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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효원 객원기자
2019-09-26

달 지명 속에는 '사람'이 있다 천문학자, 탐험가 이름 활용한 명명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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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유일하게 맨눈으로 그 표면을 볼 수 있는 천체다. 두 눈만으로도 밝고 어두운 곳이 특정한 모양으로 구분되는데, 예로부터 어두운 곳을 바다, 밝은 곳을 고지라 불렀다. 이후 망원경이 발달하고, 달 탐사가 이뤄지면서 수많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달의 지형 중 하나는 '고요의 바다'이다. 최초로 인류가 달에 발을 디뎠던 그곳,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가톨릭 신부였던 지오바니 리치올리가 붙인 이름이다. 그는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반대했지만, 달을 정밀하게 관측하며 고요의 바다를 비롯해 수많은 달의 지명을 남기기도 했다.

리치올리의 책 신 알마게스트에 담긴 달 지도  ⓒ 위키미디어
리치올리의 저서 '신 알마게스트'에 담긴 달 지도 ⓒ 위키미디어

리치올리가 그린 달 지도는 1651년 집필된 종합 천문학 서적인 '신 알마게스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달의 넓은 지형에 비의 바다, 구름의 바다와 같이 날씨나 기후에서 따온 이름을 주로 붙였다.

주요 크레이터에는 유명한 철학자와 정치가, 과학자의 이름을 붙였다. 특이한 점은 철학별로 또는 시대별로 비슷한 사람들의 이름을 묶어 같은 지역에 분류했다는 것이다.

그는 달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바다는 '폭풍의 대양'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폭풍의 대양 속 중심이 된 크레이터에는 '코페르니쿠스'라 칭했다.

천동설을 뒤엎고 지동설을 주장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를 폭풍의 대양 내 주요 분화구의 이름으로 칭해 그의 업적을 기린 것은 천동설을 지지하는 신부라는 입장에서 특이한 행보였다. 폭풍의 대양 내에는 지동설의 주요한 증거를 내놓았던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딴 케플러 크레이터도 있다.

티코 크레이터는 달의 가장 아래쪽, 남쪽의 고지대에 위치한 분화구로 저명한 천문학자인 '티코 브라헤'의 이름을 따서 역시 리치올리가 명명했다.

그러나 리치올리 이전에도 많은 관측가와 천문학자들이 이 분화구에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요하네스 헤벨리우스는 티코 크레이터를 '시나이 산' 이라고 명명했는데, 그는 달의 어두운 부분에는 바다, 산맥에는 알프스와 같이 지구의 지명과 동일한 이름을 붙인 폴란드의 천문학자였다.

이로 인해 1900년대 초반에는 유명한 달의 지형의 경우 최소 세 개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제각기 이름을 붙이다 보니 혼란이 생겼고, 달 명명법을 하나로 통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국제천문연맹은 세상을 떠난 과학자나 탐험가의 이름을 따는 리치올리의 방식을 공식화했다.

아폴로 8호가 달 궤도를 돌며 지구를 찍은 사진 ⓒ NASA
아폴로 8호가 달 궤도를 돌며 지구를 찍은 사진 ⓒ NASA

국제천문연맹 행성 명명팀은 특별한 임무를 기념하는 이름도 승인한다. 이들은 아폴로 임무의 이름을 따서 남반구에 위치한 거대한 크레이터를 명명했다.

아폴로 분화구 내부 세 개의 작은 크레이터에는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들의 이름도 함께 붙였다. 아폴로 남동부에는 사령관 프랭크 보먼의 이름을 딴 보먼 분화구, 남동쪽 가장자리 부근에는 윌리엄 앤더스의 이름을 딴 안데르스 분화구, 동쪽 가장자리에는 짐 러벨의 이름을 딴 러블 크레이터가 있다.

2018년 10월에는 달에서 본 지구돋이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 속 자리의 이름을 새로 지정하기도 했다. 잿빛의 달 위, 어둠 속에서 푸른 지구가 보이는 광경을 담은 아폴로 8호 미션에서 얻은 가장 유명한 사진 속의 작은 부분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낮은 분화구에 이 사진을 찍은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의 이 이름을 딴 '앤더스의 지구돋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폴로 8 미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 옆의 작은 크레이터에는 미션의 숫자 8과, 우리 모두의 집을 향하고 있다는 '8 Homeward' 라고 불렀다.

또한 지난 1월, 창어 4호가 착륙한 달 뒷면에도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 따온 은하수라는 의미의 톈허(天河)와 구체적인 착륙지의 명칭에 붙이는 '스타치오(Statio)'가 합쳐져 '스타치오 톈허'라고 한다.

이 외에도 달 뒷면의 4개 지점에,  직녀라는 뜻의 즈뉘(織女), 견우를 의미하는 허구(河鼓), 은하수 강가에 설치된 나루터인 톈진(天津), 중국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태산, 몬스 타이(Mons Tai) 등의 중국식 명명이 추가로 지정됐다.

김효원 객원기자
hanna.khw@gmail.com
저작권자 2019-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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