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은 똑같은 인간이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남녀 간의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해 약 처방 등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연구팀은 최근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수컷 쥐에 있는 희귀한 뇌세포 유형과, 반대로 암컷 쥐에서만 볼 수 있는 다른 유형의 뇌세포를 발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성-특이적(sex-specific) 세포들은 공격성과 짝짓기 행동을 지배하는 뇌 영역에서 발견됐다.
이 연구는 데이비드 앤더슨(David Anderson) 교수 연구실과 티안차오 및 크리시 첸 신경과학연구소, 시애틀 소재 앨런 뇌과학연구소의 협동연구로 진행돼 생명과학저널 ‘셀’(Cell) 17일 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앤더슨 교수는 “연구 결과 암컷과 수컷 포유류의 뇌 사이에는 유전자 발현은 물론 세포 구성 수준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그 차이는 미묘하지만 이 뇌세포들의 기능적 중요성은 더 연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일 유전자라도 발현방식 다르면 세포 유형 달라
뇌 안에는 신호를 전달하는 뉴런과 같은 신경세포와, 신경 기능을 지원하는 신경교세포 같은 여러 유형의 세포들이 존재한다. 이 세포들은 모두 동일한 유전자 세트를 가지고 있으나, 유전자를 발현하는 방식에 따라 세포 유형이 다르다.
유사한 예를 들자면, 각각의 세포에 88개의 건반 키를 가진 피아노 같은 유전체가 있다고 할 때 각 세포가 88개 키를 모두 사용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세포가 ‘연주하는’ 키의 집합에 따라 세포 유형이 결정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의 뇌에는 시상하부(hypothalamus)라고 하는 기본 영역이 존재한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시상하부에서 ‘복내측 시상하부의 복측부 세분(VMHvl)’이라 불리는 특정 하위 영역은 공격성과 짝짓기 행동을 조절하는 세포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연구에서 수컷과 암컷 쥐의 VMHvl 영역 뉴런들을 강하게 자극하자 쥐들은 아무런 위협이 없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공격성을 띠었다. 그러나 약하게 자극하자 쥐들은 짝짓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칼텍의 김동욱(Dong-Wook Kim) 대학원생이 이끈 이번의 새 연구에서 연구팀은 VMHvl에 있는 개별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을 조사했다.
이 연구 조사는 세포가 포함하고 있는 RNA 전사를 열거하고 식별할 수 있는 진보된 전사체 기술을 활용했다. 이 정보는 다른 세포 유형을 분류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
이전의 연구들에서는 단지 각 세포에 있는 전사의 10% 정도만을 조사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연구에서는 훨씬 더 많은 양을 살펴볼 수 있었다.

17가지 서로 다른 세포 유형 존재
연구팀은 조사 결과 이 작은 뇌 영역 안에 17가지의 서로 다른 세포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더불어 유전자 발현 패턴 조사에서 17가지 세포 유형 가운데 일부는 암컷보다 수컷에 더 많이 존재하는데 비해, 다른 일부는 암컷에서만 발견됐다.
성별이 다른 쥐에서는 서로 다른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유전자 테스트를 하면 이 쥐가 수컷인지 암컷인지 구별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포유류의 뇌에 성-특이적인 세포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큰 무리의 유전자 발현이 세포마다 서로 다르면 이 세포들은 별개 유형으로 간주된다.
이런 다른 유형의 세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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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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