 우위도 점하게 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표면의 미세 결함을 잡는 신기술도 관심을 모았다. ㈜아이브이티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협업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가열해 발생하는 500여 가지 가스를 정밀한 분석으로 측정하는 TDS 장비를 만들었다.
조용대 ㈜아이브이티 대표는 “기존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을 완료한 후 전자현미경으로 나노 입자를 측정, 분석하여 불량이 발생하면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했고, 진공 환경에서 분석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TDS는 생산공정에서 실시간으로 불량 여부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의 국산화 기술력에도 큰 성과 보여
국내 장비의 기술력도 우수성을 드러냈다. 첨단 연구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계측 장비로 꼽히는 주사전자현미경(SEM)이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엠크래프츠는 해당 원천기술부터 제조, 소프트웨어까지 전 과정을 직접 연구 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한혜진 ㈜엠크래프츠 과장은 “해외 브랜드의 동급 SEM보다 작고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학교 현장에도 보급되고 있다”며 “국내산이라 부품 교체나 AS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또 가상현실(VR)을 기반으로 한 용접 훈련용 장비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것으로, 유해 가스 위험 없이 가상현실에서 실제와 똑같은 느낌으로 용접기술을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교육기관에서 실습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미래차 완성품관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전시한 수소차 ‘넥쏘(NEXO)’의 내부가 공개됐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관용차로 교체해 더 유명해진 넥쏘는 1시간 운행 시 26.9㎏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친환경차다.
소재·부품·뿌리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 행사장에서는 ‘소재부품뿌리 미래전망포럼’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 국내 소재·부품·뿌리산업의 현재를 점검하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1년 ‘부품·소재 전문 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고 2018년까지 5.4조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여 외형적으로 소재·부품 산업을 성장시켜 왔으나 자체 조달률이 60% 중반에 정체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구성된 과기정통부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 민간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는 이종호 소장은 한·일 소재부품 시장 구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본은 시장 크기가 작아도 오랜 기술 축적을 통해 많은 품목에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시장은 크지만 기술 난이도가 낮은 범용제품 위주로 성장해 와 진입장벽이 높은 핵심 품목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자체 조달 수준이 27% 정도이고 오랜 기술 축적이 필요한 첨단 화학소재 등은 해외 수입 비중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강력한 추진 체계를 통한 대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첨단 분야의 뛰어난 전문 인력 양성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부품 기술 창출을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가 필수”라며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 교육을 위한 환경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이 소장은 “정부가 잘하는 분야를 키우고 파생시켜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하고, 소재·부품이 기초과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기초과학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업 친화적 규제로 전환할 뿐 아니라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갖춘 퇴직자의 기여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기술 개발에 적합한 효율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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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0-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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