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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창섭 객원기자
2019-09-03

사막의 공기에서 물을 만든다 MOF 소재를 사용한 물 수확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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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생존에 물만큼 소중한 자원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약 20억 명의 인구가 깨끗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공기에서 물을 수확하는 장치를 개발해왔다.

지난달 29일 최신 기술 전문 매체인 ‘Newatlas’는 UC 버클리 연구원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 분자를 포집해서 식수를 만드는 ‘물 수확기’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공기 중에서 물 분자를 포집한다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가장 건조한 사막에서도 물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다.

물 수확기는 매우 건조한 공기에서도 물을 추출할 수 있다. © Grant Glover, University of South Alabama
물 수확기는 매우 건조한 공기에서도 물을 추출할 수 있다. © Grant Glover, University of South Alabama

사막은 밤낮의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수증기 응결 현상으로 새벽에 약간의 이슬이 맺히곤 한다. 넓은 표면적을 지닌 흡수재에 이슬을 모으는 방식의 수동형 물 생산 장치도 개발되었으나, 물 생산량에는 제약이 따른다. 전기를 써서 필터로 수증기를 응축하는 능동형 장치도 있지만, 전기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으므로 오지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공기에서 물을 생산하려면 상대 습도가 높을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개발된 장치들은 사하라 사막처럼 습도가 20% 미만인 곳에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건조한 사막의 평균 습도는 15~30%에 불과하다.

MOF 구조의 이미지 © UC Berkeley
MOF 구조의 이미지 © UC Berkeley

최신 흡착 소재인 MOF를 사용해

2014년 UC 버클리 화학과의 오마르 야기(Omar Yaghi) 교수 연구팀은 ‘금속 유기 골격(metal-organic framework, MOF)’이라는 새로운 흡착 소재를 개발했다. MOF는 표면적이 매우 넓은 다공성 화합물로, 이론적으로는 각설탕 한 개 크기의 MOF가 축구장 6개에 해당하는 표면적을 지닐 수 있다.

이후 MOF에 주목한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도 합류하여 효율적인 물 수확기의 첫 시제품을 완성했다. 이 장치는 지르코늄 기반의 MOF를 사용한 수동형 물 생산 방식이었다. 저녁에 온도가 내려가면 MOF에 수증기가 맺히고, 낮이 되면 햇빛으로 자연 가열하여 MOF에 흡수되었던 물을 방출한다. 이를 이용해서 태양열 흡수판과 MOF, 응축기로만 구성된 간단한 형태의 장치를 구성했다.

태양열 물 수확기의 첫 시제품. 가운데 빨간색이 지르코늄 MOF. © 김현호, MIT
태양열 물 수확기의 첫 시제품. 가운데 빨간색이 지르코늄 MOF. © 김현호, MIT

실험실서 진행한 실험 성공

실험실에서 진행된 최초 실험에서는 1kg의 MOF로 하루 동안 280mℓ의 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소개된 이 연구는 MIT의 한국인 연구자인 김현호, 양성우 씨가 논문 저자로 참여했다.

이후 UC 버클리 연구팀은 애리조나 사막에서 더 큰 시제품을 실험했는데, 습도가 밤에는 40%에서 낮 동안 8%로 내려가기 때문에 MOF 1kg당 물 100mℓ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물 수확기를 실용화하려면 생산량을 더욱 늘려야 했고, MOF의 주성분인 지르코늄은 가격이 매우 비싸서 알루미늄 소재의 MOF로 대체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새로운 물 수확기는 상자 안의 MOF 카트리지에 공기를 불어 넣는 팬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여진 물은 응축기로 방출한다. © Mathieu Prévot, UC Berkeley
새로운 물 수확기는 상자 안의 MOF 카트리지에 공기를 불어 넣는 팬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여진 물은 응축기로 방출한다. © Mathieu Prévot, UC Berkeley

새로운 소재의 MOF를 사용한 신모델 개발

이번에 개발된 세 번째 시험 모델은 송풍기로 공기 흡입량을 늘리고, 흡수된 물은 내장된 소형 히터를 사용해서 더 빠르게 방출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전력은 태양광 패널에서 얻기 때문에 별도로 전기를 끌어올 필요가 없다.

모하비 사막에서 3일간 실험한 결과, MOF 1kg당 700mℓ의 물을 생산했으며, 가장 건조한 날에는 상대 습도 7%의 환경에서 200mℓ를 생산할 수 있었다. 태양열에만 의존하는 기존 모델보다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연구팀은 새로운 물 수확기가 상대 습도 40% 미만에서 MOF 1kg당 하루 1.3ℓ 이상의 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것도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매우 건조한 환경에서 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이다.

물 부족 해소에 도움 될 전망

UC 버클리의 물 수확기는 연구팀이 설립한 스타트업을 통해서 상용화될 예정이다. 하루에 7~10ℓ의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 크기의 모델을 테스트 중이며, 그보다 큰 모델은 200~250ℓ를 생산할 수 있는 냉장고 크기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매일 2만ℓ를 생산하여 마을 전체의 수요를 충당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를 주도한 오마르 야기 교수는 “관개수로에 연결하지 않고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 공급원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물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물이 인간의 권리여야 한다는 더 큰 목표를 가능하게 한다”라면서 물 수확기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지역이나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창섭 객원기자
chsshim@naver.com
저작권자 2019-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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