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매우 흔한 원소가 탄소다.
다이아몬드나 숯, 흑연과 같은 광물질은 물론 생명체,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에 이르기까지 핵심 성분이 되고 있는 비금속 원소다.
탄소는 독특한 성질 때문에 다른 탄소나 원소와 결합해서 수백만 종의 화합물을 생성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 과학자들은 인공 다이아몬드를 비롯 그래핀, 플러렌과 같은 새로운 탄소 화합물을 계속 개발해왔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해냈다"
그리고 지금 기존의 탄소 분자와 다른 새로운 모양과 특성을 지닌 탄소를 만들고 있다.
16일 ‘사이언스뉴스’는 스위스 취리히 인근 IBM 리서치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공동 연구를 통해 ‘시클로카본(Cyclocarbon)’으로 알려진 탄소 분자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시클로카본’이란 탄소 사슬을 구성하는 탄소 원자들이 (두 원자 사이에 전자쌍을 공유하는) 공유 결합에 의해 다각형 구조를 이루고 있는 분자 형태의 가상 화합물을 뜻한다. 탄소 원자 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IBM 리서치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공동 연구진은 가설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시클로카본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밀한 컴퓨터 제어를 통해 18개의 탄소 원자에 몰(mol) 당 72 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가해 열역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탄소 분자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그동안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다.
논문을 통해 공개한 탄소 분자는 18개의 탄소 원자로 구성돼 있는데 원자 사이의 간격이 한 번은 길게, 한 번은 짧게 이어지면서 9각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연구 결과는 15일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n sp-hybridized molecular carbon allotrope, cyclo[18]carbon’이다.
다른 탄소화합물과 결합 가능해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시클로카본에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탄소 원자의 높은 활성도 때문에 실패를 거듭해왔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5K(켈빈온도) 상태의 구리(Cu)‧염화나트륨(NaCl)의 이중층 위에서, 시클로카본 산화물 C24O6으로부터 일산화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원자들을 구성한 결과 원자 18개를 결합한 ‘시클로카본’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과학계가 큰 놀라움을 표명하고 있다.
새로 탄생한 시클로카본이 다이아몬드, 흑연, 그래핀, 버키볼, 탄소나노튜브 등 다른 탄소동소체와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만큼 새로운 화합물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
연구에 참여한 IBM 리서치의 물리학자 카타리나 카이저(Katharina Kaiser) 박사는 “추가 연구를 통해 9각형을 넘어 더 많은 수의 다각형을 지닌 원통 모양의 탄소 분자를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며, 새로운 탄소 원자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학자들이 시클로카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스 안에서 특이한 형태의 탄소 결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결합에 관심을 갖고 그 구조를 모방하려 했지만 원자들이 어떤 식으로 결합돼 있는지 밝혀낼 수 없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시클로카본이 원자 사이에 전자쌍을 공유하고 있으며, 원자들이 단일결합과 삼중결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분자 구조를 측정하는데 컴퓨터가 올바른 답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품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또 다른 분자 구조의 연산이 가능해지고 다른 분자구조를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CLA의 화학자 이브스 루빈(Yves Rubin) 교수는 “향후 미지의 분자 구조를 분석하는 데 자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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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8-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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