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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10-28

소행성 충돌 후 지구는 어떻게 복원됐나 충돌 100만년 내 동식물 화석 수천 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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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만 년 전 중미 유카탄 반도 부근(칙술루브 충돌구)에 떨어진 소행성 충돌은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과 수많은 생명체를 멸종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이 대재앙 이후 포유류를 비롯한 지구의 생명체들은 어떻게 회복되었을까?

최근 미국 덴버 자연 및 과학 박물관(Denver Museum of Nature & Science) 과학자들은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역(Corral Bluffs)에서 수집한 수천여 개의 화석을 분석해 소행성 충돌 후 세계와 생명체 회복에 대한 매우 세밀한 분석을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소행성 충돌 후 상당 기간 동안의 동식물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아 당시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고대 포유류인 록소로푸스(Loxolophus)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그림. 소행성 충돌 후 30만년이 지난 뒤 우거진 종려나무 숲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Credit: HHMI Tangled Bank Studios
소행성 충돌로 공룡 대멸종 뒤 출현한 고대 포유류인 록소로푸스(Loxolophus)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그림. 소행성 충돌 후 30만 년이 지난 뒤 우거진 종려나무숲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 HHMI Tangled Bank Studios

대재앙 이후 생명체 출현 조명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4일 자에 발표된 이 전례 없는 발견은 대재앙 이후 초기 100만 년 동안의 동식물 화석을 통해 지구의 암흑기에 어떻게 생명이 출현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연구팀은 고생물학에서 세 가지 주요 요소인 동물과 식물 및 정확한 시간대에 대한 새롭고 특별한 화석 기록을 결합해 현대 세계 출현에 관한 그림을 그려냈다.

이 조사 연구에는 덴버 자연 및 과학 박물관을 비롯해 뉴욕시립대와 워싱턴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등 8개 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논문 제1저자이자 덴버 박물관 척추동물 고생물학 큐레이터인 타일러 라이슨(Tyler Lyson) 박사와, 고식물학 큐레이터 겸 지구와 우주과학 소장인 이안 밀러(Ian Miller) 박사가 연구를 이끌었다.

이번 발견은 언론 발표와 동시에 미국 노바(NOVA) 프로덕션이 ‘포유류의 출현(Rise of the Mammals)’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25일부터 PBS 플랫폼과 모바일 앱(https://www.pbs.org/nova/video/rise-of-the-mammals/)을 통해 스트리밍하고 있다.  또 31일 부터는 PBS 네크워크를 통해 미국 전지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지역 코랄 블러프스에서 발견한 포유류 두개골 화석들과 아랫턱 화석.  Credit: HHMI Tangled Bank Studios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지역 코랄 블러프스에서 발견한 포유류 두개골 화석들과 아래턱 화석. ⓒ HHMI Tangled Bank Studios

하루 만에 벌어진 생사 의 갈림길

라이슨 박사는 “6600만년 전 단 하루 만에 지구의 생명 과정이 급격히 바뀌었다”며,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폭발하면서 네 종류의 생명체 중 세 종류가 멸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상 생명체에는 매우 불운한 시기였으나 포유동물인 우리의 아주 초기 조상을 포함해 얼마 간의 생명체가 살아남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닐 슈빈(Neil Shubin) 시카고대 고생물학자는 “이번에 발견한 화석들은 우리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가에 대한 여정을 말해준다”고 평했다.

이번의 예기치 않은 성과는 평범한 곳에 숨겨져 있었던 화석들을 찾아낸 것이 계기가 되었다. 화석이 풍부한 북다코다 주에서 자란 라이슨 박사는 10대 때까지 공룡 화석을 즐겨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소행성 충돌 후의 척추동물 화석은 2016년에 이르러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타일러 라이슨 박사가 쪼개진 결석 안의 척추동물 두개골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Credit: HHMI Tangled Bank Studios
타일러 라이슨 박사가 쪼개진 결석 안의 척추동물 두개골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 HHMI Tangled Bank Studios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그해 여름 박물관 선반에 놓여있던 화석과 남아공에 있을 때 동료들의 화석 발견 기술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덴버 분지에서 뼛조각 대신 결석(concretions)이라고 불리는 달걀 모양의 돌들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탐색 방법을 바꾼 지 얼마 안 돼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맞았다. 라이슨 박사는 “화석을 처음 발견했을 때 정말로 눈이 번쩍 뜨이며, 이것이 바로 게임 체인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라이슨과 밀러 박사는 결석을 깨뜨려 그 속에서 경이로운 물체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대량 멸종 때 살아남은 초기 세대 가운데 포유류의 두개골들이 있었다. 그 시기에 살았던 동물의 단일 두개골 발견은 학계에서 엄청난 일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 시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은 포유류의 이빨 조각 같은 작은 화석 조각들을 바탕으로 한 것뿐이었다.

밀러 박사는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능력을 총동원해도 그 시기 포유류 두개골은 너무 희귀해서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대 포유류의 한 종인 타에니오라비스(Taeniolabis)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모습.   Credit: HHMI Tangled Bank Studios
고대 포유류의 한 종인 타에니오라비스(Taeniolabis)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모습. ⓒ HHMI Tangled Bank Studios

탐색 방법 바꾸고서 ‘노다지’ 발견

하지만 그와 라이슨 박사는 화석 탐색 코드를 해독하고서는 하루에 네 개, 일주일에 12개 이상을 발견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들은 최소한 16가지의 서로 다른 포유류 종 화석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모두 1000개의 척추동물 화석과 6000개가 넘는 식물 화석을 수집, 분석했고, 3만 7000가지 이상의 꽃가루 입자를 확인하는 고된 작업을 수행했다.

덴버 분지 지역에 대한 탐사는 또한 소행성 충돌 후 동식물의 회복과 진화가 복잡하게 연계돼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주목할 만한 화석 식물 기록과 화석 포유류 발견을 결합해, 인도 아대륙에서의 거대한 화산 폭발을 포함한 지구적 사건들을 수천 년 동안 계속된 지구 온난화와 연결 지을 수 있었다. 이 사건들이 전 세계 생태계의 절반 정도를 형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랄 블러프스 지역에서 화석 결석을 찾고 있는 이안 밀러 박사(왼쪽)와 타일러 라이슨 박사(오른쪽). Credit: HHMI Tangled Bank Studios
코랄 블러프스 지역에서 화석 결석을 찾고 있는 이안 밀러 박사(왼쪽)와 타일러 라이슨 박사(오른쪽). ⓒ HHMI Tangled Bank Studios

“대재앙에서의 회복 패턴 정확히 보여줘”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안잘리 고스와미(Anjali Goswami) 교수는 “유성 충돌이 공룡들을 휩쓸어버리고 난 다음에서야 포유류들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놀랍도록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라이슨 박사는 “소행성 충돌 이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금까지 단편적이었다”고 설명하고, “이 화석들은 처음으로 우리 지구가 이 지구적 대재앙으로부터 어떻게 회복되었는지를 정확히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스프링스 지역에서의 회복 패턴이 여러 지역들과 비교해 정상적인지 특별한 것인지를 확인해 보는 한편, 이번 발견을 시작으로 관련 조사 연구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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