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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9-06

네스호 괴물은 ‘거대한 뱀장어’였다? 유전자분석 결과 뱀장어 DNA 대량 발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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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네스 호수(Loch Ness)는 괴물이 살고 있다고 해서 유명해진 호수다.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괴물 ‘네시(Nessie)’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그러나 괴물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수장룡인 플레시오사우루스라는 설도 있고 물귀신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수많은 탐사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대신 6세기에 살았던 성인 콜룸바(St. Columba)가 이 괴물과 맞서 싸웠다는 전설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1933년 이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스코틀랜드 네스호 괴물 ‘네시’의 정체가 유전자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호수 속 생물체 250종의 DNA를 분석한 결과 거대한 뱀장어가 괴물로 오인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Wikipedia
1933년 이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스코틀랜드 네스호 괴물 ‘네시’의 정체가 유전자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호수 속 생물체 250종의 DNA를 분석한 결과 거대한 뱀장어가 괴물로 오인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933년 로버트 윌슨이 촬영했다고 주장한 네스호 괴물 사진. ⓒWikipedia

네스호에서 발견한 DNA 250종 분석    

이런 상황에서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연구팀이 호수를 채우고 있는 탁한 물을 대상으로 그 안에 떠돌고 있는 생물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리고 괴물 ‘네시’가 거대한 뱀장어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6일 ‘BBC’, ‘CNN’, ‘가디언’ 지 등 주요 언론들은 오타고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지난 수 세기에 걸쳐 베일에 가려져 있던 네스호 괴물의 정체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해 5월에 시작한 이번 연구는 네스호에 살고 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상 최대의 유전자 연구라는 점에서 스코틀랜드는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오타고대 연구팀은 그동안 호수 안에 고여 있는 물속에서 약 3000종의 DNA 샘플을 채취했으며, 그중 250종이 호수 근방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 샘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250종의 샘플을 분석했으며,  그동안 전설적인 괴물로 여겨져 왔던 ‘네시’가 거대한 뱀장어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네스호의 유전자 연구를 이끈 오타고 대학의 유전학자 닐 겜멜(Neil Gemmell) 교수는 네스 호수 센터(Loch Ness Centre)에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수 안에 고여 있는 탁한 물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뱀장어 DNA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거대한 메기나 상어, 선사시대 공룡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을 고려해 이들의 DNA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수는 연구 결과에 비추어 “그동안 사람들에게 거대한 괴물로 추정돼 온 괴물이 거대한 뱀장어였으며, 호수 속 깊은 물속에 살고 있는 이들 뱀장어가 가끔 떠오를 때마다 사람들이 크게 놀랐고, 괴물로 착각하는 우를 범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거대한 뱀장어 떠오를 때마다 괴물로 착각”  

연구팀이 호수에서 채취한 250종의 DNA 중에는 사람, 돼지, 사슴, 가시고기(sticklebacks) 등의 DNA가 포함돼 있었다.

겜멜 교수는 “반면 나머지 DNA들은 뱀장어를 제외하면 대부분 작은 동물의 DNA였기 때문에 소문 속의 네스 호 괴물이 거대한 뱀장어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겜멜 교수는 거대한 뱀장어가 호수 속에 언제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뱀장어가 얼마나 컸는지는 과거 괴물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사람들이 얼마나 큰 생물체를 보았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거대한 뱀장어는 지금 네스호에 살고 있지 않다. 현재 이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큰 뱀장어는 5~6kg 정도로 괴물로 보기에는 너무 작은 편이다.

이에 대해 겜멜 교수는 “과거 거대한 뱀장어가 번식을 위해 네스호로 이주했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번식하지 못하고 멸종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네스호에서 괴물이 출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것은 1933년이다.

당시 주간지인 ‘인버네스 쿠리어(Inverness Courier)’는 호수 표면에 공룡 비슷한 검은 형상의 물체가 떠 있는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의 사진과 함께 ‘네스호의 낯선 구경거리(strange spectacle)’란 제하의 기사를 실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기사는 곧 ‘데일리 메일’ 등 다른 언론을 통해 전파됐고, 호수 속에 신화 속 괴물이 산다는 소문과 함께 세계적인 화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1993년 로버트 윌슨은 자신이 찍었다고 한 사진이 조작됐다고 밝히면서 소문이 사라지는 듯했으나 네스호 주변 주민들의 증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결과 괴물 ‘네시’를 확인하기 위한 관광객 행렬이 끊이지 않으면서 소문 속의 괴물은 지금까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또 다른 소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십 년간 네스호 괴물의 실체를 밝히려는 10여 차례의 시도가 있었다. 특히 BBC는 2003년 거액을 투입, 물속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소나 빔(sonar beams) 탐사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9-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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