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를 오염시키는 물질 가운데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있다.
이 물질들이 수증기와 만나면 황산이나 질산으로 변하고, 수증기는 강한 산성을 띠게 된다. 이 수증기가 땅으로 내려오는 것을 산성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소이온농도(pH)가 5.6 미만의 산성을 띨 때 산성비로 부른다. 그 기준을 pH 5.0로 낮추는 나라들도 있다. 문제는 산성비로 인해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성화될수록 더 많은 수분 흡수해
6일 ‘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그동안 과학자들은 산성비로 인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미국 농부부 산하 산림청(U.S. Forest Service)도 그중의 하나다.
1989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간 애팔래치아 산맥 안에 34 헥타르(1헥타르는 1만 ㎡)의 삼림지역을 선정한 후 1년에 3번 산성비 성분을 함유한 무황산근비료(non-sulfate fertilizer)를 살포해왔다.
무황산근비료는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공해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산성비 대신 이 비료를 장기간 살포하며 삼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해왔다.
분석 결과 실험 중인 34 헥타르의 삼림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실험이 시작된 1989년부터 2012년까지 인근 삼림과 비교해 평균 5%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하고 있었다. 수분 흡수량은 시기에 따라 변화하고 있었는데 2년 동안 10% 더 많은 흡수량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이는 산성화된 나무들이 그렇지 않은 나무들보다 더 많은 갈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물을 흡수하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성화가 진전될수록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하게 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31일 국제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Intensified vegetation water use under acid deposition’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풀과 나무 등 지구상의 초목들이 물 순환(water cycle)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적절한 삼림 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산성비가 초목의 수분 흡수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구 물 순환 구조에 변화는 물론 지구 생물 생태계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구 ‘물 순환’ 구조 다시 정립해야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황산과 질산이 산성비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 토양이 산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것은 산성화된 토양 속에서 자라고 있는 초목들이 정상적인 초목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약 5%의 물을 더 흡수할 경우 지구 전체 물 순환 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성화된 토양에 노출된 초목이 무슨 이유로 수분을 더 많이 흡수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던 연구팀은 식물의 기공 크기에 주목했다.
식물의 잎 뒷면에는 공기구멍인 기공(stomata)이 있는데 세포 내 칼슘 농도(intercellular calcium)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기공 크기가 달라진다.
칼슘 농도가 높아지면 기공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신호를 받은 기공은 확대되면서 수분이 빠져나가게 하고, 자연스럽게 칼슘 농도가 낮아진다. 칼슘 농도가 낮아지면 기공은 다시 줄어들면서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작용(transpiration)을 위축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 중인 초목에서 많은 물을 흡수하는 것이 토양 산성화에 따른 세포 내 칼슘 농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그 메커니즘을 추적했다.
그리고 산성화된 토양이 초목으로 하여금 칼슘 성분을 더 많이 흡수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공 크기가 더 커지면서 많은 수분을 수증기로 분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초목들은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산성비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생리학적 결과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 순환 구조를 수목과 연계해 파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에 참여한 인디애나 대학의 생태학자 리신 왕(Lixin Wang) 교수는 “1차적으로 산성비가 내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삼림의 수목은 물론 지구 식물 전체가 산성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돼 오던 물과 에너지 등 생물지구화학 순환(biogeochemical cycle)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또한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산성비가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물 순환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가뭄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사막화 현상을 불러일으켜 사람은 물론 동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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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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